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치의의 심장사용설명서 1
대통령 주치의의 심장사용설명서 1
  • 정남식(전 대통령 주치의, 필메디스 내과의원 원장)
  • 기사입력 2019.06.12 13:36
  • 최종수정 2019.06.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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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정보는 많다, 하지만 믿을만한 정보는 드물다. 그렇기에 이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 때가 되었다.

 
친절한 전문가

정남식 박사는 제 15대 대통령 심장 주치의, 의학한림원 회장, 세브란스 병원 병원장, 연세대 의료원장,

미국/일본 심장학회 국제 편집위원, 한국 심장학회 이사장, 한국 심초음파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대한민국 최고의 심장 전문의중 하나로 불린다.

현재는 서울 서초 ‘필메디스’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심장은 인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일컬어졌다. 심지어 거의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심장=마음’이라는 문학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니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서도 이미 심장의 중요성을 알았던 것처럼, 심장은 생명활동의 핵심중 핵심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런 심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최고의 심장명의 정남식 박사가 말하는 심장이야기, 이제 시작한다.

 

정남식 박사
정남식 박사

심장은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우리 몸 곳곳에 공급하는 중심장치로 자동차의 엔진과 같다. 우리 몸에 다른 기능이 아무리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심장이 멈추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당신의 이 엔진이 한 번 수축해서 퍼 올리는 피의 양은 50~80cc로, 하루 평균 7,000리터 정도 되는 피를 펌프질한다.

심장은 안정된 상태에서 1분에 70회 정도 뛰는데, 운동을 하면 심장이 수축할 때 방출되는 혈액의 양이 일반인의 경우 110~130cc, 운동선수의 경우 200cc까지 늘어난다. 심장은 하루에 평균 10만 회 박동하는데, 이 기준으로 70세까지 계산해보면 25억 회 이상을 뛰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평균수명이 이미 70을 가뿐히 뛰어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신의 심장이 얼마나 꾸준하고 고되게 일할지 대략적으로 감이 올 것이다.

 

[당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장질환]

그렇게 성실하게 일하는 당신의 심장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심장질환은 암과 함께 사망 원인 1, 2위를 다툴 만큼 현대인의 목숨을 노리는 무서운 위협이다. 그렇다면 심장 질환은 왜 생길까? 그 주된 원인은 현대인의 생활습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고질적인 과로와 스트레스, 흡연과 음주, 기름지고 매운 음식으로 짜인 식단 등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인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들은 이런 요소들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게다가 위 생활습관들은 돌연사의 주범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결국 가장 무서운 만성 질병들의 원인은 모두 현대인의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라는 결론이 난다.

 

[매 시각, 매 초마다 심장 질환 사망률이 늘어나고 있다]

위 소제목은 과장이 아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심장 질환 사망자와 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997년 35.6명에서 2007년 43.7명, 2017년 60.2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통계청 사망 원인자료). 이중에서 허혈성 심장 질환(혈액순환을 저해하는 질환) 사망자는 1997년 인구 10만 명당 13.7명, 2007년에는 29.5명, 2017년에는 46.8명에 달했다. 매 10년 동안 사망률이 200% 증가한 셈이다.

심지어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의 모든 가입국 허혈성 심장 질환 사망률이 감소(평균 52% 감소)했다. 그중 유일한 예외가 우리나라로, 그것도 43% 증가라는 심각한 수치를 보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국민이 심장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심장 질환은 크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 질환과 심부전이나 심내막염 등 기타 심장 질환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처럼 허혈성 심장 질환이 크게 늘어나는 원인은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직장인 A 씨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자.

# A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는 지난 밤 퇴근 후 직장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안주 삼아 들이켠 술로 인해 뻑쩍지근한 두통을 껴안고 아침에 눈을 떴다.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A씨는 출근길에 진한 커피 한 잔 또는 토스트로 쓰린 속을 달래며 담배를 문다. 출근 뒤 세 시간 좀 더 후에 설렁탕, 순대국 등 동물성 단백질이 그득한 음식으로 해장을 한다. 물론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고, 당도 떨어졌으니 점심 식사 후 생크림을 가득 얹은 커피와 담배 한 개비는 기본이다.

길고 긴 근무시간을 버텨낸 A씨와 동료들의 노력은 퇴근이라는 눈부신 열매를 맺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함께 삼겹살을 지지러 간다. 인생에 비하면 차라리 달게 느껴지는 소주를 한두잔씩 걸치다보면 본인이 씹는것이 삼겹살인지 상사인지 알 수가 없다.

자, 여기까지 읽어본 소감은 어떠실지 궁금하다. 아마도 A 씨의 하루 일과는 생뚱맞은 상상이 아닌, 대부분의 현대인이 동질감을 느낄 내용이다. 이 말은 즉, 이 글을 읽는 당신까지 포함하는 절대다수의 현대인이 자신의 심혈관을 매우 학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허혈성 심장 질환은 시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이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협심증이 발생하고, 여기에서 증상이 더 진행되면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혈액의 공급이 막히는 현상, 즉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 이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은 돌연사의 주범으로, 동맥경화증이 주된 원인이다.

동맥경화는 기본적으로 혈관이 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이 동맥경화증의 주된 위험인자로 꼽힌다. 즉, A 씨의 하루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과로와 스트레스, 흡연과 음주, 기름지고 매운 음식으로 짜인 식단 등은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인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의 원인이 되고 결국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을 가져오는 것이다. 때문에 심장 질환으로 인한 현대인의 사망률을 줄이려면, 우선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노인인구의 증가와 심혈관 질환 발생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맥경화는 혈관이 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노령화가 심해질수록 심장 질환도 늘어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 인구의 노령화 문제는 계속 지적돼 왔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노령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노인 인구의 증가는 국민건강이라는 측면에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조차도 능가하는 압도적인 추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국민 개개인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현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2.7세로 남성은 85.7세, 여성은 79.7세다. 점점 평균수명이 늘고 있는 상태로 건강한 노년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혈관 관리가 필요하다. 즉 흡연, 비만, 과음, 스트레스 등 혈관 질환들의 위험 요인들을 멀리 해야 한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