[목요칼럼] (132)신기록을 수립하는 비타민D
[목요칼럼] (132)신기록을 수립하는 비타민D
  •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 기사입력 2024.08.08 12:47
  • 최종수정 2024.08.0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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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와 올림픽

[헬스컨슈머]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개막전 예측을 깨고 훨씬 좋은 성과를 내며 선전하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은 시상대위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을 상상하며 4년간의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0.001초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특수 제작 운동화 및 운동복 등을 입거나, 식단 조절 및 보충제 등을 통하여 시합 당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1968년 10월 18일, 멕시코시티 하계 올림픽에서 밥 비먼은 8.9m(29피트 2.5인치)를 뛰어넘어 멀리뛰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기존 기록을 55cm(21.75인치)나 경신하며 28피트와 29피트를 모두 달성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올림픽 스포츠 역사는 놀라운 성과로 가득하지만,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 올림픽에서 밥 비몬(Bob Beamon)이 역사에 남긴 전설적인 도약만큼 기념비적인 순간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두 번의 반칙으로 멀리뛰기에서 실격 위기에 처한 비몬은 신중하게 접근 방식을 재조정하고 금메달리스트 등 올림픽 메달 보유자 3명을 상대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결승전 첫 점프에서 비몬은 한계치까지 불어오는 순풍을 맞으며 도약판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올라 8.9미터(29피트 2.5인치)의 거리를 날아오른 후 착지하였다. 
보통 6센티미터(2.5인치) 단위로 세계 신기록이 갱신되는 이 종목에서 비몬은 55센티미터(거의 2피트)나 더 멀리 뛰어, 역사상 최초로 29피트 이상의 신기록을 세웠다! 
그의 기록은 점프 거리를 기록하기 위해 설치된 광학 장치(28피트 이상에서는 작동하지 않는)의 범위를 뛰어넘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관계자들은 줄자를 사러 사람을 보내야 했고, 나머지 경기는 20분이나 지연되었다. 이후 22년 이상 비몬을 포함한 그 어떤 사람도 이 기록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 기록은 1968년 대회에서 가장 유명한 신기록이었지만, 삼딘뛰기와 대부분의 단거리 달리기에서도 세계 신기록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일반적으로 멕시코시티의 고도 2240m의 희박한 대기로 인해 저항력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의 설명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비타민D라는 또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이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비타민D의 주요 자연 공급원은 식이 요법이 아니라 태양 자외선 B(UVB)에 반응하여 피부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미, 유럽, 아시아 대부분을 포함한 고위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비타민D 수치는 가을에 급격히 감소한다. 1968년 올림픽은 북반구 선수들의 비타민D 수치가 일반적으로 감소하는 10월에 열렸다. 
하지만 멕시코시티의 희박한 공기는 단거리 선수들의 저항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자외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멕시코시티의 높은 고도와 열대 위도의 결합된 효과는 야외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의 비타민D 수치를 빠르게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고도에 적응하기 위해 일찍 도착하여 햇빛 노출을 더욱 늘렸다.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하여 자외선은 체력과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체력과 운동 능력은 여름에 최고조에 달하고 겨울에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뼈와 칼슘 대사에서 잘 알려진 역할 외에도 근육 조직에도 작용하여 근육량과 특히 제2형 근섬유를 증가시키는데, 적어도 결핍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일부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는 반응 시간, 근력, 균형감각 등 신체 능력의 척도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외선 조사를 통한 운동 능력 향상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비타민D에 대해 잘 모르던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독일과 소련에서는 이미 광선요법(자외선 조사)을 사용하여 신체 능력 향상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였다.
단 한 번의 자외선 노출로도 100m 달리기 기록 향상, 스포츠 부상과 관련된 통증의 현저한 감소, 근력, 반응 시간, 속도, 지구력 향상 등 다양한 효과가 보고되었다.

