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에 닿으면 손가락이 아프다?
찬물에 닿으면 손가락이 아프다?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8.07 13:00
  • 최종수정 2019.08.07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컨슈머]설거지를 시작하려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넣었는데, 바늘로 손톱 밑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진다는 사람이 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스치기만 해도 손끝이 아린 이 병, 그 이름은 바로 ‘사구체종양’이다.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이 병은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또 희한한 것이, 아플 땐 아프다가 조금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곤 한다. 이 때문일까,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고통을 겪어도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구체종양이란 모세혈관이 털 뭉치처럼 얽혀 형성된 사구체에 양성 종양이 발생한 것이다. 사구체는 피부의 정상조직으로 피부 아래 인접 부위에 위치하며 체온조절을 돕는 기능을 하는데, 이런 사구체에 이상 비대(일반적으로는 암세포가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가 생기면 바로 사구체종양이 된다. 보통 5mm~1cm 미만의 작은 자줏빛을 띈다.

주로 여성에게 잘 발생하고, 손톱이나 발톱 아래에서 주로 발생하며 통증이 극심하다. 해당 부위를 누를 때나 스칠 때, 찬물에 손을 넣었을 때 통증이 심하며 겨울철에는 찬바람에도 욱신거리며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종종 종양이 있는 부위의 손발톱이 갈라지거나 변색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육안으로는 쉽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종양 크기가 작아 초음파 검사로도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조영증강 MRI 촬영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종양의 발생 후 오랜 기간 치료가 지연된 경우 수지골의 함몰이 동반될 수 있다.

손가락 끝의 사구체 종양. 수지골의 함몰이 있으며 MRI 상 진단이 가능하다, 자료제공: 고려대안암병원
손가락 끝의 사구체 종양. 수지골의 함몰이 있으며 MRI 상 진단이 가능하다, 자료제공: 고려대안암병원

사구체 종양의 치료는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사구체종양은 보통 손톱 밑과 뼈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술 시 일반적으로 손톱을 들고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일상 생활에서 손끝이 찬물에 닿을 때 저린 통증이 발생하거나, 볼펜 끝으로 손톱 뿌리 부분이나 손톱 주변을 누를 때 참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있으면 정형외과로 내원해서 수부외과 전문의와 긴밀한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웅 교수는 “사구체종양은 손에 생기는 종양의 약 1%를 차지하는 드문 양성 종양이다”라며 “최근에는 정밀한 진단은 물론 사구체종양 절제술 시 가능한 한 손톱을 절개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함으로써 수술 후 손톱이 갈라지는 기형을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