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병원장의 편지 3
여성암병원장의 편지 3
  • 백남선(이화여대여성암병원장, 헬시에이징학회 회장)
  • 기사입력 2019.07.16 09:00
  • 최종수정 2019.07.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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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포크라테스의 한마디, 식약동원

[헬스컨슈머] 정보는 많다, 하지만 믿을만한 정보는 드물다. 그렇기에 이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 때가 되었다.

 
친절한 전문가

백남선 박사는 한국 원자력병원 병원장, 아시아유방암학회 회장,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

한국헬시에이징학회 회장등을 역임했으며,

1986년 국내 최초로 유방 보존술을 시행하고 1997년 한국유방암학회를 설립하는 등

여성 암의학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왔다.

또한 일본 국립암센터/미국 하버드의대 다나파버 암센터의 연구원/임상의사로 활동했고,

현재도 미국/유럽/중앙아시아 등지를 돌아다니며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선진 암의학을 전파하는

대한민국 여성 암의학의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앞서도 많은 언급을 했지만, 암이란 것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한다. 이것은 서술적인 표현인 동시에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많은 사람’이란 것은, 당신이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가족관계를 봤을 때, 암환자 한 명이 발생함으로써 고통받는 사람을 세려면 두 손도 모자란다. 단순 산술적인 계산으로도 환자와 직계가족은 물론, 친척과 친구 등을 합쳐 따져볼 때 열명 내지 열다섯 명 이상이다. 이것은(환자 자신의 고통이 가장 크겠지만) 가족 등 주위 사람들에게도 또한 정신적/경제적/시간적으로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매해 암으로 손실되는 경제적 손실은 35~45조원 정도에 이른다.

건강이란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만큼 중요한 것은, 암에 걸렸다고 해서 다 죽는 것이 아니라는 긍정적인(그리고 올바른) 인식도 필요하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예방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모두 놔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국민들과 소비자들이 암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의 중요함은 백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의 주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유방암과 그 예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보고자 한다.

 

[뭐가 되었든 일단은 예방이 최고]

癌은 게(crab)와 같은 성질이 있다. 암은 자라면서 바위 돌처럼 딱딱해지고 멀쩡한 신체조직들 사이에 숨죽이고 있으며, 언제 어디로 전이될지 모른다. 또한 게처럼 한번 물면 놓지 않으려는 성질도 있어 조기 발견하여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유방암의 경우에도 유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뼈, 폐, 간, 난소, 뇌 등으로 전이되는 성질이 있다.

뭐가 되었든 일단은 예방이 최고이며, 그 다음이 바로 조기 처치다. 이런 조기 처치를 위해서는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수적이다.

요사이는 국가의 의료보험제도의 편의, 경제적 여유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건강검진차원에서 초기에 찾아오는 환자가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여성이 수줍음과 두려움 때문에 병이 많이 진행된 후에 찾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찾아온 환자의 몸에서 8.9kg나 되는 유방암을 수술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적절한 예방조치가 있었다면 그런 심각한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을 터이다.

 

[임신 중의 유방암 치료]

보통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고는 한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불균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일상인 때애는 젊은 사람들의 건강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렇게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며 예방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직면하게 되는 정말로 무서운 일이 있다, 바로 임신중에 덜컥 유방암 진단을 받게되는 것이다.

임신 중이나 수유 중에 유방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나(2-3%) 일반적으로 결과가 나쁜 편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여러가지 신체적 이상을 동반하는 임신/출산에 가려져서, 정작 유방암은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임신에 의해 여성호르몬이나 젖 분비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유방암조직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임신에 의해 체내의 면역상태가 떨어지며, 유방조직내의 혈류를 증가시켜 암세포 전이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세침세포검사 등으로 조기 진단하여 조기 치료를 받으면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임신 초기에 유방암은 굉장히 어려운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바로 ‘유방암이 발견되었을 경우, 임신중절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것이 산모, 그리고 더 나아가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참으로 두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중에서 정답이라고 할 만한 만족스러운 대답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의 액와부(겨드랑이 부위)에 림프절 전이가 이미 있거나, 또는 위험도가 높은 암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임신중절을 하고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 등으로 치료하는 것을 추천한다.

