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식품, 맛만 없고 다이어트엔 별 도움이 안 된다(하)
저지방 식품, 맛만 없고 다이어트엔 별 도움이 안 된다(하)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6.05 11:58
  • 최종수정 2019.06.1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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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해지려면 지방도 먹어야 한다

[저지방이 더 비싸? 도대체 왜?]

[헬스컨슈머]같은 브랜드, 같은 용량의 제품이지만 라벨 하나의 차이로 가격이 올라가는 식품, 바로 저지방 식품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제품, 그중에서도 우유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저지방우유가 지방을 일반 우유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이 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그것이 지방을 줄이는 추가적인 공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가격, 정말로 합리적인 것일까?

음식 문화에서 우유를 빼놓을 수 없는 영미권의 시장의 가격표를 잠시 참고해보자. 이상하게도 저지방/무지방 우유가 일반 우유와 같거나, 심지어 저렴하다.

사실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저지방/무지방 우유에서 빼낸 유지방으로 훨씬 수익성이 좋은 치즈나 버터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저지방/무지방 식품의 가격이 높은 것은 단지 '시장에서 그렇게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을 먹어야 건강해진다]

2016년영국의 국립 비만 포럼(NOF)과 보건부 산하 공공 보건 협력기구(PHC)은 합작연구를 통해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인슐린의 기능 저하로 인해 혈당이 높아지는 경우로 비만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남)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저지방 식품이 오히려 “건강에 있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방 섭취가 당신을 뚱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방이 충분히 포함된 우유, 요거트, 치즈와 같은 유제품이 몸무게를 줄이고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들의 의견은 아직 논쟁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지만, 지방을 마냥 피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의미로 참고할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의 폐해를 걱정하면서 지방질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모순이다. 건강한 몸과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고지방 식품과 적절히 곁들여 먹는 것이 신체적/정신적으로도 훨씬 낫다.

체중을 줄이는 비결은 결국 올바른 음식을 골라먹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된다고? 사실 일반인이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하루에 소모되는 열량이 평균 기초대사량의 2배를 넘기기가 힘들다. 참고로 체중이 50kg인 일반인 성 기준 기초대사량의 2배는 약 2160kcal 가량으로(출처: 두산백과), 대중적인 외식메뉴로 자리잡은 치킨/떡볶이 등의 주식에, 이후 섭취하는 케이크와 프라푸치노 등의 디저트를 양껏 먹어준다면 큰 어려움 없이 채워질 수준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운동해서 살을 빼는 것보다 식단조절을 통해 살을 빼는 것이 훨씬 쉽다는 뜻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그럼 어떻게 먹을까?]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줄리아 엘로-마틴(Julia A Ello-Martin) 박사는 ‘임상영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서 먹는 것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훌륭한 메세지를 전달했다.

그녀의 논문에 따르면 채소, 과일, 수프, 살코기, 낙농식품 등 수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맛과 양을 보장할 수 있어 배고픔과 박탈감 없이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출처: 미국 임상영양학저널 https://academic.oup.com/ajcn/article/82/1/236S/4863399)

국내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대국민 건강선언’에서 균형 잡힌 식습관을 제시하면서 하루 에너지의 25%를 지방에서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 권고대로라면 평균적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은 지방 과다 섭취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지방 함량이 낮은 식단과 제품이 좋다. 하지만 건강에 별문제가 없는 사람이 굳이 저지방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즉, 음식의 구성(수분이 충분하고, 지방의 비중이 20~25%를 넘지 않는 정도)에 신경을 조금 써준다면 평소와 크게 다를것 없이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물론 과해서는 안된다) 먹으면서 체중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어떤것이든 과유불급이라는 원칙을 빗겨나갈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가혹한 기준을 들이밀며 맛없는 음식으로 고통받는 것 보다는, 적절한 양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건강을 챙기는 것이 훨씬 나은 결론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