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꼭 고통스러워야 할까
항암치료, 꼭 고통스러워야 할까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7.31 10:00
  • 최종수정 2019.07.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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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항암치료’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독한 항암제로 인해 머리가 빠져 모자를 눌러쓴 환자의 얼굴, 또는 고통스러운 치료과정으로 여위어가는 몸 등을 떠올린다. 이처럼 항암치료 과정이라는 것은 환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기뻐하자,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이상 항암치료를 진행하면서 고통을 겪을 일이 없어질 수도 있다,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항암치료의 과정은 화학항암제를 통해 항암치료를 받는 모습이다. 우리가 이런 모습을 상상하게 된 이유는 화학항암제의 비선별적 작용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약물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무작위로 손상시켜 탈모, 구토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다행히도, 항암치료제는 꼭 화학항암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등장한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암세포만 공격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도 좋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만 사용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환자가 1-2년 뒤 내성이 생겨 결국 일반 항암제 치료를 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암 치료법이 바로 면역항암제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다, 특별한 상황에서도 평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면역체계이다. 하지만 암 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속인다. 암세포가 생겨난 초기에는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인지하고 공격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암세포가 만들어낸 PD-L1이라는 표면 단백질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면역체계의 감시를 피한 암세포는 크게 성장하고 다른 곳으로 전이된다. 면역 항암제는 암 세포가 면역체계를 속이기 위해 만든 PD-L1을 무력화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히 인지하고 공격할 수 있게 만든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 세포를 치료하기 때문에 기존의 일반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어 노인들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며 효과 지속시간이 길다.

특히, 폐암의 경우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 중 표적 유전자가 없어 부작용을 겪으며 화학항암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이나 표적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폐암 환자가 면역항암제를 통해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경우는 전체의 약 20%정도다. 하지만, 보험이 적용되는 PD-L1 발현 기준이 있어 검사결과 수치를 넘지 못하면 면역항암제를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와 관계없이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인애 교수는 “최근 티센트릭이라는 면역 항암제가 PD-L1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2차 항암 치료로 보험 적용이 가능하게 되어 더 많은 환자분들이 치료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폐암뿐 아니라 모든 암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분들이 희망과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약품들이 더 많이 나와 환자들의 고통이 덜어지길 기대한다. 환자들 역시도 이 사회의 귀중한 시민들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