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② 영화 속 ‘루게릭병’
무비탐방② 영화 속 ‘루게릭병’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8.08 09:00
  • 최종수정 2019.08.30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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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삶이 아무리 어렵게 보여도, 거기에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스티븐 호킹

[헬스컨슈머] 지난 편에서는 영화 속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이번 편에서 찾아볼 질환은 루게릭병이다. 아마 사람들은 이 이름만 들어도, ‘몸이 굳어져가는 병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루게릭병은 운동 신경원이 퇴행되면서, 근육이 마비되고 신체를 움직이기 어려운 병이다. 생각도, 감정도 그대로인데 몸이 안 움직여진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병인가.

 

[영화 속 루게릭병’]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스틸컷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스틸컷

-내 사랑 내 곁에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그가 당신을 울립니다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김명민). 어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하다가, 어린 시절 친구인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재회하게 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며, 병원에서 신혼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지수의 극진한 간호에도 종우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간다. 처음에 투병의지가 강했던 종우였지만 점점 지쳐가게 되고, 지수를 보내주기 위해 못된 행동들을 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루게릭병에 괴로워하는 종우와 그의 곁을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지수의 모습이 애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틸컷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틸컷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삶이 비록 힘들지라도,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유명한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21살 때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보통 환자의 80%5년 이내 사망하지만, 그는 진단 이후에도 50년 이상을 살았다. 또한 그는 컴퓨터를 장착한 휠체어를 이용하여 눈썹의 움직임으로 글자를 인식시켜 책을 쓰고, 물리학계에서 천재 과학자로서 중요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루게릭병을 극복한 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병이 나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영화의 내용은 스티븐 호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그의 전 아내인 제인 호킹과의 만남부터 결혼 후 이야기, 그리고 루게릭병의 고통을 담고 있다. 아마 현실적인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영화가 될 것이다.


[루게릭병, 몸이 굳어간다]

이처럼 영화 속 주인공들이 앓고 있는 루게릭병은 도대체 무엇 이길래, 그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일까.

루게릭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측삭경화증이다. 이 질환은 1939년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인 루게릭이 앓게 되면서, 사람들에게 루게릭병으로 불리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스티븐 호킹이 앓은 병으로도 유명하다. 루게릭병은 신경계통의 질환이며 뇌, 뇌간, 척수에 존재하는 운동 신경원의 퇴행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근육들이 운동신경의 자극을 받지 못하며 쇠약해지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마저 상실해 버린다. 또한 가슴과 횡격막의 근육을 조절하지 못해 인공호흡기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숨쉬기조차 어렵게 된다. 한편 루게릭병은 미국의 경우 약 3만 명의 환자가 있는 희귀 질환이며, 성인 어떤 나이에서도 발병이 시작될 수 있다.

-원인

루게릭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진행 중에 있다. 또한 발병 원인으로 여러 가지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유전적 요인이다. 루게릭병이 유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환자의 약 10%가 가족 내 유전성을 보이며 이와 연관된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한편, 특별한 원인 없이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

초기증상은 신체의 전반적으로 경미한 근육약화가 나타난다. 다리근육이 약화되어 넘어질 수 있으며, 밤에는 다리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초기증상은 사지형과 구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지형은 경부 척수에 위치한 운동신경세포가, 구형은 뇌간에 위치하는 운동신경세포가 주로 손상되는 것이다.

사지형의 경우, 주된 증상은 손발의 마비에 의한 운동장애이다. 손발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며, 젓가락 사용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구형은 혀와 목 근육의 마비가 주된 증상이다. 발음이 어눌해지고, 말하기가 어려워지며, 음식을 먹는 것도 힘들어진다.

환자마다 병의 진행속도는 다르다. 다만 전형적으로 3~5년 루게릭병이 진행되면, 앉았다 일어서는 행동마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증상이 진행되면서, 앞서 언급했듯 가슴과 횡격막의 근육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호흡부전이 나타나 인공호흡기의 도움 없이는 숨 쉬기가 힘들다. 이에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다만, 감각이상이나 자율신경장애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안구 운동에 필요한 근육은 파괴되지 않는다. 따라서 환자들은 눈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의사표현을 할 수 있으며, 스티븐 호킹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치료방법]

앞서 언급했듯 루게릭병의 원인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으니, 치료법 역시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치료제로 리루텍이 있다. 이 약물은 글루타민산을 억제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과도한 글루타민산은 운동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미 파괴된 신경은 약물로 되돌릴 수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로는 바클로펜이 있다. 바클로펜은 근육의 경련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약물이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다른 약물들을 통해 루게릭병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한편, 루게릭병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도 있다. 먼저,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보조기 착용을 통해 보행을 도울 수 있다. 거기에 규칙적인 운동과 재활치료도 병행된다. 병이 진행된 환자의 경우, 앉거나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이 권장되고 있다. 또한 환자들은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한다. 따라서 영양상태 유지를 위해 튜브를 삽입하여 위로 음식물을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까지 영화 속 루게릭병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아마 영화를 본다면,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루게릭병은 본인의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고, 누군가 또는 기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병이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만 봐도, 루게릭병 환자의 좌절감과 고통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 편을 이어서 봤다면, 모든 병은 늘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잔혹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희망과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낸 사람도 있음을 기억하자. 다음 편에서는 영화 속 다중인격장애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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