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백작과 같은 ‘피임약’의 이중성
아수라백작과 같은 ‘피임약’의 이중성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7.31 13:00
  • 최종수정 2019.07.3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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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인식의 변화

이놈의 지겨운 생리!”

[헬스컨슈머] 아이 계획 없는 가임기 여성이라면 생리를 거부하고 싶을 것이다. ‘원하지도 않는데 자궁은 왜 아이를 위한 집을 짓고, 집을 부수는 건지라며 자궁 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즐거운 휴가철이 다가왔다.

보통 휴가 때는 여행을 떠나거나, 피서를 위해 바다로 놀러가기도 한다. 지겨운 생리통, 여행 다니면서도 위생용품을 자주 교체 해줘야하는 번거로움, 심지어 물놀이의 곤란함까지.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처럼 휴가와 생리날짜가 겹친다면, 생리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생리기간을 미루고,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피임약을 복용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는 피임약이 몸에 해롭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구피임약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또한 꽤나 위험한 부작용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라면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위험한 부작용, 혈전증]

먼저 흡연하는 여성의 경우, 경구 피임약을 주의해야 한다. 흡연은 경구피임제로 인한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혈전증 등)의 위험성을 증대시킨다. 여기서 혈전증이란, 혈관 속에서 혈액이 굳어져서 발생하는 아주 위험한 질환이다. 혈전증이 어느 부위에 발생하느냐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동맥에 발생하면, 신체 조직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허혈(동맥이 수축하여 유입이 감소) 증상이 주를 이룬다. 반면 정맥에 발생하면, 혈액이 말초까지는 도달하나 심장으로 되돌아오지 못하여 발생하는 울혈(몸 속 장기나 조직에 피가 모임) 증상이 주를 이룬다.

동맥 혈전증은 급성 심근 경색증, 뇌졸중, 폐 혈전증, 급성 말초동맥 폐쇄증이 나타날 수 있다. 정맥 혈전증의 경우에는 심부정맥 혈전증, 급성 신장정맥 폐쇄증 등의 증상이 보일 수 있다. 동맥혈전증은 매우 급한 치료를 요구하는 응급상황이 많다.

또한 혈전증이 심각하게 발생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경구피임약 복용으로 인한 혈전증 발생 위험이 높은 편은 아니다. 피임약 유명 브랜드인 '머시론'에 따르면, 경구피임약 복용 중 혈전증은 드물게 발생하며, 그 확률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혈전 발생의 위험보다 낮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는 경구피임제 성분인 데소게스트렐·에티닐에스트라디올 복합제 등의 주의사항을 신설하는 허가사항 변경안을 확정했다. 그로 인해 앞으로는 특정 성분이 들어간 경구피임약의 경고 항목에는 '35세 이상 흡연자는 이 약을 투여해서는 안 된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35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심혈관계 질환 또는 혈전증의 위험요인인 나이, 흡연여부, 가족의 병력, 비만 등을 고려하고 복용해야 한다. 만약 경구피임약 복용하면서 다리 부종에 심한 통증이 생기는 경우, 갑작스러운 가슴통증, 호흡곤란, 기침, 객혈, 시력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않고 병원에 가야 한다.

그 외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으로 유방통, 두통, 기분변화, 예정에 없던 질 출혈,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피임약의 종류]

모두가 알다시피, 피임약이란 사전에 피임하는 경구피임약과, 사후에 피임하는 사후피임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구피임약

경구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을 조절하여 피임을 하게 해준다. 여기서 경구피임약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복합 경구피임약과 프로게스테론만을 함유한 프로게스테론 단일 경구피임약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제품은 대부분 전자이므로, 이 글에서는 전자에 대한 내용만 다루고 있다.

또한 생리를 늦추기 위해 만들어진 약은 아니지만, 생리 지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리지연을 위해서는 예정일 7~10일전부터 미루고 싶은 당일까지 하루 한 알씩 비슷한 시간대에 복용하면 된다. 복용을 중단하면, 미뤄졌던 생리가 시작된다.

