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병원장의 편지 2
여성암병원장의 편지 2
  • 백남선(이화여대여성암병원장, 헬시에이징학회 회장)
  • 기사입력 2019.07.08 09:00
  • 최종수정 2019.07.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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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정보는 많다, 하지만 믿을만한 정보는 드물다. 그렇기에 이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 때가 되었다.

 
친절한 전문가

백남선 박사는 한국 원자력병원 병원장, 아시아유방암학회 회장,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

한국헬시에이징학회 회장등을 역임했으며,

1986년 국내 최초로 유방 보존술을 시행하고 1997년 한국유방암학회를 설립하는 등

여성 암의학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왔다.

또한 일본 국립암센터/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센터의 연구원/임상의사로 활동했고,

현재도 미국/유럽/중앙아시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선진 암의학을 전파하는

대한민국 여성 암의학의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지난 글에서는 환자의 입장에서 암을 적어보았으니, 이번 글에서는 암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을 더 써보도록 하겠다. 부디 여러 여성들에게 이 짧은 글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중 3명이 암과 관련되어 사망한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암이 가장 흔한 나라라고 불릴 정도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암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일반적으로 암이라고 하면 여러가지가 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흔한 암들이 있다.

 

[난소암, 여성의 생명을 위협한다]

난소암은 여성암 사망률 1위이다. 발병률은 낮지만 사망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왜일까? 바로 난소암 역시도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발병과 전이가 비교적 빨라 환자 스스로가 초기에 발견해내는 것이 어렵다.

게다가 난소암의 재발율도 50~70%로 매우 높다. 따라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선행되어야 한다.


[간암, 모 아니면 도]

OECE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간암 사망자수가 연간 약 12,000명으로, OECD국가 중 간암 사망률이 1위이다. 그런데 더욱 슬픈 사실은 그래봤자 한국에서는 암 사망원인중 2위라는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간암이 진행되어 75%가 망가져도 간 기능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사망률은 높은데, 이런 특성 때문에 또 치료 성공률도 어느정도 높다, 말하자면 ‘모 아니면 도’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어떤 환자분의 경우는 3개월 전에 신체검사에서 간 기능이 정상으로 나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큰 암이 생길 수 있느냐고 놀라 질문을 한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간의 질환은 많은 경우에 초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이미 상당한 진행이 되어서야 발견된다.

그래서 정기 건강검진에는 간 기능도 중요하지만 간을 잘 볼 수 있는 초음파나 복부CT와 같은 검사를 해야 한다. 이때 초음파 검사는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 방법은 예방이다]

앞에서 언급한 간암도 한국에서는 고작 암질환 중 사망원인 2위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망의 1위는? 소제목에서 다들 눈치챘다시피 폐암이다. 한국에서 폐암 사망자수는 연간 약 18,000명에 달한다(통계청 2018년 기준).

폐암 역시도 초기 자각증상이 크게 없어, 대부분 상당수준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기 때문에 조치가 힘들다. 실제로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이 기침과 가래인데, 기침좀 나고 가래가 끓는다고 누가 폐암까지 의심하겠는가? 심지어 본인이 흡연자거나, 공기가 안 좋은 지역에서 거주한다면 말이다.

현재의 의료수준으로는 아직 폐암을 완치시킬 수 없다, 예방이 정답이라는 소리다. 다만 수많은 유능한 제약사와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신약을 연구하고 있으므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좋은 소식이 있을 듯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인들을 위협하는 가장 흔한 암, 위암]

우리는 매운 음식을 잘 먹기로 정평이 난 민족이다. 일부 외국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묘사할 때 쓰는 말이 바로 ‘고추를 고추장 소스에 찍어먹는 민족’일 정도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특히 남성보다 여성들이 매운 음식을 더욱 사랑한다는 것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위암의 증상은 ‘속쓰림’이 제일 많은데 어쨌든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있을때 미리미리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상황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먼저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어떤 때는 배꼽에, 어떤 때는 좌측 쇄골위의 목 부분에 멍울이 느껴지기도 한다.

위암의 진단은 위내시경으로 아주 작은 0.5cm 미만의 종양을 미리 찾아내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정확히 판독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를 만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시경검사는 위가 쪼글쪼글하기 때문에 가스를 만드는 약을 복용해서 물리적으로 펴는 등의 어려운 조작이 필요하다. 현재 이런 기술은 일본과 한국이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장암, 부유한 자들의 병]

대장암은 발생률이 네 번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옛날 한국이 가난했을 때는 대장암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시절에는 먹을 것이 귀해 잡곡과 시래기 등등의 채소 위주의 식단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채소 위주의 식단에는 당연히 섬유질이 많이 들어있다. 이 섬유질은 우리 몸에 들어온 발암 물질을 흡착해서 대변으로 되어 발암물질을 계속 빼내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대장암을 부유한 자들의 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특히 젊은 층들은 햄버거, 피자나 케잌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여러 가지 탄산음료를 자주 마신다. 또한 최근 들어 식습관의 서양화로 고기를 과다하게 섭취하고 있다. 물론 우리 몸에 단백질도 꼭 필요는 하지만, 결국 대장/직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식물성 섬유질이고, 대변을 매일 봐야 이런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비빕밥은 최고의 건강식이다.

 

[유방암, 서구화 질병의 대표주자]

한국에서는 유방암 발병률은 매년 6~7%씩 증가한다. 이렇게 유방암이 발생이 많아지는 이유는 바로 식생활이다. 모든 암의 원인들 중 음식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듯이, 유방암도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음식의 섭취량이 높을수록 많이 발생한다.

2010년 미국에서 유방암 환자가 26만 명이 새로 발생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서 유방암 발병 비율이 4배가량 높다. 그만큼 미국의 서양식 식단이나 운동부족, 갱년기 때문에 쓰는 여러 가지 호르몬 대체요법 등이 유방암을 야기한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