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균'이란 건 없습니다
'향균'이란 건 없습니다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7.31 13:00
  • 최종수정 2019.07.30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항균, 살균, 멸균의 차이

[헬스컨슈머] 간혹 다양한 제품에서 ‘99.9% 향균이라 적힌 문구를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래서 향균이 정식명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어에 향균이라는 말은 없다. 이는 우리가 잘못 봤거나, 혹은 업체에서 항균을 향균이라 잘못 표기했던 흔한 실수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향균이란 말이 없다는 걸 몰랐듯, 살균과 멸균의 차이에 대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그 단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항균: 균을 막는 수비대]

그렇다면 '항균'이란 무슨 뜻일까? 항균은 '균에 저항한다'라는 의미로, 균이 자라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리고 항균 제품들은 균이 침투하거나 자라지 못하도록 물리적, 화학적인 처리를 한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100%가 아닌 99.9%로 항균 혹은 살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한국분석시험연구원(KATR)에 따르면, 식별되지 않은 균이 남아있을 수도 있으며 현실적으로 100% 항균이나 살균의 수치가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100% 항균 또는 살균 제품은 시중에 나와 있지 않다.


[멸균, 살균: 균을 없애는 공격대]

멸균과 살균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도 대략 '균을 없앤다'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그 뜻을 검색해 봐도 비슷한 의미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둘은 조금 차이가 있다. 그 뜻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멸균이란, 물체에 존재하는 모든 세균, 바이러스 등을 제거시켜서 무균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살균도 균을 제거시키는 것은 동일하지만, '무균상태'라고 말하기 애매한 지점이 있다.

이쯤되면 '도대체 무슨 말이야'하고는 헷갈릴 것이다. 그래서 두개를 구분할 수 있는 대표적 예시로, 우유의 살균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유의 살균법(여기서는 멸균방법도 포함되어있다)에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 온도와 시간에 따라 방법을 구분하며, 이를 저온 장시간 살균법, 고온 단시간 살균법, 초고온 단시간 살균법이라 부른다.

먼저, 저온 장시간 살균법(LTLT)은 우유의 공장생산 초기에 사용하던 방법이다. 60~65도로 약 30분간 가열하여, 유해균은 사멸시키고 유익균은 남게 하는 방법이다. 영양분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인다. 다만 생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단가가 비싸진다.

그리고 고온 단시간 살균법(HTST)72~75도에서 약 15초 정도 가열하는 방법이다. 앞서 언급한 저온 장시간 살균법과 차이는, 유익균이 더 파괴된다는 점이다. 대신 짧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생산에서 효율적이다.

마지막은 초고온 단시간 살균법(UHT),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130~150도 사이에서 2~5초 정도 가열하는 방법이다. 또 여기서 온도와 시간에 따라 살균우유와 멸균우유로 구분할 수 있다.

원유를 130도쯤에서 가열하게 되면 살균우유가 된다. 대량 생산과 살균효과를 극대화시킨 방법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방법들에 비해서 유익균이 더 많이 죽지만 아예 사멸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135~150도라면, 멸균우유가 된다. 멸균우유는 균을 완전히 사멸시켜서 보존성이 높다. 상온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이 넉넉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단점은 유익균까지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멸균우유는 멸균실에서 충전과 포장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광선이 들어가지 않도록 만들어진 특수 가공 팩에 포장되어 멸균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제 멸균과 살균의 차이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오고 있을 것이다. 이 둘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둘의 구분은 어떠한 균(유익균 마저도)이라도 남아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간단히 말해 균을 아예 없애는 것이 멸균, 균을 죽이되 어떠한 균이라도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살균인 것이다.

한편, 많은 이들이 멸균우유는 모든 균을 사멸시킴과 동시에 영양소도 많이 파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우유 유명브랜드의 홈페이지에 가서 영양분석표를 살펴봤다. 그 결과, 멸균우유와 살균우유의 영양소에는 큰 차이가 없이 대부분 동일했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멸균우유는 살균우유와 영양성분의 거의 동일하며, 설정온도와 시간을 지키면 영양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정리하자면, 멸균과 살균이 균을 제거하는 '공격대'라면, 항균은 균을 막아주는 '수비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제품에 향균, 항균, 멸균, 살균이란 단어들이 뒤따르고 있다. 이 뜻을 제대로 알고 소비해야 진정 현명한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품의 라벨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멸균우유와 살균우유의 영양성분 비교 가능한 내용 등)가 담겨있다. 만약 그동안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었다면, 오늘부터 제품의 라벨을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이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