피임을 목적으로 할 경우, 다음 달 피임을 원한다면, 이번 달 생리가 시작된 날부터 매일 한 알씩 복용한다. 약국에서 구입한 약은 보통 21정이 들어있다. 21정이라면, 21일간 복용 후 7일간 복용을 멈춘다. 그리고 7일이 지난 8일째부터 다시 복용하면 된다.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은 약이라면 보통 28정으로, 휴약기 없이 28일간 복용한다. 물론 제조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안내문을 읽거나, 전문가의 상담에 따라서 복용해야 한다.

-사후피임약

사후 피임약은, 성관계 후 피임을 하지 못했을 경우(혹은 실패할 경우) 임신을 피하기 위해 대처할 수 있는 약이다. 경구 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이 약 10배 이상 높다. 체내 호르몬 농도를 인위적으로 급격하게 증가시켜서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고용량의 복합 호르몬제를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하는 방법이다. 성관계 24시간 내 복용하면 성공률은 95%, 48시간 이내면 85%, 72시간 이내에는 58%이다. 72시간 이후에는 복용의 의미가 없다. 문제는 고용량의 호르몬을 복용하여 인체의 균형을 흔들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하며, 가급적 피해야할 방법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긍정적인 효과는, 난소암 예방효과]

경구피임약의 대표적 효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난소암 예방이다. 피임약으로 인해 난소암의 위험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난소암은 여성호르몬이 높아지면 발병위험도가 올라간다. 한편, 경구 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호르몬을 실제 복용하게 되면 난소에서 배란이 안 되며 난소의 본래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된다. 이에 체내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이 매우 낮은 상태로 유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구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40~50% 가량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구피임약이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있다. 때문에 난소암 예방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일차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장점은 생리량과 생리통의 감소 등과 높은 피임성공률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경구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무려 약 98%이다. 피임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호르몬 피임제, 자궁 내 장치(콘돔도 포함), 질외사정, 월경주기 조절법, 불임수술 등이 중 상대적으로 가장 손쉽고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경구 피임약이다.


[피임약: 사회적인 인식변화]

한편, 예전부터 피임약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 이유는, 피임약이 여성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피임과 더불어 임신, 낙태, 더 나아가 출산이 여성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불안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신과 출산은 생물학적인 신체구조로 어쩔 수 없다 해도, 피임까지 여성이 감당해야 하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물론 남성들도 콘돔을 사용하여 피임을 한다. 하지만 콘돔의 경우, 남성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피임약은 여성들에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감당해야할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다. 또한 콘돔은 불편하다며 피임 실패확률 높은 질외사정을 하는 남자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현재, 인식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노 콘돔, 노 섹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생활과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여성의 지위와 목소리도 커져서 그 힘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피임약과 관련하여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지난 3,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대 연구팀이 남성용 피임약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이 연구는 개발된 남성용 피임약을 복용 시 정자의 생산을 줄여서 피임의 기능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물론 아직 시작단계에 가까워서 효과가 입증되려면 10년의 과정이 걸린다고 한다. 아직 먼 미래이지만, 남성용 피임약이 대중화되면 성생활에 대한 책임과 피임에 대한 고민을 남녀가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피임약 광고도 변해가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 피임약 광고를 떠올리면, 연애와 성에 대해 수줍어하는 여성들의 풋풋함을 주제로 내세웠다. 반면 최근 나온 광고는 나의 일상을 위한 피임약으로 내세우기 시작한다. 이 광고의 내용은 피임을 위한 목적보다는, 생리주기를 조절하여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피임약과 관련된 변화로 알 수 있는 점은, 바로 사회가 여성의 삶에 대해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생리대 파동처럼 말이다. 피임약 광고는 점점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여성이 더 짊어져야 했던 성생활에 대한 문제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인식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피임약은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사실 어떠한 약이라도 부작용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에 부작용의 위험성을 알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효과와 부작용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의 차이는 크다. 알지 못했을 경우, 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는지 모르기에 대처가 미흡하다. 반면, 알고 먹는다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누구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당신이 이 말에 수긍을 한다면, 앞으로 설명문을 자세히 보는 습관부터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그 작은 습관이 쌓여 당신의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