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컨슈머] 두 아이의 연달은 장염에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처음 걸려보는 아이들의 장염에 이불과 식기류 열탕소독을 하는 등 위생과 청결에 더욱 애썼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식단이 제법 곤욕스러웠다. 성인이 장염을 걸렸을 땐 속이 편안해질 때까지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고, 그 다음 흰 죽을 소량 섭취하면 됐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특히나 음식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둘째 아이의 경우 죽을 거부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우유 한 팩을 마시는 터라 우유를 달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울기까지 하니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니 말이다. 우유를 찾으며 울고, 죽은 거부하는 아이덕분에 탈수와 탈진이 염려되어 결국 다시 소아과를 찾았다. 그때 의사와 상담한 내용을 함께 공유하려 한다.
■ ‘장염에는 무조건 식이제한’ 맞는 말일까?
전형적인 장염의 증상인 구역, 구토, 복통, 발열과 설사. 이 다섯 가지 증상 모두를 다 보인 우리 아이들. 물만 마셔도 게워내기까지 하는 심한 장염의 상태의 첫째 아이의 경우는 반나절 정도 물도 섭취를 삼가라 했다. 계속되는 구역과 구토는 위액까지 토해내게 하여 식도를 손상시킬 수 있기도 하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간신히 응급실에서의 처치 덕에 구역과 구토는 멈췄다. 하지만 물만 마셔도 게워냈던 기억이 음식물 섭취를 겁냈다. 그러나 수분 섭취는 중요하기에 의사 선생님께서 얘기하신 얼음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게 하였다. 얼음이 녹으며 적당한 수분감이 입안에 도니 갈증은 조금 가시고, 약간의 물을 먹어도 구토하지 않으니 아이 또한 안심하게 되었다.
물은 통과! 그렇다면 이제 식사다. 의사가 염려했던 아이들이 쳐지는 일은 없었다. 식사를 해야 하는데 양은 얼만큼 줘야하는지, 어떤 음식을 줘야하는지도 설명을 들은터라 냄비와 흰 쌀을 준비하였다. 토하는 증상이 멈추고 나면 설사가 제법 심할 수 있다고 설명을 들어 그리 놀랍지는 않았지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기운이 없어하는 아이를 보니 바빠졌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장염 증상에는 흰죽이 좋다. 이유식을 할 때 흰 쌀 10배죽(보통 미음)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뭔가? 바로 쌀이 소화가 잘 되고 흡수 또한 잘 되기 때문이다. 장염 증상으로 인해 잔뜩 예민해진 위와 장에 부담을 최소한으로 하고 아이들이 섭취하면 잘 흡수되도록 하는 음식이 흰죽이기 때문이다.
물론 죽을 먹기 시작하면 설사의 양이 늘어나는 것 같고, 빈도수 역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계속 물이나 마시는 수액만 섭취하게 할 수는 없다. 잘 먹어야 손상된 장기들도 잘 회복할 수 있기에 평소 아이가 먹는 양만큼이 먹이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 생수 보다는 보리차
어른들의 지혜로움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아무런 첨가물이 없는 생수가 더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보리차가 더욱 좋다고 의사는 말했다. 물론 시중 마트에서 완제품으로 판매되는 보리차 보다는 직접 끓인 보리차 말이다. 장염에서 염려되는 것은 몸의 탈수와 탈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물을 마셔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때 생수보다는 보리차를 추천하는 이유는 보리가 가진 성분 때문이다. 보리차는 단순히 수분을 보충하는데 그치지 않고 설사나 고열에도 효과가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물론 냉장고에 들어가 차가워진 보리차나 이제 막 끓인 너무 뜨거운 보리차는 좋지 않다. 갈증이 난다고 벌컥벌컥 마셔도 오히려 위와 장애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미지근한 온도로 조금씩 마시도록 하면 된다.
■ 그렇다면 이온 음료는 괜찮을까?
정답은 절대 금물이다. 성인의 경우 장염에 걸렸을 때 이온 음료를 마시기도 하지만 아기들에게는 위험하다 한다. 이온음료는 얼핏 경구 수액과 같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당의 함유량이 높다. 많은 당분은 몸의 삼투압 과정에서 물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해 설사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기 장염에 이온음료는 삼가야 한다.
