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파동 이후, 불안함은 결국 여성들의 몫일까?
생리대 파동 이후, 불안함은 결국 여성들의 몫일까?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6.27 09:00
  • 최종수정 2019.06.27 14:1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컨슈머] 여성들은 약 35년간 생리를 하게 된다. 초경을 시작으로 완경(=폐경의 대체단어로, 월경이 완성되었다는 의미)까지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쉽게 말해 생리는, 임신 가능한 여성의 자궁이 배아의 착상을 준비하다가 임신이 되지 않으면 자궁내막이 저절로 떨어져 생식기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생리대이다. 즉 여성들은 생리대를 약 35년 동안 주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생리대(이 기사에서는 일회용을 뜻함)는 안전할까? 2017, 생리대 파동을 기억하는가. 당시 생리대에 *VOCs가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던 때이다. 생리대 파동을 재정리해보고, 현재는 여성위생용품 시장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VOCs : 유기화합물 중 휘발성이 있는 물질을 총칭)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2017, 생리대 논란의 시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식약처]

특정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생리통, 생리불순 등 여성들의 목소리는 논란 이전부터 존재했다. SNS, 온라인, 오프라인 등에서 이 생리대를 쓰면 생리통이 더 심해라는 말은 꽤 많았다.

그러다 20173,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의 생리대 VOCs 측정결과를 발표함으로 인해 그 논란이 점화되었다. 이때 10종의 생리대에서 VOCs가 검출되었다.

20178,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김만구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독성전문가, 역학조사전문가,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의 회의 결과이다.

20179, 식약처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총 666품목을 대상으로, 84종의 VOCs 중 인체 위해성이 높은 10종의 VOCs를 우선 조사했다. 12월에는 같은 품목을 대상으로, VOCs 74종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9월과 12월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모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다라는 것이 식약처의 결론이다.

한편, 이에 대해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전반적으로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한지에 대해 파악하는 데 조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발생한 특정 생리대로 인한 피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얼마나 있었는지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생리대 문제가 이처럼 말이 많았던 이유는, 국내외에서 생리대와 여성건강이 관련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생리대에 존재하는 VOCs 측정을 위한 공인된 기준도 없어서, 2017년도에 진행된 실험결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생리대 파동을 통해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관심 보이지 않았던 생리대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놓으니 국가도 움직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이 나라의 절반을 차지한 여성들의 건강과 관련된 부분이 이제야 논란된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하지만 변화에 의의를 두자면, 짧은 시간 내 급격하게 달라진 것은 충분히 놀라운 결과라 말할 수 있다. , 변화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보다 나은 요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결국, 생리대와 여성건강 연관성은 존재?]

식약처는 몇 번이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그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생리대는 여성들의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걸까? 2018,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의 건강영향 예비조사보고서를 찾아보자.

이 연구는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진행되었고, 생리대가 여성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연구 대상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 사실이 있었던 20~30대 여성 50명이다.

결론적으로는, 생리 관련 증상 (생리량 감소, 생리통, 덩어리혈 증가), 외음부 증상(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은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생리대 외 다른 요인에 의한 증상 가능성과, 일반여성을 대상으로 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도 이 연구결과를 통해, 건강과 생리대가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식약처에서 밝힌 VOCs 검사 결과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확정 지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생리대 논란 이후: 여성위생용품 시장의 변화, 그리고 여러 지적]

이처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는 남아있지만, 변화한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반응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먼저 201810, 식약처는 생리대에도 모든 성분을 표시하라는 전성분 표시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막상 이름만 전성분이고, 실제로는 품목 허가증에 기재된 성분만 표기하는 사실은 다들 모를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라는 의견도 있지만,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2018, 식약처는 생리대 VOCs 저감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생리대 주요 기업 5개사는 VOCs 함량에 대한 자율적 모니터링 검사를 실행했다. 그 결과 생리대에서 검출된 VOCs는 대부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고 식약처는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검증 주체에 제조업체가 포함된 것은 식약처가 규제 기능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일까. 유기농 생리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기존의 생리대와 다른 점은, 화학성분의 커버가 아닌 유기농 순면 커버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단가도 올라간다. 논란 이후, 유기농 제품이 늘어남으로 인해 더 높아진 가격은 여성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경제력 없는 여성일수록 구매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일반 생리대 가격에 대해서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의 조세롬 활동가는, “일본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생리대 단가가 200원 초반대다. 반면 우리나라는 300원이다.”라며 주재료나 원료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왜 우리나라는 낮은 단가로 나오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 방법도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생리대는 몸에 밀착한 제품으로 여러 화학물질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 특정 화학물질을 따로 분석해서 검사하는 것은 인체 유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예산문제 역시도 논쟁의 대상이다. 환경부가 2018년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에 대해, 올해는 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19년도 예산은 17200만원이다. 이에 시민단체는 인구 절반을 위한, 생리대 논란의 답을 내리기에 예산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생리대 파동의 현재 진행형 모습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변화했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떠올리면 끊이지 않는 논란만큼 여성들은 불안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과연 이 걱정은 언제쯤 사라질까. 단순하게 유해하지 않다라는 말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아직도 생리대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수치로 과학적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다.

이것은 누군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절반의 건강과 연관된 지점이다. 때문에, 국가에서 불안함을 확실하게 해소하지 않으면, 여성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여성들의 몫일까?’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