1927년 독일 수영협회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램프 사용을 결정하면서 일종의 도핑으로 간주되어 스포츠계에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1938년 소련 연구팀은 자외선 조사 후 4명의 학생에게 대조군과 비교하여 100미터 전력 질주 속도가 약 6% 향상되었음을 입증했다.
1940년 독일 연구팀은 선램프 조사가 근력에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이전 실험을 논의하고 자외선 조사의 전신적 효과를 제안했다.
1944년 독일 연구자들은 32명의 학생에게 6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자외선을 조사했는데, 조사받은 학생들은 자전거 에르고미터에서 13% 향상된 성능을 보인 반면 대조군 학생들의 성능은 변하지 않았다.
1952년 독일 연구팀은 운동선수들에게 “중앙 태양 램프”를 조사하면 운동 능력 향상과 스포츠 부상으로 인한 만성 통증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보고하였다. 방사선 조사를 통한 운동 능력 향상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연구진은 그 결과를 “독일 및 국제 올림픽 위원회”에 알리기도 하였다.

같은 해 다른 독일 연구팀은 학생 120명을 상대로 이른 봄에 자외선선을 조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자외선선을 조사받은 아이들의 체력이 56% 더 높았고, 계절에 따라 체력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대조군 어린이 30명에게 2월에 250,000IU의 비타민D를 1회 투여한 결과, 한 달 후 심혈관 기능이 극적으로 개선되어 방사선 조사 그룹에 근접한 것을 발견했다. 이 실험은 비타민D(또는 관련 스테로이드)의 생성이 신체 능력과 관련하여 자외선 조사의 성공을 설명하는 최초의 연구가 되었다.

 

 

비타민D는 뼈 건강, 면역 기능, 단백질 합성, 근육 기능, 염증 반응, 세포 성장 및 골격근 조절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이 운동 능력과 부상 예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뼈 건강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뼈의 성장, 밀도 및 리모델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며 충분한 양이 없으면 뼈 손실이나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비타민D가 없으면 칼슘이 장에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순환하는 비타민D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조골세포(뼈를 생성하는 세포)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 해군 신병을 대상으로 8주 동안 하루 800IU의 비타민D를 섭취한 실험 결과, 실험군은 위약군에 비해 스트레스 골절 발생률이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골절은 육상 스포츠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10~31%), 통증으로 인해 운동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경기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근육 기능
비타민D는 세포 내부의 경로를 통해 근육 기능을 개선하고 근육 수축에 관여하는 칼슘 결합 부위의 효율과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2013년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스포츠 및 운동 과학 연구소 연구팀은 비타민D 결핍이 운동선수의 운동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팀은 겨울철에 대규모 운동선수 코호트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그 결과 운동선수 중 1.6%만이 최적의 비타민D 수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다음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위약을, 다른 그룹에는 비타민D 보충제를 제공했다. 8주 후, 연구팀은 위약 그룹에 비해 보충제를 섭취한 선수들의 10m 단거리 달리기 능력과 수직 점프 높이가 크게 개선된 것을 발견했다.

근육 회복 및 리모델링
2015년에도 영국의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스포츠 및 운동 과학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으면(30ng/mL 이상) 운동 후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운동에 반응하여 더 높은 품질의 근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최근 전향적 연구에 따르면 프리시즌 검사에서 비타민D 수치가 낮은(<23.15ng/mL) 것으로 나타난 운동선수는 이전에 부상을 입은 병력이 있거나 많은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 정상 수치인 운동선수에 비해 근육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기능
비타민D 결핍이 심장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약 30년 전에 처음 밝혀졌다. 건강한 운동선수의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의 결과, 연구진은 비타민D가 심하게 결핍된 것으로 분류된 운동선수가 약간 결핍되었거나 정상 범위 내에 있는 운동선수보다 심장이 훨씬 작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면역 기능
비타민D는 강력한 면역 체계에 매우 중요하며 인플루엔자 및 감기를 비롯한 급성 질환으로부터 신체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리기 선수와 지구력 운동 선수는 특히 상기도 감염에 걸리기 쉬운데,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 수치가 높은 운동 선수는 겨울철에 감염이 더 적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지구력 운동 선수의 낮은 비타민D 수치는 염증 표지자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또한 유산소 운동과 비타민D 보충제의 조합이 천식 환자의 운동 내성(운동이나 보충제만 섭취하는 경우와 비교하여)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으며, 이는 이 조합이 폐에 항염증 효과가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한다.

