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시니 괜찮다? 안 괜찮다.
술 안 마시니 괜찮다? 안 괜찮다.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8.20 14:25
  • 최종수정 2019.08.20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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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은 그런거 안 봐줍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우리 몸은 어디나 모두 복잡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간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장기다. 이 장기는 인체의 화학공장이라 불릴 만큼 다채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는 독소와 노폐물의 3/4이 간에서 해독되며, 탄수화물 대사, 아미노산 및 단백질 대사, 지방 대사, 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 호르몬 대사, 영양소 합성 등 또한 간의 몫이다.

이처럼 간은 그 역할이 500종류가 가볍게 넘어갈 정도로 중요한 기관이지만, 역설적으로 간의 이상 여부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내장의 특성상 일상 생활에서 시각/촉각/후각 등의 방식으로 이상을 판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간의 역할이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증상 역시도 복합적이고, 그렇기에 이상이 생겨도 간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예시로 들자면 피로감이 있다.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해독과 대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피로감을 느끼기 쉽지만, 실제로 피곤함을 느끼면 간 기능을 의심하기보단 그냥 요즘 좀 일이 많았겠거니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만성피로 환자 중 약 20%는 간 기능 이상 진단을 받는다는 보고도 있다.

 

[술을 마셔서? 술을 안 마셔도?]

지방간은 간단하게 말해서 간에 지방이 축적되어 전체 간의 5% 이상이 지방이 된 상태를 의미한다.

지방간은 흔히들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방간은 크게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 그리고 기타 원인(주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기록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5만 1,256명으로 2013년 2만 4,379명과 비교하였을 때, 5년 간 약 2배 증가했음이 발견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21%에 이른다.

이처럼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대인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등의 생활습관에서 기인한 대사증후군 환자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경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흰쌀밥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한 지방간 발생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30%에 이를 정도로 높다, 한식이 건강하다고 위안삼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이 시대는 영양과잉과 운동부족의 시대고, 뛰어난 현대의학은 '생존'에 특화되어 있다. 우리는 '건강하지 못하게 오래살기 딱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방간,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되었다시피 지방간은 일반적으로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 스스로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자각할 수 있을만한 증상이 피로감인데, 피로감이란게 또 개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빈도가 과하게 잦거나, 온 몸의 쇠약감 또는 오른쪽 윗배 통증이 느껴질 때에는 지방간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증상의 정도는 개인 특성인 지방 축적 정도 및 기간, 동반 질환 유무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지방간은 초음파 검사나 간 기능 검사를 통해 발견된다.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술을 끊어야 하고, 비만이 원인이면 체중감소, 당뇨병이 동반된 지방간은 혈당 조절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만성질병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지방간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다. 전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약 25%는 심한 간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며, 방치 시에는 간경변, 심한 경우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지방간 진단을 받는다면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체중감량을 비롯한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약물로는 최근 다수의 체중 감량제가 FDA 승인을 받기는 하였지만 지방간에 대한 특이적인 치료제인 것은 아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지방간 예방을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이다.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되 과일이나 곡물과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면서“특히 단당류가 함유된 탄산음료 및 시럽이 함유된 커피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만성질병의 답은 클래식하다,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수면, 그리고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