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올리브) 1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올리브) 1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19.07.30 09:00
  • 최종수정 2019.10.0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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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 편

[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양은 재밌어야 한다

홍익희 교수는 한국무역공사(KOTRA)에서 경남무역관장, 파나마무역관장,

멕시코무역관장, 마드리드무역관장, 밀라노무역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배재대학과 세종대학에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과 리더십을 가르쳤으며, 현재도 대우교수로 재직중이다.

또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이 외에도 수많은 굵직한 저서를 내며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성경에는 축복받은 7가지 식물이 나온다. 감람나무(올리브), 포도나무, 종려나무, 석류, 무화과, 밀과 보리이다. 오늘은 이런 올리브에 대해 알아보자.

성경에는 올리브나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창세기에 “노아의 홍수가 끝난 후 비둘기가 올리브나무 가지를 물고 왔다.”라는 구절이 있다. 노아의 배가 정착했다는 터키의 아라랏산 일대서부터 가나안에 이르는 광야 지역이 올리브나무의 원산지라고 한다.

 

[올리브나무의 특성]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사막성 기후의 땅에서 자라느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뿌리를 땅속 깊이 내려야 한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살아남으려면 성장속도를 줄이고 나이테를 겹겹이 짧게 쌓아 수분증발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렇게 생존을 위해 올리브나무는 심긴 지 15년 동안 뿌리만 내린다. 그렇게 뿌리를 깊게 내린 후에야 비로소 첫 열매를 맺는다.

올리브나무 열매의 첫 기름은 가장 좋은 기름이기 때문에, 왕의 대관식과 사제서품에 쓰인다. 거룩한 기름인 것이다. 옥토에 심긴 나무들조차 가뭄으로 죽을 때에도 올리브나무는 깊은 뿌리 덕분에 바위투성이 땅에서 살아남아 1000년 이상 열매를 맺는다. 예루살렘 겟세마네 동산의 올리브나무들도 수령이 거의 1000년 이상 되었다. 심지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전에 심겨진, 수령 2300년이 넘은 것도 있다. 올리브나무는 특이하게도 가지가 잘려나가도 밑동에서 계속 새 가지가 돋아나 열매를 맺는다. 참 올리브나무에 돌 올리브나무를 접붙여도 잘 자란다.

올리브나무가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독특한 면역체계 때문이다. 메뚜기 떼가 공격해서 올리브나무를 갉아먹으면 올리브나무는 독특한 화학성분을 합성하여 냄새를 분비하는데, 이것이 바람에 날려 옆의 나무에 옮겨진다고 한다. 옆의 올리브나무들은 메뚜기 떼의 공격을 막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기 시작해 먼저 공격당한 나무는 죽지만 옆의 나무들을 살린다고 한다. 자기 한 몸을 희생해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다.

 

[원거리 교역의 원조]

지중해 사람들은 고도비만이나 혈관질환이 없는 편이다. 올리브유와 포도주 덕분이란다.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고대에도 잘 알았던 듯하다. 고대에 올리브유는 귀한 상품이었다. 사막성 기후 가나안 광야에는 올리브나무가 많이 자랐다. 가나안 사람들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올리브유와 포도주, 소금, 말린 생선을 갖고 해상교역을 시작했다. 그들이 인류 최초로 원거리 항해를 시작해 지중해 교역망을 구축한 사람들이다.

기원전 2000년경에 가나안 사람들은 멀리 영국의 남부 콘웰 지방에서 발견된 대량의 주석을 소금과 올리브유, 포도주를 주고 바꾸어 왔다. 이로써 유럽에 청동기문명이 만개될 수 있었다. 고대 가나안에서는 재산의 많고 적음을 따질 때 그가 가지고 있는 양들과 올리브 나무들의 수를 세어 가치를 매겼다고 한다. 그만큼 올리브나무는 귀한 가치가 있었던 식물이었다.

가나안 사람들이 지중해 교역 거점지역을 넓혀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들 올리브나무를 그리스 지역과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등지로 순차적으로 옮겨심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가나안 사람들을 ‘페니키아’라 불렀다. 페니키아란 그리스어로 ‘자주색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올리브나무와 연관된 신화]

올리브는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이와 연관된 재미난 신화도 있다. 옛날 아테네는 최초의 건설자가 케크롭스였기 때문에 ‘케크로피아’라고 불렸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이 도시를 서로 자신이 다스리겠다며 제우스에게 간청했다. 이 건에 대해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12신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신이 케크로피아의 수호신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휘둘러 큰 바위를 부순 다음 아름다운 말(Horse)과 샘을 만들어냈다. "내가 줄 것은 말이다. 너희들은 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가 적을 무찌를 수도 있고, 무거운 물건도 나를 수 있다. 또 쟁기를 매달아 밭을 갈 수도 있다."

반면에 아테나는 창으로 땅을 내리쳐 한 그루의 나무가 솟아나게 했다. 나무는 자라나 가지를 뻗으며 수없이 많은 푸른색 열매를 맺었다. "내가 줄 것은 이 올리브나무다. 한낮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도시를 아름답게 꾸며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열매에서 나는 기름은 여러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말이나 올리브 모두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말은 투쟁을 상징하는 반면 올리브 나무는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기에, 사람들은 고민 끝에 올리브를 선택했다. 그때 이후로 이 도시는 여신의 이름을 따 아테네라 불리게 되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양한 쓰임새의 올리브, 그리고 철학자 탈레스]

그 뒤 고대 그리스에서 올리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식물이었다. 그들은 올리브를 국화로 삼았다. 또 올림픽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월계관의 재료로 올리브 잎을 쓰기도 했다. 탈레스가 살던 시대에는 올리브의 쓰임새가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해 ‘황금의 액체’로 불렸다. 올리브유는 식용유 이외에도 밤을 밝혀주는 등불이자 치료용 약품이었으며, 정치에서는 왕의 머리 부음, 종교에서는 제사장의 서품에 쓰이는 신성함의 상징이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올리브의 다양한 용도와 수요에 주목했다. 그는 올리브 흉년이 든 이듬해 풍년이 올 것을 예상하고 올리브기름을 짜는 착즙기를 모조리 사들였다. 흉년이 들어 필요 없어진 착즙기를 헐값에 팔아넘긴 사람들은 풍년이 들자 자신들이 판 금액의 몇 배에 해당하는 값을 치르고 탈레스의 착즙기를 빌려야 했고, 탈레스는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

 

[건강식품으로서의 올리브]

수많은 장수촌이 밀집해 있는 지중해 국가들의 식단에는 항상 올리브유가 빠지지 않는다. 올리브유는 요구르트, 양배추와 더불어 서양의 3대 장수식품이다.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요리를 지중해 식단이라고 하는데, 이들 지역 사람들이 가장 낮은 심장질환발생률을 보인다는 중요한 연구결과가 있다. 그들이 애용하는 올리브유가 혈관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씻어내어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데 특히 여성의 유방암 발생을 줄여준다고 한다.

올리브나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개인이나 국가도 뿌리가 튼튼해야 하고, 공동체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 섭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올리브유를 드실 때 가끔은 이런 이야기들을 기억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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