빈혈 또는 철분 결핍
한 연구에 따르면 철분이 부족한 여성 운동선수의 23%는 비타민D 결핍증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다. 또한 비타민D가 부족한 여성은 철분 결핍증에 걸릴 확률이 2.7배 더 높았다. 내분비학, 당뇨병 및 비만의 최신 의견 저널에 따르면 염증성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타민D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햇볕이 풍부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훈련하는 운동선수는 거의 없기 때문에 케냐의 육상 선수와 같은 적도 지역 운동선수를 제외하고는 “자연적으로” 충분한 비타민D 수치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해발 7400피트 고도에 적응하기 위해 일찍 도착해야 했던 것도 또 다른 예외다. 
고도가 높을수록 대기의 UVB 투과율이 높고, 멕시코시티가 적도에 비교적 가깝고, 여름철이기 때문에 1968년 하계 올림픽 기간 동안 햇빛에 의한 주변 UVB 조사가 강렬했을 것이고, 야외에서 적응하는 선수들의 비타민D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을 것이다.
그해 여름에는 많은 세계 신기록이 수립되었고, 예상치 못하게도 미국 선수들이 러시아나 동독보다 더 많은 금메달과 총 메달을 획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기압이 낮아진 것이 인상적인 세계 신기록의 원인으로 꼽지만, 비타민D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국가보다 현지에 일찍 도착하여 훈련했던 미국은 실외 스포츠에서 45개의 금메달 중 42개를 획득하며 실외 스포츠에서 우위를 차지한 반면, 러시아는 실내 스포츠에서 대부분의 금메달(29개 중 18개)을 획득했다. 거의 대부분 실외 스포츠에서 나온 세계 신기록의 수와 멀리뛰기에서 21인치를 추가한 밥 비먼의 세계 기록 향상률은 비타민D가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이론과 일치한다.
이 외에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독일과 러시아 올림픽 대표팀이 많은 메달을 획득했던 이유도, 30~40년대에 이미 자외선 실험을 통해 비타민D의 효과를 발견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증거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 운동선수를 적절히 치료하면 운동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이러한 치료 효과는 낮은 비타민D 수치(결핍 및 부족)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운동 능력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즉, 수치가 15ng/mL에서 30ng/mL로 증가하면 운동 능력이 크게 개선될 수 있지만, 수치가 30에서 50ng/mL로 증가하면 운동 능력 개선의 효과폭이 줄어든다. 
활성화된 비타민D는 세코스테로이드 호르몬이므로, 독일인들이 지적한 것처럼 그 전구체인 비타민D의 사용이 불공정한 이점, 즉 “도핑”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이나 성장호르몬과 달리 비타민D 결핍은 운동선수에게 흔한 증상일 수 있다. 또한, 치료하지 않은 비타민D 결핍은 수많은 심각한 질병과 관련이 있으며, 조기 사망의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비타민D가 결핍된 운동선수에게 비타민D를 투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대 의료 윤리를 위반하는 것이며, 팀 닥터 및 스포츠 의학 의사가 향후 불필요한 책임에 노출될 수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0.01초의 경쟁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케 해 주는 비타민D를 충분히 공급하여 적정 수치(적어도 50ng/ml 이상)를 유지한다면, 스트레스 골절, 만성 근골격계 통증,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 및 여러 만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기록 수립도 가능하다.
앞으로 4년 뒤 제34회 LA 올림픽 준비는 비타민D 충분 수치(50ng/ml 이상)를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그 어느 올림픽 때보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의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일일 5천IU를 복용하고 매 6개월마다 비타민D 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며 복용량을 조절하면 비타민D 충분 수치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 닥터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값싸고 다양한 신체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비타민D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