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왜 드럭스토어가 발전하지 못했을까?
우리나라는 왜 드럭스토어가 발전하지 못했을까?
  • 남정원 약사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4.09.02 14:24
  • 최종수정 2024.09.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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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여름철 휴가 시즌에 해외 여행을 나가보면 각 나라의 유명 드럭스토어들은 여행객들의 단골 방문 코스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월그린(Walgreen), 영국의 부츠(Boots), 대만 및 홍콩의 왓슨스(Watsons), 일본의 마츠모토 기요시(Matsumoto Kiyosi) 등이 있습니다.

드럭스토어란 약품, 식료품, 화장품 등의 상품을 한번에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건강 및 미용 요구에 맞춘 소매 서비스로, 대형 평수에 조제약, 건강/미용상품을 중심으로 일상용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드럭스토어들이 100여 년에 걸쳐 장기간 발전해왔다면 대만이나 일본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장하여 현재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드럭스토어는 성공적으로 안착되어 지역 주민들의 메디케이션 센터와 같은 역할을 겸하며, 다양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의 유통 채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병원과 인접한 소형 약국들이 다수 밀집되어 있는 형태를 주로 보이는데, 이는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수익의 다각화를 모색하기 어렵게 만들며, 처방전 조제료에 의존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드럭스토어 형태의 약국들이 정착하지 못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드럭스토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드럭스토어는 “올리브영”입니다. 올리브영은 1999년 CJ가 처음 선보인 브랜드이며,  이후에 약국+편의점 모델을 표방한 베네스다, 코오롱그룹이 2004년 런칭한 W스토어, 2005년 GS리테일에서 만든 GS왓슨스, 2012년 신세계 그룹이 런칭한 분스(Boons) 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드럭스토어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드럭스토어는 의약품 중심으로 조제의약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약사법 등의 장애 요인으로 인해 ‘약’ 부분이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럭스토어는 크게 뷰티(Beauty), 헬스(Health), 펀(Fun) 3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있으며, 이중 뷰티 코너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섭니다. 그러다 보니 조제약, 일반약 판매 충실, 부가 수입으로 24시간 운영 가능, 화장품, 생활용품의 전문화 및 전문가의 상담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해외 드럭스토어와 달리 우리나라 드럭스토어는 약 파트가 빠진 뷰티&헬스 용품 판매점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에는 편의점 3개 당 드럭스토어 1개 꼴로 들어서있고, 일본도 드럭스토어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 드럭스토어는 점차 숫자가 감소하며 차별화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드럭스토어의 무한 경쟁]
드럭스토어는 파는 제품의 특성상 무한경쟁을 펼치게 됩니다. 흔히 ‘화장품 전문점’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며, 이 외에도 약국과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 판매점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드럭스토어가 새로운 유통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점포화 전략으로 편의점처럼 전국 어디서나 접할 수 있도록 매장을 확대해야 하는데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소비 위축으로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드럭스토어는 합리적인 가격, 상담이 가능한 고품격 서비스, 직접 발라보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경험 제공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또한 관련 법률의 개정도 필요한 시점으로 약사법 등의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드럭스토어에서 혈압 측정, 치매 검사, 예방 접종 등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메디케어 센터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상황과 특성에 맞게 드럭스토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드럭스토어가 뷰티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곳으로 인식되며 차별화된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약국과의 공존에 실패한 우리나라 드럭스토어]
2024년 현재 우리나라는 올리브영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 매장 수가 1200개가 넘는 반면, 2,3위 업체인 랄라블라와 롭스는 매장 수가 100개 안팎에 불과합니다. 롯데, GS리테일, 신세계 등이 슬슬 이 업계에서 손을 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럭스토어가 약국과의 공존에 실패한 사례로 2012년 신세계 그룹에서 런칭한 '분스'(BOONS)’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약사들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드럭스토어에 입점하였습니다.  그러나 분스는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헬스&뷰티 파트만 강조하고 드럭 부분은 소홀히 한 느낌이었습니다. 

분스에 입점한 약국은 약사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상주하며 일반의약품을 판매하지만, 약국의 위치가 중앙에서 떨어져 있어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야 약국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약국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입점 약국은 임대료 1억원과 매달 본사에 1,000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매출은 잘 오르지 않고 약사가 감당해야 하는 지출은 무척 컸습니다. 전통적으로 의약품 중심으로 발전된 미국·유럽형 드럭스토어와 비교하며 우리나라는 반대로 되었습니다. 올리브영도 드럭스토어에서 약국을 철수시켰습니다. 
미국 드럭스토어의 차별화 전략 중 하나가 '전문성 추구'로, 조제약 및 일반의약품 분야에 충실하며 24시간 조제를 실시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에, 국내 드럭스토의 경우 여전히 화장품 등 미용제품 위조로 구색이 갖춰져 있으며 해외 드럭스토어들에 비해 의약품 비중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드럭스토어 내 약국은 악재에 처한 약사들에게 블루오션 만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