기자의 둘째 아이는 아침, 저녁으로 생우유를 꼭 마시던 아이다. 장염 걸렸을 당시 이 우유 섭취 문제로 아이와 매일 씨름했는데 통곡하며 우는 아이를 모른체하기 너무 힘겨웠다. 의사 선생님은 우유를 금하되 도저히 안 된다면 락토프리 우유를 조금 먹이라고 하였다. 우유뿐만 아니라 치즈, 요거트 등과 같은 유제품들은 가스를 많이 만들 수 있고, 소화가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에 제한하는 것이 맞다 한다.
■ 과일은 무조건 제한해야 할까?
우유라는 큰 산을 넘으니 또 다른 높은 산을 마주했다. 바로 과일이다. 식사는 적게 해도 과일은 꼭 먹던 아이들인데 아무런 과일을 섭취할 수 없는 것일까? 산도가 있는 과일의 경우 절제하는 것이 좋지만 아이가 과일을 많이 찾는다면 ‘펙틴’이라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이 좋다고 한다. 이 펙틴은 장에서 과도한 액체를 흡수하여 배출을 돕는 성분이 많은 과일이라면 소량 섭취는 괜찮다. 그렇다면 ‘펙틴’ 성분이 많은 과일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바나나와 사과이다. 이유식기에도 순한 과일이라 6개월 이상 된 아기에게 먹일 수 있는 과일이 아니던가? 바나나의 경우 달콤한 맛에 포만감도 있어 식사대용으로 괜찮은 편이고, 칼륨과 마그네슘과 같은 전해질도 풍부하니 장염 증상으로 인해 손실된 영양분 보충에도 도움이 된다. 사과의 경우는 속 알맹이보다 껍질에 ‘펙틴’ 성분이 많아 과육만 섭취하기보다 껍질 채 갈아서 먹는 것이 좋다. 물론 소량이다.
■ 장염에 반드시 피해야 할 음식
장염이 걸렸을 때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음식이 있다. 앞서 냉장한 보리차와 유제품 외에도 찬 음식, 밀가루 음식, 기름진 음식, 생채소, 산도가 높은 과일, 탄산음료, 과일 쥬스, 삼겹살과 같이 지방이 많은 음식, 달콤한 과자류나 사탕, 쵸콜릿 같은 디저트 류,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구토와 발열, 설사가 가라앉으니 장염이 꼭 다 나은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장염은 아직 다 나은 것이 아니었다. 병원에서도 한 번 장염이 걸리면 최소 열흘에서 2주 정도는 식단 조절을 하여야 한다고 했다. 회복기에도 반드시 피해야 할 음식들은 피하며 아이들이 부드럽게 섭취하고, 소화할 수 있는 음식들로 식단을 꾸리는 것이 중요했다. 계속 죽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야 했는데 이유식 하던 때를 생각하면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감자의 경우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 위장을 보호하고 통증을 완화시킨다. 콩나물의 경우 염증을 억제하고 열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황태와 같은 경우 해독 작용을 하고, 두부는 구토나 설사 완화에 도움이 되며 약해진 장에서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식재료이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해야 하니 단백질이 염려될 수 있다. 그럴 땐 생선살이나 기름기가 좋은 조고기 안심 부위, 혹은 달걀들이도움 될 것이다. 이런 식재료들을 담백하게 조리하여 국을 만든다면 고형식에 대한 부담도 조금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은 몸에서 열이 나고, 계속되는 구토와 설사로 안 그래도 마른 아이들이 더욱 말라 집안 어르신들의 걱정이 크셨다. 더욱이 구토 경험이 무서워 식사를 꺼려하는 아이를 보니 안쓰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의 장염도 결국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질병이었다. 부모가 부지런히 챙기다보니 아이의 회복도 점차 되어갔고 보름쯤 지나니 장염 완치 판정을 받게 되었다. 야간에 응급실을 찾을 만큼 급박함을 느끼게 했던 장염, 언제 어디서 걸릴지 모르는 만큼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이가 장염에 걸리면 안쓰러운 마음에, 애타는 마음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날수도 있겠지만 기자의 경험이 그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