임신중반기의 유방암은 임신상태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아도 큰 문제는 없지만, 임신 후반기에 유방암을 발견했는데 병기가 3기 이상이거나 암의 성장 속도가 빠를 때에는 임신을 중단시키고 유방절제술을 받아야한다.

Dr. Peters의 보고에 의하면 35세 이하의 여자에서는 유방암 치료 후 1년 지나서 임신하여 출산한 여자는 10년 생존율이 약 2배 높았다고(27%54%) 한다. 그러나 의사에 따라서(Dr. Holleb) 유방 절제 후 3년~5년 후 임신을 권유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유방암의 치료법의 선택은 여러 가지 인자를 고려해야하며, 유방암 전문 치료의사가 개개인에 적합한 치료법으로 치유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재발율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예방의 미학]

유방암의 원인이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완전한 예방은 어렵다. 하지만 단연컨대 모든 암은 생활습관성/환경성 발암물질(고지방, 고칼로리의 음식물과 공해, 음주, 흡연 등)의 지분이 40~50%에 달한다.

따라서 건강한 음식들과 금주/금연 등의 결단을 내리고(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 구체적인 내용들은 흔하고 흔하니 여기서 굳이 또 언급하진 않겠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스스로의 몸을 아끼도록 하자. 일이 터지고 나서야 수많은 고통과 고난을 통과하는 것 보다는, 사전에 조금씩만 가꿔주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약속받는게 더 멋진 선택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예방의 미학’이 아니겠는가.

30세 이상의 여자들은 적어도 1달에 1회 자가진단하고 40이 넘은 여성은 적어도 2년에 1회씩 유방진찰을 받으면 현재 유방암의 1/3이 1차 예방(완전한 사전 조치)이 될 수 있고 1/3은 2차 예방(조기 진단, 조기 치료)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2차 예방을 위해서는 성인이 된 모든 여성에게 매달 유방의 자가 진단을 하도록 계몽하고, 의사들은 여성들의 진찰 시 유방 진찰을 빼지 말아야 하며,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유방암 치료 전문의에게 매년 1회 정도 유방암 검진을 받고(20대 여성은 유방 특수 촬영을 가능한 한 피한다. 왜냐하면 X-ray 자체가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멍울이 만져질 때는 세침 세포검사가 가장 바람직하다.), 30대, 40대 여성은 누구나 매년 유방 검진을 받되 유방 특수 촬영은 2~3년마다 하면 되며, 50대 이상은 매년 검진을 받고 매년 촬영해 보는 것이 좋다.

 

[음식을 약으로 삼고, 약을 음식으로 여기라]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바로 강한 약은 동시에 강한 독이란 것이다. 미국에서는 여성의 폐경 증상을 없애기 위해 흔히 호르몬 요법(HRT-hormone replacement therapy)를 사용한다.

하지만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HRT의 효용성 및 효과를 조사한 결과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을 투여한 HRT는 유방암 발생빈도를 26% 증가시키고 심장과 뇌혈관 질환의 발생빈도도 높인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몸의 작용에 영향을 끼칠 만한 강력한 약물은, 동시에 몸의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끼쳐 전체의 미묘한 균형을 망가뜨린다는 의미다. 따라서 약물은 최후의 방법으로 놔두고, 증상 완화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콩류음식, 끼절가리, 붉은 토끼풀, 아마씨, 칡즙, 석류, 달맞이꽃유 등을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양의학의 시초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을 약으로 삼고, 약을 음식으로 여기라”는 말을 남겼다. 가장 멋진 치료법은 결국 우리의 일상에 있다, 자연과 인간의 몸이라는 신의 작품 속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