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다둥이, 이른둥이로 부족한 모유, ‘모유은행’이 해답
늘어나는 다둥이, 이른둥이로 부족한 모유, ‘모유은행’이 해답
  • 윤지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8.19 10:34
  • 최종수정 2019.08.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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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모유는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식사다. 그러나 의외로 사람들은 그 정확한 이유를 물으면 곧잘 대답하지 못한다. 이유를 모르니 아이가 엄마의 젖을 먹어야 건강하지라는 막연한 슬로건에 애써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내지만, 많은 경우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의 바쁜 삶, 그리고 수유실 등의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결국 부득불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의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의 모유수유율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2016년 국내 모유 수유 실태조사에서 생후 5개월 아기의 완전모유수유율(다른 음식을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이는 비율)18.3%, 생후 6개월에는 5.6%로 보고되고 있다.

정확한 이유를 알아야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등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모유 수유는 왜 중요할까, 모유가 남거나 부족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선택지일까?

 

[황제가 먹던 불로장생의 묘약?]

모유가 가장 건강하다고 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바로 그 놀라운 성분구조이다.

모유는 아기의 성장에 맞춰 적절하게 그 성분이 변화된다. 같은 엄마에게서 출산 직후에는 신생아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영양분이, 몇 달 후에는 성장을 위한 재료들을 풍부하게 함유하는 모유가 나온다는 소리다, 그야말로 생명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모유에는 영양분과 소화효소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에 소화·흡수가 잘 된다. 모유에는 면역글로불린 A와 몸속에서 병균의 번식을 막아주는 락토페린이 분유보다 훨씬 많고, 프로스타글란딘, 리소자임 및 세포 성분이 들어 있는 모유는 호흡기, 위장관 감염에 대한 적절한 방어를 제공한다. 또한 모유에는 신생아 알레르기의 주원인인 베타락토글로불린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엄마 젖을 먹고 자란 아이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확률도 낮다. 이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 한 번에 담아내기 힘든 놀랍고도 섬세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불로장생에 광적으로 집착하던 고대의 지배자들이 모유를 복용했다는 기록도 있을까.

 

[생후 2년간 모유 수유 권장돼]

모유는 생후 6개월 동안 가장 좋은 단일 영양 공급원이며,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두 돌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모유의 가장 유명한 효과가 아이의 뇌 발달에 유익하다라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아기가 먹는 모유의 양이 많을수록 인지능력과 관계가 있는 뇌의 겉 부분인 피질의 면적이 더 넓어진다는 보고도 있고 심리적인 면에서 직접 모유 수유를 하게 되면 아기는 수유하는 동안 엄마와의 접촉을 통해 스킨십과 엄마의 심장 박동을 들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며 모유 수유를 길게 하는 것의 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모유수유는 엄마에게도 산후 우울증 예방, 유방암난소암 등 여성암 발생 위험 감소 효과가 있으며, 엄마와 아기 사이에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둥이·이른둥이 출생 증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있어 모유 못먹는 경우 많아]

안타깝게도 모종의 이유로 인해 아기가 엄마의 품에 안겨 충분한 모유를 먹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아이 또는 엄마가 중환자실에 있거나, 또는 다둥이라 모든 아이가 모든 순간 엄마의 품에 안길 수 없는 등의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난임 부부 지원사업으로 다둥이 출생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신생아 중 다둥이의 비중도 증가 추세에 있다. 물론 이것을 순전히 나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둥이는 조기 분만과 저체중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생아 중 이른둥이 출생 비율이 20094.8%에서 2016년에는 7.2%1.5배 증가했다. 이른둥이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 엄마와 아기가 떨어져 있게 되고, 이에 따라 엄마의 모유가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모유 기증 과정은?]

현재까지는 모유가 부족하면 공인된 기증자로부터 저온살균 처리된 모유가 최상의 선택이다. 안전하게 가공된 모유는 모유 은행을 통해 기증받을 수 있다.

모유 은행은 기증자의 모유를 위생적으로 가공 후 보관하다가 모유를 필요로 하는 아기에게 나누어 먹이는데, 특히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이른둥이(미숙아)들에게 모유를 공급해 아기들이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953명이 모유 은행에 8,235리터를 기증하였으며, 그동안 기증 모유를 수혜 받은 아기들은 1,000명이 넘었다.

모유를 기증하기 위해서는 기증 신청 의사를 전달한 뒤, 모유 은행에서 기증 적합 여부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이후 기증 동의서를 작성하고 혈액 검사를 시행한다. 혈액 검사지를 바탕으로 모유 은행 심사위원이 적합성을 검사한 뒤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기증을 위한 제반 물품을 발송한다. 기증자는 발송된 물품으로 모유를 모유 은행에 전달하면, 모유 은행에 살균 및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후 모유가 필요한 아기에게 전달된다.

한편, 2019년 현재 사설 모유 은행에서 모유 200ml 한 팩의 가격은 2000원대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유 은행,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진국들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해 모유 은행이 많지 않고, 그리고 그마저도 운영난으로 문을 닫는 곳도 나왔던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학병원이 운영하는 모유 은행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이 유일하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 일본, 독일, 덴마크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이미 모유 은행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근 몇 년간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모유 기증량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른둥이나 아픈 아기들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어 기증 모유는 계속 필요하다. 모유의 기증은 신생아의 생명을 살리는 데에 직결될 수도 있을 만큼 귀중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보고 해결을 위해 노력중인데, 정부와 국민적 차원에서 모유 은행을 단순 서비스의 개념이 아닌, 나라의 미래를 위한 육아복지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