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⑨ 영화 속 ‘조로증’
무비탐방⑨ 영화 속 ‘조로증’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8.29 09:00
  • 최종수정 2019.08.2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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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찬란히 빛나는 병

너는 수많은 평범한 별들 중에서, 짧지만 찬란히 빛나는 혜성과 같아

-영화 <> 중에서

[헬스컨슈머] 조로증을 쉽고 간단하게 포현하자면 나이는 10, 외모는 50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로증은 어린 아이들에게서 조기노화현상이 나타나는 희귀한 유전질환이다. 노화가 일어나는 만큼 합병증의 발생률이 높으며, 그들의 평균 수명은 13세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 무비탐방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조로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속 조로증’]

영화 '잭', 스틸컷
영화 '잭',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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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배우인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10살의 나이지만 외모는 중년의 모습이다. 잭은 조로증을 앓고 있는 소년으로, 늙은 외모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을 받지만, 서서히 친구들과 친해지게 된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잭이 학교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또한 잭은 또래보다 훨씬 늙고 수명도 짧지만, 그가 보여주는 환한 미소는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컷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컷

-두근두근 내 인생

강동원과 송혜교의 만남으로 큰 이슈를 끌었던 영화이다. 영화 포스터를 본 적 없는 사람이 이 소식을 들으면, 로맨스 장르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조로증 소년 아름(조성목)과 그 부모인 대수(강동원), 미라(송혜교)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위 말하는 사고를 쳐서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지게 된 대수와 미라는 어느덧 34살이 되었다. 그들의 아이는 16살이 되었지만, 나이와 다르게 외모는 80살처럼 보이는 조로증을 앓고 있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가족의 따뜻함과 젊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찬란히 빛나는 병, 조로증]

이처럼 아이들이 앓고 있는 조로증은 어떤 질환일까?

-원인

조로증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기 바로 전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조로증 환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했을 때, 그들이 기존에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돌연변이의 발생이 그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예를 들어 첫째가 조로증이더라도, 둘째가 조로증일 확률은 다른 정상인과 같다. , 조로증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돌연변이의 발생에 달려있다.

-증상

조로증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들에게서 조기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의 유아기는 또래와 큰 차이가 없지만, 9~24개월이 되면 성장지연이 뚜렷해지면서 키가 작고, 몸무게가 적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부위별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얼굴의 경우, 2세가 되어도 얼굴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얼굴은 머리에 비해 작고, 두개골의 앞과 옆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다. 코는 작고 뾰족하며, 눈은 튀어나와있고, 귓불이 없는 형태로 자라난다. 또한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노인의 머리카락처럼 하얀색으로 변하게 된다.

피부에서도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어린이의 경우 피부가 건조해지고 주름이 생기며, 갈색 반점이 생겨난다. 또한 손톱과 발톱도 노화로 인해 노란색으로 변하고 부서지기 쉽다. 뼈 역시 연약해져 작은 손상에도 골절되거나 탈골되기 쉬워진다.

한편, 어느 의학문헌에 따르면 5세 정도 환자에게서 죽상 경화증이 나타났다고 한다. 죽상 경화증은 혈관(특히 동맥)의 병적인 변화를 뜻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죽상 경화증은 정상적인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그에 따라 체내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며, 심장근육에 손상이 발생하여 심장 발작이나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듯 조로증이 나타나면, 노화로 인한 각종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 심장질환으로 인해 보통 8~21세에 사망한다고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까지는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

이러한 조로증의 치료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당신은 평균 수명이 13세라는 부분에서 조로증의 해결책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노화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생명연장과 증상의 완화를 위한 치료방법이 연구 중에 있다.

조로증 환자의 노화라는 증상은 비슷하지만, 개인마다 합병증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의료진은 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여 생명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환자와 가족을 위한 유전상담도 존재한다. 유전상담이란 해당 유전질환이 무엇인지, 어떻게 유전되는지, 증상과 경과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상담프로그램이다. 유전상담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이해를 돕고,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이 무엇인지 결정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성인도 피할 수 없는 조로증의 위험]

한편,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조로증인 위너 증후군도 존재한다. 위너 증후군은 성인 조로증, 또는 베르너 증후군이라고 불린다. 위너 증후군은 사춘기 이후부터 인체가 급속도로 늙으면서 일찍 사망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이 증후군을 앓는 환자는 아동기까지 정상적인 성장을 보였어도, 청소년기부터는 성장이 되질 않아 대부분 160cm 미만이다. 증상은 조로증처럼 흰머리나 탈모, 과다한 주름, 손톱과 발톱 변화와 같은 노화가 나타난다. 30대가 되면 백내장, 당뇨병, 골다공증이 나타나며, 40~50대 때 심근경색이나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은 주로 10대 중반부터 30대이며, 사춘기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평균 진단 연령대는 20~30대이다.

위너 증후군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된다고 알려졌다. 또한 대부분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이 유전되기도 한다. 조로증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는 상황이며, 환자 개인에게 나타나는 합병증에 따라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주로 피부궤양, 당뇨병, 고지혈증, 백내장, 발생한 종양에 대한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되는 병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 버린다. 기자는 조로증을 살펴보다가 문득,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신생아 때 80세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시간이 갈수록 젊어지고, 실제 노인이 되어서는 신생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물론 조로증과는 다른 증상이지만, 이 영화와 조로증이 가진 타인과 다른 시간대라는 의미는 비슷하다.

같은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과 다른 시간(나이)을 보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당신이 조로증 환자를 만난다면 놀랄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 시간 속에서 공동체와 어울릴 수 있도록 편견 없는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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