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⑤ 영화 속의 정신적 트라우마 ‘PTSD’
무비탐방⑤ 영화 속의 정신적 트라우마 ‘PTSD’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8.13 09:00
  • 최종수정 2019.08.12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이번 편에서는 영화 속 PTSD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충격을 받았던 특정 기억이 계속 떠오르며 괴로워하게 된다. 심한 경우 자살까지 이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PTSD라는 단어에 낯설어할 것이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쉽게 말해 정신적인 트라우마이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언급하겠다.


[영화 속 ‘PTSD’]

영화 '리턴', 스틸컷
영화 '리턴', 스틸컷

-리턴

돌아온 기억, 시작되는 살인

이 영화는 마취 중 각성이라는 끔찍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마취 중 각성은, 전신 마취 도중 환자의 의식이 깨어나서 (수술과정 등) 외부 자극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겉으로는 마취된 상태로 보여서, 의료진은 그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환자는 마취 중 각성하게 되면, 수술할 때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충격을 받은 환자는 PTSD가 발생하게 되며, 공포, 불안, 병원과 의사에 대한 거부감 등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내용도 이와 유사하다. 어린 시절 마취 중 각성이 일어난 상우가 (그동안 잊고 있었다가) 성인이 되어 그 기억이 돌아오자, 수술과 관련되어 있던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 <리턴>은 낯선 소재와 반전을 통해, 스릴 있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하얀 전쟁', 스틸컷
영화 '하얀 전쟁', 스틸컷

-하얀 전쟁

나는 시퍼렇게 살아 돌아가야 한다. 죽어도 살아 돌아가야 한다

이 영화는 오래된 한국영화로, 92년도에 개봉했다. 주인공인 한기주(안성기)40대의 중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전쟁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병사들이 귀국 후에도 그 후유증을 앓으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 전쟁 속에서 겪었던 수많은 죽음, 희생, 그리고 아픔이 PTSD로 남은 것이다. <하얀 전쟁>, 전쟁은 끝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고통이라는 것을 잘 표현한 영화이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틸컷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스틸컷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이 영화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인 수남(이정현)은 학창시절부터 열심히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데 남다른 손재주로 자격증만 14개 땄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컴퓨터에 일자리를 빼앗긴다. 또한 돈을 열심히 모아 귀가 안 좋은 남편을 위해 보청기 수술까지 해주지만, 남편은 수술 부작용으로 공장에서 일하던 중 손가락이 절단되어버린다. 설상가상 사고 후 PTSD를 앓던 남편은 자살시도를 하고, 목숨은 건졌지만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런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며, 열심히 사는 수남이지만, 그녀에게 닥친 시련은 힘들기만 하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세상 속에서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공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불러일으키는 PTSD]

이처럼 영화 속 인물들이 앓는 PTSD는 정확히 무엇일까?

PTSD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줄임말로,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인 증후군을 뜻한다. 그 사건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기억들이 계속 떠오르고 공포, 상실감, 과한 스트레스 등을 주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원인

PTSD의 발병 원인은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사건에 대한 충격, 사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우울증이나 성격장애 등, 사건 이후 부가적인 스트레스 등이 그 요소이다. , 다시 말해 꼭 사건자체만 원인인 것이 아니라, 사건 전후의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충격적인 사건은 개인이 체감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심각한 사고, 지금도 위험에 빠져있다고 믿는 경우, 사고 당시 고립감을 느끼거나 무력감을 느낀 경우에 PTSD가 발병할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

한편 환자들의 증상은 개인차가 있어서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사건 발생 1달 이후, 어떤 사람은 1년 이후에 시작되기도 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PTSD의 증상은 사건의 재경험이다. 기억이 계속 떠오르고, 마치 다시 겪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한다. 또한 기억을 차단하기 위해 사건과 연관된 장소, 사람들을 피하기도 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사소한 일에 놀라며, 늘 위험에 처한 것처럼 경계하는 등 다양한 행동들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PTSD는 또 다른 문제들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무비탐방 시리즈에서 살펴본 다중인격이 나타날 수 있고, 공황발작, 환청, 충동적인 성향, 우울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괴로운 기억을 잊기 위해 알콜이나 약물 중독의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즉 어떤 충격으로 인해 PTSD를 겪게 되면,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고통을 겪게 된다.

-진단

PTSD에 대한 미국 정신의학회의 ‘DSM-5(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자료제공: 국가건강정보포털

[PTSD 치료: 정신치료와 약물치료]

PTSD는 스스로 견뎌내기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치료방법에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치료기간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6개월 정도 치료를 받는다. 다른 정신적 문제가 동반될 경우, 1년 이상 연장될 수 있다.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PTSD의 정신치료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치료 과정에서, 치료자는 환자가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변화 시킬 수 있는지 고찰한다. 이후 치료자는 환자가 그 사건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환자는 공포, 죄책감, 분노 등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도록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한편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치료방법도 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환자들은 집단치료를 통해 자신감과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약물치료

현재 PTSD의 다양한 증상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PTSD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중 하나는 SSRI 계통의 우울증 치료제이다. 원래 이 치료제는 이름 그대로 우울증을 위해 개발되었으나,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여러 질환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이 외에도 기분안정제나 항불안제 등이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주위에 PTSD 환자가 있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

일생 중 남자는 60%, 여자는 50% 정도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사건을 경험한 남자의 8%, 여자의 20% 정도 PTSD가 나타날 수 있다. PTSD는 누구에게 나타날지 모른다. 따라서 본인, 가족, 친구, 동료 등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이 글을 읽은 당신이라면, 이제는 PTSD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PTSD를 겪지 않은 사람이) PTSD 환자들을 어떻게 대해주는 것이 좋을까?

먼저, 환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환자의 감정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PTSD의 치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환자가 그 고통을 말하고 싶을 때, 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환자가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 피하지만 말고, 문제해결을 하라며 환자에게 성급한 충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충고가 아닌, 환자의 편안함이다. 충고의 내용은 환자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며 편안한 마음이 들어야지 PTSD를 극복하기 쉽다. 따라서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며, 옆을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충격적인 사건과 그에 따른 PTSD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나타날지 모른다. 이에 자신의 주위 사람들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을 깨닫고, 주변에 PTSD 환자가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것이 좋다. PTSD의 고통은, 주변의 관심으로 치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