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대추야자) 3
홍익희 교수의 음식 교양이야기(대추야자) 3
  •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 기사입력 2019.08.13 09:00
  • 최종수정 2019.10.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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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야자, 그 생명의 나무

[헬스컨슈머]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하루 3끼로 계산하고, 365일의 1년을 80번정도 반복하게 된다손치면 벌써 87,600끼니이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이들 접하게 되는 이 녀석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까? 밥상머리에서 말해주기 좋은 지식, 이것이 바로 '어른의 교양 이야기'다. 교양은 재밌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축복받은 7가지 식물이 나온다. 감람나무, 포도나무, 종려나무, 석류, 무화과, 밀과 보리이다. 오늘은 종려나무, 즉 대추야자에 대해 알아보자.

성경에 보면, 솔로몬 성전의 사면 벽에 종려나무가 아로새겨진 이유는(열왕기상 6:29~35) 종려나무가 생명나무의 상징이었고, 여호와의 영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종려나무는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쭉 뻗으면서 30m까지 자란다. 이런 모습은 하나님을 향해 강직하게 살아가는 의인을 상징하기도 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으로 입성하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 호산나!” 찬미를 부르며 환영했다. 당시 사람들이 종려나무를 승리와 환희의 표상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부챗살처럼 곧게 뻗은 종려나무 잎 모양은 찬란한 빛의 형상이며 주님의 승리와 영광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서기 70년 로마제국은 골칫거리였던 유대 국가와의 전쟁에서 이긴 후 이를 기념해 동전을 발행했다. 그 동전에 로마를 상징하는 로마군인과 유대 국가를 상징하는 종려나무와 그 종려나무 밑에 무릎을 꿇고 있는 유대인 여자를 새겼다. 이렇듯 대추야자나무는 이스라엘의 상징이자 유대 땅 가나안의 상징으로 성경에 많이 나오는 귀중한 식물이다.

척박한 광야에 대추야자나무가 가득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척박한 광야에 대추야자나무가 가득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해 옆에 생긴 대추야자나무 도시 '예리고']

사실 대추야자나무는 가나안과 같은 척박한 광야 생활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대추야자나무가 있어 광야에서 도시가 생겨나고 문명이 발흥할 수 있었다.

기원전 9000년경 가나안의 사해 인근 예리고에 ‘인류 최초의 도시’가 건설되었다. 사해의 소금과 인근 오아시스에 대추야자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류의 4대문명 등 문명이 발전한 곳에는 예외 없이 소금이 있었다. 인간은 소금을 못 먹으면 살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로마와 베네치아 등 소금 덕분에 도시와 나라를 이룬 곳이 많았다.

예루살렘과 암만을 연결하는 중간쯤에 있는 세계 최초의 도시 예리고는 강물이 뱀처럼 똬리를 틀며 사해로 들어가는 낮은 계곡 들판의 심장부에 있다. 예루살렘 북동쪽 36Km, 사해 북서쪽 11Km, 해발이 바다 밑 258m인 예리코는 지상에서 가장 낮은 도시다. 그곳 오아시스 근처에는 키가 15m가 넘는 대추야자나무들이 신기할 정도로 쑥쑥 자란다. 그 때문인지 성경에서는 이 도시를 '종려나무의 도시'라 부른다.

이렇게 사해 인근에 인류 최초의 도시가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은 예리고가 교통의 요충지이자 통상로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상업과 교역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또 예리고는 샘물이 있어 밀과 보리농사는 물론 사막의 주식이라 불리는 대추야자의 나무와 더불어 파파야 등 아열대성 과일들이 풍부했다. 게다가 예리고는 남북 통상로인 계곡 길 한 가운데 있을 뿐 아니라 인근 요단강의 강폭이 좁아 강 건너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고, 곳곳에 샘물 곧 오아시스가 있어 상인들의 중간 집결지였다.

