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① 영화 속 ‘알츠하이머병’
무비탐방① 영화 속 ‘알츠하이머병’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8.07 09:00
  • 최종수정 2019.08.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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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영화는 전 세계를 즐겁게 한다. 이보다 더 훌륭한 일이 있을까?"

-루이 뤼미에르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람들은 왜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본론에 앞서, <무비탐방> 시리즈인 만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영화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718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전체 관객 수는 1932만 명이다. 또한 극장 매출액이 9307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영화는 돈벌이가 되는 상업성을 갖춘 문화인 것이다.

또한 돈벌이가 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과 직결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열광하는 것일까. 영화의 의미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영상과 소리를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로 사람들이 열광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영화를 찾는 그 이유는, 삶과 영화를 연관 지어서 떠올리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초의 영화 중 한편으로 잘 알려진 뤼미에르 형제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1895)>을 보면,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현대영화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영화 <설국열차(2013)>은 기차 앞 칸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는 상류층과 꼬리 칸에서 모든 것을 통제 당하는 하류층의 모습을 그린다.

-영화는 우리 삶의 일부분을 보여 준다

쉽게 말해, 영화는 우리 삶의 일부분을 반영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울고, 웃으며 일종의 '공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니 그 누가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다큐멘터리가 되는 것이고, 흥미로운 스토리 구성과 효과적이고 화려한 편집·카메라기술로 재밌게 꾸며내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영화가 된다.

이러한 영화 속에는 예를 들어 부정부패(특히 한국영화가 좋아하는 주제), 사랑, 우정, 배신, 야망 등 수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영화적 장치들이 서로 뒤섞여있다. 예를 들어,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경우, 남녀의 사랑과 알츠하이머병이란 소재가 섞인 것처럼 말이다. 또 다른 예시로 <군함도>의 경우 액션이란 장르와, 인간의 삶(태평양 전쟁과 강제징용이란 역사적 사건, 사랑 등)이 녹아내려있다.

이처럼 영화는 다양한 장치가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질병을 다룬 영화도 무수히 많으며, 본지에서는 주로 건강과 보건을 다루기 때문에 영화 속 ''에 대해 찾아보았다.

또한 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누가 언제쯤 을 앓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에 에 대해서 파악해보고,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영화를 통해 비춰진 그들의 모습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기회이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기사가 될 거라 생각한다. <무비탐방>은 시리즈물로 작성할 계획이며, 첫 번째 타자는 바로 영화 속 '알츠하이머병'이다.


[영화 속 알츠하이머병’]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스틸컷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스틸컷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수진(손예진)과 철수(정우성)이 포장마차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던 이 장면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수진과 철수의 연애시절부터 결혼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수진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되면서, 서서히 기억을 잊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진은 철수의 도시락을 반찬 없이 밥만 2번 싸주고, 집 가는 길도 헷갈리며, 옛 애인을 사랑한다고 말하게 된다. 철수를 사랑하지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떠나야만 했던 수진의 감정과 그것을 뒤늦게 알게 된 철수의 애틋한 사랑이 오랜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살인자의 기억법

‘’네 기억은 믿지 마라! 그 놈은 살인자다!“

병수(설경구)는 과거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상태이다. 우연히 태주(김남길)을 알게 되고, 그를 살인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편, 태주는 병수의 딸인 은희 곁을 맴돈다. 이에 병수는 태주를 잡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병수의 내적갈등과 혼란이 그대로 나타난다. 또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병이 얼마나 잔혹한가에 대해 느껴질 것이다.

영화 '스틸 앨리스', 스틸컷
영화 '스틸 앨리스', 스틸컷

-스틸 앨리스

기억이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살아갑니다

앨리스는 존경받는 교수, 사랑스러운 아내, 세 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악화되는 과정에서, 앨리스는 끊임없이 메모를 남기고, 아침 메모의 퀴즈를 풀며, 알츠하이머 협회에 가서 연설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악화되는 알츠하이머병은 무심하기만 하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앨리스가 알츠하이머병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겠지만 그래도 멋진 그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어떤 병일까?]

이처럼 영화 속 주인공들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도대체 무엇 이길래, 그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일까.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진행과정에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저하, 성격변화, 우울증 등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말기가 되면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발생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발현부터 사망까지 약 9~12년의 유병기간을 보내다가, 몸이 약해져 면역기능이 떨어지면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발병의 평균 나이는 70세경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2배가량 발병률이 높다.

-원인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현재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져서 뇌에 침착되면서 뇌 세포를 파괴하는 등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이 발병의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면, 비정상적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뭉쳐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뇌 세포의 골격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의 염증반응, 산화적 손상 등도 뇌 세포 손상에 기여하여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편,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유전적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되었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위험 유전자로는 '아포지단백 유전자형'이 있다. 국내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형이 없는 사람에 비해 1개 가지고 있을 경우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위험성은 약 2.7배 높았다. 또한 이 유전자형을 2개 가지고 있을 경우, 발병 위험성은 무려 17.4배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알츠하이머병의 초기부터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이다. 최근에 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묻게 된다. 병이 진행하면, 방금 했던 말도 잊어버리게 된다. 또한 대화할 때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게 되는 언어능력 저하의 증상도 나타난다. 그 외에 시공간파악능력의 저하, 판단력 및 일상생활수행능력의 저하, 정신행동증상, 신체증상(대소변 실금 등)도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치료목적은 '진행의 지연']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가 있다. 이 약물은 병의 진행을 약 6개월~2년 정도 늦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비약물 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비약물치료에는 기억력 훈련, 인지재활치료, 현실 지남력 훈련 등이 있다.

병과 함께 동반되는 정신행동증상(우울증, 망상, 수면장애 등)은 불안정한 주위환경이 원인이 되도 한다. 이에 신체적 이상을 개선해주거나 시끄러운 환경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변 환경을 조절하면 상당히 호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호전되지 않을 경우, 증상에 따라서 정신과적 약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영화 속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을 잃는 병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영화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일부분 반영했다. 영화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환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기억이 사라지게 되는 안타까움을 담았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이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얼마나 잔혹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영화 속 루게릭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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