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구’는 안녕한가요?
당신의 ‘가구’는 안녕한가요?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8.20 09:00
  • 최종수정 2019.08.19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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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모른 채 유해물질과 동거하고 있을 당신

[헬스컨슈머] 가구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로, 대다수가 목재(원목, MDF, 합판) 등으로 만들어졌다. 집 또는 사무실 등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침대, 책상, 서랍, 책꽂이, 주방싱크대 문 등 목재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의 테이블, 의자 역시 마찬가지다. , 목재가구는 우리 생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자주 사용하고 있는 제품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정한 목재(ex.MDF)로 만들어진 가구는 포름알데히드라는 유해물질이 방출될 수 있으며, 이 유해물질로 인해 아이들이 아토피 같은 피부염을 앓게 될 수 있다. 또한 가구시장에서는 MDF가구를 원목가구라고 착각할 수준으로 판매하여, 소비자들이 원목이라고 알고 구매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을 가구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목재의 종류]

우선 유해물질을 언급하기에 앞서, 목재의 종류를 설명하겠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원목, 집성목, MDF, 합판 등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을 읽기 위해서는 목재의 종류부터 알아두는 것이 좋다.

사진제공: KBS 방송프로그램 ‘소비자 고발’, 캡쳐
사진제공: KBS 방송프로그램 ‘소비자 고발’, 캡쳐

-원목: 제재목, 집성목

원목은 본래 가공하거나 톱질하지 않은 베어낸 그대로의 통나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통나무를 적당히 잘라낸 제재목과 나무를 잘라서 조합하여 붙인 집성목을 포괄하여 원목이라고 칭한다.

자세히 언급하자면, 제재목이란 통나무를 적당한 두께로 잘라낸 목재이다. 나무의 자연 상태 그대로 재단한 것으로, 크기에 한계가 있다. , 나무가 엄청나게 거대하지 않은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테이블처럼 넓게 만들기 어렵다.

이러한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여 더 큰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방법이 바로 집성목이다. 집성목은 잘라낸 나무를 이어 붙여서 필요한 크기로 만들어낸 목재이다. 또한 나무를 붙이는 방법에 따라 넓은 면(앞면)에 손가락 모양이 있는 탑 핑거방식, 좁은 면(옆면)에 손가락 모양이 있는 사이드 핑거’, 단순하게 일자로 붙인 솔리드로 나눌 수 있다.

-가공목재: MDFPB

MDFPB는 나무가루에 접착제를 섞고 열과 압력을 가해서 압축한 목재이다. 둘은 조금 다른 차이가 있는데 우선 MDF는 나무를 아주 잘게 부순 후 가루로 만들어서 압축했다. 따라서 강도가 우수하고,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단점은 수분에 약해서 물이 닿으면 쉽게 변형되고, 다량의 접착제가 사용되어서 유해물질 방출량이 높은 편이다.

PBMDF와 만드는 방식은 같지만, 가루입자가 더 크다. PB는 쉽게 생각하면 와인의 뚜껑인 코르크마개 입자와 유사하게 생겼다. 가루입자가 큰 만큼 강도가 약한 편이다. MDF와 마찬가지로 저렴하며 수분에 매우 약하다. 또한 이것 역시 다량의 접착제가 사용되었다.

이러한 목재는 대부분 필름(원목처럼 만들어진 특수필름)을 붙여서 판매되고 있다.

-가공목재: 합판

합판은 목재를 얇게 만들어서 판을 만든 뒤에 여러 개를 겹겹이 붙인 것이다. 여러 겹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강도가 우수하다. 튼튼한 편이라 인테리어 시공할 때, 많이 사용되는 목재이다. 좋은 목재가 사용되면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하지만 저렴한 목재로 만들 경우, 우리가 흔히 합판에 가지고 있는 싸구려 재료라는 생각처럼 가격은 매우 낮아진다. 합판 역시 붙이는 과정에서 접착제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당신이 잠든 사이, 침대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유해물질]

문제는 이러한 목재에 들어가는 접착제로 인해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목재로 가구를 만들었느냐와 어떤 접착제가 얼마나 사용되었는가에 따라 유해물질과의 동거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좋은 접착제를 사용하면, 포름알데히드의 방출량이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가공목재에는 다량의 접착제가 사용된다. 따라서 저가의 접착제를 사용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접착제에는 화학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들어가 있다.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유해물질로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며 전 세계에서 규제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영화 <괴물>에서 괴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물질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 감이 오겠지만, 그만큼 포름알데히드가 위험한 물질이라는 말이다.

