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재 원장의 하얀색 음식 이야기(3)
홍영재 원장의 하얀색 음식 이야기(3)
  • 홍영재(대한의사협회 이사, 대한노화방지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19.07.23 09:00
  • 최종수정 2019.07.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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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의 식량주권을 위한 헌사

[헬스컨슈머] 정보는 많다, 하지만 믿을만한 정보는 드물다. 그렇기에 이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 때가 되었다.

최근 양파가 풍년이 들어 산지의 양파가격이 끝없이 내려가고, 많은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흉년이 들어도 문제고, 풍년이 드는 것도 문제라니? 참으로 이상한 말이 아닌가! 우리 마음속의 풍년이란 아름다운 황금 물결이 출렁이는 너른 들판, 그리고 온갖 풍성한 과일과 채소가 곳간을 넉넉하게 채우는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그런 풍년은 곳간뿐 아니라 농민의 마음까지도 채워주어야 한다. 땀흘려 일한 사람들의 노동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의 수호자인 농민들이 그런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최고의 야채 중 하나인 양파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식사법이 잘못되었다면 약이 소용없고, 식사법이 옳다면 약이 필요없다.’

- 고대 <아유르베다> 속담

[양파, 신참내기 '신토불이(身土不二)']

양파는 특유의 매운 맛과 냄새가 강하지만, 익히기만 하면 아련한 단맛과 향을 내며 많은 음식에 무난하게 녹아든다. 그 때문일까? 이제는 마치 터줏대감처럼 찌개, 찜, 탕, 볶음, 전, 나물, 장아찌, 김치 등의 거의 모든 한식요리에 다양하게 들어가니 우리나라 음식과의 어울림과 궁합이 참 좋은 식재료라 할 수 있다. 참 고마운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양파이지만, 의외로 한반도에서 양파의 역사는 조선 말기쯤에나 겨우 시작되었다. 즉, 기껏해야 200년가량의 시간동안 이처럼 한 나라의 식문화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소리니, 양파가 얼마나 멋진 채소인지 알 수 있다. 신토불이는 맞지만, 신참내기라고나 할까.

양파는(원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대 이집드 시대부터 섭취된 유서깊은 농작물이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의 벽화에는 마늘과 함께 양파 역시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그리스에서도 기원전 7세기 즈음부터 양파를 재배했다고 하니, 인간의 식생활에서 양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만큼인지 알 수 있다.

 

[‘신토불이’에는 농민의 피땀이 숨어있다]

그러나 이처럼 흔하고도 널리 쓰이는 양파는, 키우는데 매우 손이 많이 가는 채소이다. 파종 후 7~10개월이나 되는 시간을 돌봐야 비로소 수확할 수 있는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긴 재배 기간만큼 까다로운 것이, 바로 특정 시기에만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종류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든 양파종류는 톡 쏘는 자극적인 냄새와 매운 맛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번 익히기만 하면 은은한 단맛을 내는데, 이것은 바로 이황화프로필알릴과 황화알릴 등의 화합물 때문이다. 이 성분들은 열을 가하면 대부분 기화되기 때문에 강한 향은 사라지게 되고, 기화되지 않고 남은 성분은 분해되어 설탕의 몇십 배의 단맛을 내는 메틸머캡탄이나 프로필멜캅탄으로 변화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양파의 비밀]

이런 흔한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분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의 비밀이다.

양파가 건강음식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자극적이고 강한 냄새와 맛을 내는 이황화프로필알릴과 황화알릴 등의 화합물들 덕분이다. 이런 성분들은 소화액 분비/이뇨작용이 있어 사람의 소화와 부종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만이다. 또한 살균/항균 작용이 뛰어나 디프테리아, 결핵균, 이질균, 포도상구균 등에 대해 항균 작용을 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적이어서 고혈압,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병 등 성인병의 예방에 좋다.

게다가 고기/생선요리에서 설탕 등의 감미료를 대신하여 양파로 단맛을 낸다면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고 냄새를 잡아줄 뿐 아니라, 설탕의 유해함까지 예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또한 항암효과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방암과 피부암 등 여러 암에 대해 예방 효과뿐 아니라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또한 비타민 B1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작용도 해서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체내콜레스테롤의 축적을 억제하고, 피로를 회복시키며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참고로 열을 가하면 이황화프로알릴과 황화알릴 성분 등이 기화되므로 몸에 좋은 이 성분들을 많이 섭취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양파를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 땅의 식량주권을 위한 헌사]

여기까지 인류의 식탁을 책임져온 또 하나의 멋진 친구인 양파에 대해 적어보았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양파가 얼마나 탁월한 효능을 가졌는지는 대부분 어렴풋이 알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좋고, 또한 그런 훌륭한 채소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는 소비자들에게 양파를 소비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이 훌륭한 채소를 땀흘려 재배하는 농민들의 시름을, 이 땅의 식량주권을 위한 이들의 헌신을 기억해주시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