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식품록(마라) 1
유행의 식품록(마라) 1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8.28 09:00
  • 최종수정 2019.08.29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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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痲辣)맛 시리즈, 나라가 허락한 그 짜릿한 매운맛

[헬스컨슈머]바야흐로 유행의 시대다. 굳이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언저리 어딘가에서 닭강정, 우유빙수, 나가사키 카스테라, 화덕피자, 팥앙금 버터빵, 흑당 버블티 등의 기억이 앞다투어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SNS에서, 번화가에서 한번씩은 마주쳐본 그것들, 하지만 그들에게 쏟아주는 관심만큼 그것을 소비함으로서 우리의 건강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물어볼 때가 되었다, 당신이 어제 사먹은 그 음식, 건강에는 어떨까?

 

[마라, 찌릿찌릿하고 자극적인 그 향기]

마라(痲辣)’란 중국 사천지방의 매운 음식의 한 종류, 또는 그 베이스가 되는 소스맛을 의미한다. 이 마라는 매운 고추기름과 마늘, 산초, 팔각 등의 향신료를 아낌없이 털어 넣어 자극적이고 짜릿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오죽하면 요즘 세대가 농담으로 마라소스를 ‘나라에서 허락한 마약’이라고 할까.

워낙 뜨겁고 매우며 자극적인 음식이라서일까, 한번 입에 대면 얼얼한 혀끝과 뜨거운 입술이 잠깐 멈칫하게 하지만, 이내 그 강렬하고 맵싸한 맛을 정복하려 달려들게 된다. 덕분에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등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온몸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땀은 물론이고, 눈물 콧물 할 것 없이 열심히 배출해낸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마라소스 음식의 건강에 대한 영향은 어떨까?

 

[마라탕, 나의 혀를 가져가]

마라탕은 사천음식의 대표주자로, 마라소스에 육수와 온갖 종류의 고기, 야채, 버섯, 당면 등등을 넣어 끓인 음식이다.

또한 의외로 그 근원은 장강 유역에 거주하던 뱃사공과 선박 관리원들이 만들어 먹던 뱃사람의 음식이라고 한다. 고된 노동을 마친 그들은 강변에 돌을 쌓아놓고 뜨겁고 매운 국물에 매일 들어오는 온갖 재료를 가리지 않고 꼬치에 꿰어 담가 먹었는데, 이렇게 허기를 해결하고 물에 젖어 추운 몸을 녹였다고 전해진다.

그 간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맛에 반한 주변 일꾼들에 의해 해당 요리는 금방 퍼져갔고, 결국에는 항구의 장사꾼들이 본격적으로 이 요리를 가게에서 팔기 시작했다. 초창기 마라탕 장사꾼들은 물지게를 개조해, 물통 대신 꼬치를 가득 담은 뜨거운 국물통을 양끝에 지고 다니며 팔았다고 한다. 그 뜨겁고 매운 맛은 주머니와 배가 항상 부실하던 도시 안의 평민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고, 점차 내륙지방까지 진출했다.

이처럼 초창기의 마라탕은 뜨겁고 매운 국물에, 꼬치를 담가먹는 형태였다. 하지만 중국 국민들의 경제적 수준이 상승하고, 사회적으로도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재활용 등의 위생문제가 있는 꼬치보다는 점차적으로 현재와 같은 완전한 탕 형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샤브샤브도 홍탕, 즉 마라맛 빨간 국물이 유행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마라탕과 마라 훠궈(중국식 샤브샤브)가 서로 다른 요리라고 평하기도 한다. 다만 현지에서는 마라탕의 고급화가 마라 훠궈라고 보고 있다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좌우지간, 마라탕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찌개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소스와 국물에 들어있는 나트륨이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는 뜻이다. 마라맛 음식들이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고추기름과 향신료의 자극성, 국물의 염분을 주의한다면, 나머지 재료들은 한식에서도 평소에 종종 먹던 재료들이라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때때로 찍어먹는 땅콩소스(엄밀히 말해서는 땅콩버터와 참깨소스의 혼합이다)에도 과도한 지방과 설탕이 들어있으니 의식하고 먹자.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양꼬치엔 칭따오? 마라샹궈엔 칭다오지!]

마라샹궈는 기본적으로 마라탕의 재료와 거의 비슷한 재료들을 사용한다. 마라소스에 소, 양, 돼지, 닭 등의 고기와 배추, 청경채, 양상추, 감자, 고구마 등의 야채, 그리고 목이버섯과 팽이버섯, 넓적 당면 등의 재료를 푸짐하게 넣고, 마라탕처럼 육수를 붓고 끓이는 대신 웍(중화요리 팬)에서 기름을 두르고 화끈하게 볶는다. 덕분에 시원한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진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양꼬치엔 칭다오’보단 ‘마라샹궈에 칭다오’가 정답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기가 자르르르 흐르는 쌀밥에 빨간 양념을 입은 고기와 야채덩어리를 얹어 입에 넣으면 이 음식이 왜 젊은 세대의 혀끝과 SNS 메인화면을 지배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밑도끝도 없이 불쑥불쑥 생각나는 중독성은 덤이다.

마라샹궈와 비슷한 재료를 쓰기에 비슷하게 소화기관을 자극할 수 있는 너무 강한 향신료, 그리고 과도한 나트륨을 주의하면 된다.

하지만 마라탕과는 달리, 물기가 없는 볶음요리이다. 이 말은 향신료가 당신의 속을 뒤집어 놓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된다. 다만 국물을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던가, 기름을 잘 소화한다거나 등의 체질적인 차이가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만 먹으면 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너무나 강렬한 당신, 식품위생도 챙겨주세요]

이 외에도 마라소스로 닭새우를 볶은 마라롱샤, 두말하면 서러운 마파두부 등의 음식도 마라맛 음식에 속한다. 좌우지간 이런 마라맛 음식은 뜨겁고 강렬한 매운맛으로 사람의 분비샘을 사정없이 자극해 온 몸에서 땀과 눈물, 콧물을 배출시킨다. 자연히 노폐물 분비와 혈액순환 개선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화장실에서는 조금 괴롭겠지만.

다만 중국요리가 으레 그렇듯이, 마라소스를 사용한 음식들은 매우 향이 강한 편이다. 때문에 일부 양심적인 업체들은 저질 재료들을 넣고 강렬한 소스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등의 식품위생 문제도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슬슬 서늘한 가을이 다가오는 오늘, 그 옛날의 뱃사공들처럼 뜨거운 땀을 줄줄 흘리며 마라탕 한그릇 하는 것은 어떨까. 온 몸에서 땀과 눈물, 콧물을 배출하며 막혔던 속도 뻥 뚫리길 빈다,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은 행복한 일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