포름알데히드는 일반적으로 약 4년 동안 방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이것이 들어가 있는 가구를 구입하게 되면 4년 동안 포름알데히드의 굴레 안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포름알데히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눈, , 목 등에 대한 자극 증상이다. 그 농도에 따라서 미치는 영향은 다르지만, 심한 경우 폐의 염증, 사망, 현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경우 아토피,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목재로 만든 가구가 시중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저가의 가정용 가구, 사무용 가구, 주방 싱크대, 식당 등이 MDFPB로 만들어지며, 심지어는 집안 곳곳에 있는 방문, 방문 틀, 바닥몰딩 등도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 MDFPB로 가구를 만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은 어떻게 확인할까?

그렇다면 원목가구에는 포름알데히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포름알데히드는 접착제와 관련된 물질이므로, 원목가구에도 접착제를 바르면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될 수 있다. 다만, 보편적으로 접착제는 MDF, PB, 합판과 같은 가공목재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이와 같은 목재들이 건강에 해롭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포름알데히드를 규제하고 있는 만큼, 가구에서 배출되는 그것의 수치를 알려주는 등급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가구 속 유해물질을 피하기 위해서는 목재의 종류도 연관성이 있지만, 무엇보다 등급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목재의 등급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SUPER E0, E0, E1, E2가 바로 그것이다.

-SUPER E0 :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3mg/L 이하

-E0 :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0.5mg/L 이하

-E1 :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1.5mg/L 이하

-E2 :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5mg/L 이하

이처럼 SUPER E0등급에 가까울수록 포름알데히드로 인한 유해성이 가장 낮고, E2등급에 가까울수록 유해성이 가장 높은 가구가 된다. 이와 관련한 허가기준은 각 나라마다 다르다. 여기서 E2등급은 유럽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실내에서 사용 불가능한 제품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보편적으로 E1등급 이상부터 친환경 자재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E1(국내의 경우)실내에서 허용되는 가구 중에서도 가장 하위 등급이다. 반면 유럽, 일본, 미국의 경우에는 E0이상을 친환경 자재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SE0등급만 실내용으로 허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친환경 가구라고 구입하는 국내 제품의 대다수는 E1등급인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에는 E0등급 마저 실내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 국내에서 생산되는 E1등급의 가구들은 미국, 일본 등이 수입 하지 않을 제품이란 뜻이다. 우리들은 그런 가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잘 모르는 채로 선택하는 당신, 아주 속기 쉬운 상대다]

또 다른 문제는 둔갑이다. E2등급의 경우, 실내에서 사용 불가능한 자재이지만 친환경이라고 표현하며 시중에 팔리기도 했다.

사진제공: KBS 방송프로그램 '소비자 고발', 캡쳐
사진제공: KBS 방송프로그램 '소비자 고발', 캡쳐

실제 2010KBS에서 방송된 <소비자 고발> 방송에 따르면, 당시 친환경이라고 내세우는 일부 가구들의 실체가 밝혀졌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는 가구의(시중제품16가지를 뽑아서)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분석한 결과, 무려 10개 제품에서 E2등급의 수치가 나왔다. 이러한 가구를 사용할 경우, 포름알데히드가 다량 방출되어 실내의 공기가 오염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알레르기, 호흡기 질환 등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일반인들은 목재의 종류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구분하는 관찰력이 부족하다. 이에 기자가 일반인들이 얼마나 알기 어려운지를 체감하기 위해서, 유명 가구 브랜드의 사이트를 직접 접속해봤다. 체험 결과, OO브랜드에서 60만원에 팔리는 수납장의 경우, 겉이 호두나무로 되어있어서 호두나무 가구인줄 알고 구입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호두나무 무늬목이라고 적혀있다. 무늬목은 쉽게 말해 껍데기이다. 원목을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서, 다른 목재의 겉면에 붙인 것이다. 제품설명에는 파티클 보드, 투명 아크릴 래커, 스테인 등등 많은 글자가 적혀있었다. 여기서 파티클 보드는 아까 언급했던 PB이다. 다시 말해 60만원이나 하는 이 가구의 속은 (저렴한)PB로 채워져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팔리는 80만원짜리 테이블은 어떨까? 이 역시도 오크나무 무늬목이라고 표현되어있었고, 상세 설명을 봐야만 속이 PB로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무늬목이나 파티클 보드의 뜻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오크나무 테이블이라 비싸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까지 목재의 종류, 가구에서 방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처럼 실생활에서 밀접한 제품인 가구가 당신의 가족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가구를 구입하기 전에 이러한 기초 지식을 가지고 제품을 상세히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차츰 누적되고 있을 그 유해물질이 언제 당신의 생명을 노릴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