고고학자들은 예리고를 포함한 가나안 일대와 요르단, 이라크 그리고 시리아의 산기슭에서 밀과 보리를 재배하고 염소와 양을 가축화한 정착지의 자취를 발견했다. 이곳이 지금의 터키와 더불어 인류 최초의 도시와 마을들이 생겨난 곳이었다. 인간이 최초로 모여 살며 이후 성곽을 쌓은 도시를 이루었다는 의미는 이미 그 시절에 상업과 교역이 발전했음을 뜻한다. 황야의 오아시스 근처 도시인 예리코에서는 귀중한 식량인 대추야자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막의 생명나무 열매, 대추야자]

대추야자나무, 자료제공: 홍익희 교수
대추야자나무, 자료제공: 홍익희 교수

지금도 예리고 오아시스 근처에는 대추야자나무가 많다. 대추야자는 광야에서 먼 길 가는 사람들의 필수불가결한 귀한 식량이다. 대추야자 열매는 그야말로 나무 가지가 꺾일 정도로 주렁주렁 열린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다산의 상징이었다. 큰 나무는 연 200~250kg의 열매를 거의 100년간 생산한다. 먹거리가 부족한 사막 사람들에게 대추야자는 당분과 탄수화물의 공급원이다. 때문에 사막이나 광야 사람들은 이를 ‘생명나무’라 하여 숭상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단 과일로 알려져 있는 대추야자는 본래가 사막 기후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재배에 적합한 조건은 연강수량이 많지 않은 모래땅으로 꽃이 피어 성숙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한 마디로 사막 지역에 특화된 과실이다.

대추야자는 칼로리가 높아 2개만 먹어도 식사대용으로 충분하다. 비타민과 무기질 또한 다량 함유되어 있어 생명을 유지시키는 주식으로 사막 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량이다. 나중에 실크로드가 개발되고 대상들이 그 먼 길을 왕래할 수 있었던 것도 대추야자 덕분이었다. 지금도 사막에 사는 베드윈 족은 말린 대추야자를 주식으로 삼고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란 표현에서 “젖”이란 양젖을 말하며, “꿀”이란 대추야자가 뜨거운 태양열에 녹아 마치 꿀같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곧 양떼가 많고 꿀같이 맛좋은 열매가 풍족하여 살기 좋은 땅이라는 말이다.

 

[수메르보다 4,000년 이상 앞선 도시, 예리고]

오아시스와 대추야자나무 덕분에 예리고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다. 샘 옆에서 돌을 쌓아 만든 제단과 뼈로 만든 용기가 발견되었는데, 탄소연대 측정법을 통해 이들의 제작 연대를 조사한 결과 1만 2천 년 전 것으로 밝혀졌다. 수메르 도시보다 4,000년 이상 앞선 도시 예리코의 언덕 위에 성벽의 흔적이 있다. 1952~58년 영국의 캐슬린 케년 박사가 이끄는 발굴단은 4미터 높이의 이 성벽이 9천 년 전에 건설되었다는 판정을 내렸다. 성벽과 탑은 발전된 사회 조직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예리고는 그리 큰 도시가 아니었다. 성의 길이가 대략 300미터에 너비가 160미터에 불과했다. 4헥타르 정도의 작은 면적에 인구는 2,000-3,000여 명으로 추정되었다. 문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믿던 시대의 도시가 발견된 것은 고고학적으로 대단한 성과였다. 인류는 소금바다 옆 대추야자가 열리는 곳에 세계 최초로 도시를 건설했던 것이다.

 

[대추야자의 효능]

대추야자는 70%이상이 칼륨과 당분으로 구성되어있고 100g당 266kcal나 되는 고열량 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다당류, 마그네슘, 베타카로틴, 루테인, 비타민A, 비타민 B1, 비타민B2, 비타민 C, 칼슘, 철, 망간, 인 미량의 나트륨 등이 들어있다. 이렇듯 대추야자는 열량이 높고 영양소가 풍부하여 소량만 섭취하여도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어 기력회복에 탁월하고, 피로회복,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항산화 물질인 퀘르세틴이 풍부하여 암 발생을 억제하고, 발암의 원인인 염증에 효과가 있고, 상처부위 재생에 도움이 되고, 체내 유해한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퀘르세틴 성분은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감소시켜 혈관건강에 도움을 주고,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질환 및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대추야자는 염분이 적고 포타슘이 풍부해 고지혈증에도 효과가 있고, 풍부한 칼륨 성분은 뇌졸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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