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왜 나쁜가?
비만이 왜 나쁜가?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7.03 09:00
  • 최종수정 2019.08.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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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고 방심하다간 훅간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비만, 비만,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요즘 들어 굉장히 흔한 슬로건이 되었다. 하지만 ‘비만이 왜 안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전문 의료인 또는 해당 분야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구체적인 예시와 적절한 이론적 근거를 들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미관상 좋지 못하고(심지어 요즘은 ‘미적 기준’이란 것에도 정부 규제가 들어가려고 하니 이제는 이런 말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TV에서 말하기를 무슨 무슨 성인병과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정도만 말해도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현실이 이런 지경이니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자신 또는 타인을 설득하는 게 쉬울 리 만무하다. 당장 딱히 아파서 죽을 지경도 아니고, 무슨무슨 전문가가 어찌저찌 했다던데 별로 기억은 안 난다. 그나마 와 닿는 부분은 ‘살 빼서 예쁘고 잘생겨 보세’ 느낌인데, 당장 오늘의 팍팍한 일상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윤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삼겹살이나 캔에 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시원한 맥주, 디저트 배는 따로 있으니 꾸덕꾸덕한 크림 맛이 진하게 퍼지는 케잌도 한두조각 입에 넣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서라도, 다이어트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단연코, 정말로 있다.

 

[심혈관 질환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비만의 유해성은 굉장히 많다. 얼마나 많냐고 물으신다면, 대략적인 병명과 관련된 부정적인 영향만 한번씩 슥 늘어놓기만 해도 이 기사에 배당된 페이지는 간단하게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물론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하지만 여기서 간략하게나마 써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비만으로 초래되는 심혈관 질환이다. 왜 우리는 심혈관 질환을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심혈관 질환이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동시에 가장 위협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만이라고 하면 보통 만성질환 같은 비교적 증상이 완만하고 느리게 나타나는 경우를 생각하기에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덜하다. 그러나 비만으로 인한 질환은 만성질환뿐이 아니다. 가장 치명적인 비만성 급성질환은 심근경색이다. 사전적 의미의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의 내부가 혈전으로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막혀 심장 조직이나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라고 한다.

일반인을 위한 설명으로 바꿔보자면, 우리의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 혈관 내벽에 침전물(죽상반)이 생성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가며 우리의 불쌍한 혈관은 점점 좁아지다가, 어느 날 죽상반이 터지고(일반적으로 염증 현상 때문이다) 피떡(혈전)이 생성되면서 혈관이 완전히 막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말해 무엇하나, 다른 혈관에 부하가 걸리든, 아니면 그 혈관이 터지든 하게 된다.

제일 큰 문제는, 이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터질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본인이 젊든 건강하든 간에 상관없이 단지 일정 이상의 비만체형에(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날씨가 좀 춥다 싶으면(추워서 혈관이 수축), 심근경색이 언제 어디서 누구의 몸에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셈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혈관이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비만으로 인한 심장질환? 그것 말고도 많다]

과체중 및 비만으로 인해 걸릴 수 있는 가장 흔한 합병증 가운데 하나는 바로 심부전증이다. 비만이 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가지 다른 위험 요소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심혈 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염증 과정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 연구에서는 비만이 심방세동 발병 위험성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미세하게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부정맥 질환의 일종으로, 혈전 형성을 촉진하고 뇌졸중과 심장 마비, 그리고 기타 심장 관련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 한국 심장학회 정기칼럼

위 설명은 복잡하지만, 정리하자면 매우 간단하다: ‘비만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염증상태를 일으키며, 호르몬 교란을 일으킨다. 이 3가지는 문자 그대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질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비만의 만병의 근원이란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심장질환만으로 범위를 줄여도, 심장질환은 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장은 몸 전체를 순환하는 피가 지나는 중추기관이며, 동시에 혈관을 통해 신체 곳곳의 최중요 기관들과 1차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심장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러한 기관들에도 곧바로 문제가 생긴다. 가장 전형적인 예시가 바로 신체를 관장하는 ‘뇌’다.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이, 심장에서 뇌로 직행하는 혈관이나, 혹은 뇌내 모세혈관 중 하나가 콜레스테롤로 인해서 막혀버리면 그날부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과는 작별을 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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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그러다가 훅간다]

혹시 여기까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인의 젊음과 건강함을 믿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마무리로 미국의 심혈관 질환 권위자인 콜드웰 에셀스틴의 저서 속 한마디를 언급하고자 한다.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 중에 사망한 미군의 시체를 부검한 결과, 20대의 젊은이들에게서 동맥이 심하게 막혀있는 동맥경화 증세가 만연해 있음을 발견했다. 한국군과 베트남군의 혈관은 상대적으로 매우 깨끗했으며, 혈관의 지방침착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전장에서 사망한 젊은 미군의 80%가 관상동맥질환의 징후, 심장혈관이 손상되거나 막힌 것이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병사들을 대상으로 매 10년마다 검사한 결과는 더욱 끔찍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된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 <The Prevent and Reverse Heart Disease (한국어판 제목 ‘지방이 범인이다’)>,

Caldwell B. Esselstyn(콜드웰 에셀스틴

안타깝게도 저 20대 젊은 미군들의 혈관상태와 오늘날 서구화된 식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당신의 혈관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현대 첨단의학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자세가 아닐까.

자료제공: 엠디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