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야 코딱지 먹지 마!!!
철수야 코딱지 먹지 마!!!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8.02 13:00
  • 최종수정 2019.08.01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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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안돼!! 지지!! 그거 먹지 마!!!"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굉장히 많은 난관에 부딛히게 된다. 가장 흔한 것이 ‘아무거나 먹으려고 한다’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밀수꾼마냥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만큼 골치아픈 것도 드물다. 그렇다, 바로 코딱지를 먹는것이다.

부모들은 보기에 지저분하다고 아이들을 말리곤 하지만, 의외로 코딱지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쟁은 아직까지도 활발하다. 심지어 코딱지를 먹는 것이 면역력에 좋다는 주장까지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아이를 막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코딱지 한번 먹어보세요, 면역력이 좋아집니다]

2013년, 캐나다의 한 교수가 ‘코딱지’를 먹으면 면역력이 증가해 건강에 이롭다는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었었다.
캐나다 사스카추완 대학(The University of Saskatchewan)의 생화학과 교수 스콧 네퍼는 불쌍한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를 정리했는데,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코를 파게한 뒤 나온 ‘물질’을 먹게 했으며 나머지 한 그룹은 버리게 했다. 이후 신체 반응을 측정한 결과 ‘코딱지’를 먹은 그룹의 면역력이 증가했다. 코딱지를 강제로 먹어야만 했던 학부생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것은 전세계의 수많은 부모들의 마음을 달래준 혁신적인 연구였다.
네퍼 교수는 “코딱지는 거의 자연 백신과도 같으며 신체로 다시 돌아가도 무해하다”고 강조하며, 이어 “혁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더럽다고 터부시 하는 행동들이 사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을 뺏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하는 주장은 또 있다. 영국 국가의료서비스기관(NHS Trust)의 면역연구원 힐러리 롱허스트 박사는 입으로 손톱 뜯는 버릇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면역시스템이란 한번 공격받은 세균의 정보를 기억해, 이에 걸맞는 항체를 생산하여 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하게 동일한 종류의 세균을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예방접종이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롱허스트 박사는 “손이 과도하게 더러운 상태만 아니라면, 손톱을 입으로 뜯게 되는 것은 적당한 양의 세균들이 입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때 우리의 면역체계에는 예방접종을 맞았을 때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면역적 매커니즘을 제시했다.

 

[코딱지, 천연 항생제? 충치 예방까지?]

코딱지의 ‘효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6년 독일 튀빙겐 대학(Eberhard Karls Universität Tübingen)의 연구팀 역시도 코딱지에 관한 연구를 한 결과, 코딱지에서 항생 물질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캐나다 연구팀의 연구결과처럼 코딱지를 포함한 콧속이 세균 덩어리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여기서 세균들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루그더닌(lugdunin)'이라는 강력한 항생물질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루그더닌은 아미노산 여러 개가 원형으로 연결된 것으로, 콧속에 사는 특정 세균과 결합해 항생 물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즉, 앞서 언급한 위의 캐나다 연구팀의 말처럼 단순히 코딱지의 죽었거나 약한 세균을 먹어서 백신 역할으로 면역력이 길러지는 것뿐만 아니라, 코딱지에 포함된 루그더닌이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해서 면역력이 길러졌다는 소리가 된다. 해당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의 과학잡지 중 하나로 꼽히는 <네이처(Nature)>지에도 실린 내용이므로 믿어도 좋을 듯하다.

2017년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합동 연구팀이 코딱지의 박테리아가 치아에 붙게 되면, 충치를 유발하는 다른 박테리아들이 이에 붙는 것을 막아 충치 예방에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론: 먹어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굳이 먹을 필요도 없다]

물론 위의 내용들은 아직까지는 학계에서 완전히 인정받은 부분들이 아니며, 코딱지 말고도 ‘멀쩡한 음식’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코딱지를 먹으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만에 하나라도 아이가 먹는 것을 발견했을 때, 기겁하며 뜯어말릴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더불어 마음도 편해지지 않겠는가, 적어도 몸에 나쁘지는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