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친구들보다 키가 커요", 좋아하긴 이를 수도...
"우리 아이는 친구들보다 키가 커요", 좋아하긴 이를 수도...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8.28 14:30
  • 최종수정 2019.08.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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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 학교에 보냈는데 친구들보다 키가 작진 않은지, 또래들보다 언어습득이 늦진 않는지, 아이에 대한 부모의 걱정스러운 마음은 방학이 마무리되고, 새학기를 맞이하는 때부터 다시금 부풀어오른다. 학교나 학원, 유치원처럼 또래 아이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생활하는 곳에선 아이들끼리의 상대적인 비교가 시시때때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아이의 성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빠르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 있을까? ‘빠름’과 ‘안정성’은 공존하기 힘든 미덕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빠른 성장,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빨리 자라 흐뭇하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아이가 또래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플라스틱 등의 유사호르몬 성분은 어린 세대들의 체내 호르몬 균형을 교란시켜 성조숙증이나 남아의 여유증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조숙증은 이미 질병코드(E301)까지 발급될 정도로 보편적이고 중요한 문제이다. 그 상승률 역시도 심각한 수준인데, 건강보험공단에서 2013~2017년 국내 성조숙증 질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5년간 2013년 대비 42.3%(연평균 9.2%) 증가하였다. 이 중에서 남아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12.8%로 여아환자(연평균 8.9%)보다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가 두드러지게 성장이 빠르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충분한 통계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친구들보다 빠른 성장, 오히려 아이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도]

또한 성조숙증이란 근본적으로 아이가 사춘기 시절에 서서히 겪어야 할 육체적 변화를 더 일찍, 더 급격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의 성장판은 더 일찍 닫히게 한다. 결과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평균보다 작을 수 있다. 또한, 또래 집단군의 외모와 그들의 시선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남들보다 빠른 외형의 변화는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정혜운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8세, 남아는 만 9세 미만의 시기에 사춘기 현상(유방 또는 고환의 발달)이 나타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탓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수준의 성조숙증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만약에 부모가 판단하기에 아이가 성조숙증을 겪고 있다면 병원에 내방해 검진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조숙증은 사춘기 상태에 대한 검진, 뼈 나이 검사 및 호르몬 혈액검사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부모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거나, 또는 전문 의료진들이 판단하기에 따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면 균형잡힌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치료가 필요한 중추성 성조숙증(뇌의 시상하부를 비롯한 중추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작용하는 성조숙증)의 경우에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유도체 약제가 주로 활용되며, 사춘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연령 전까지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치료 시작 후 약 6개월이 지나면 2차 성징의 진행이 억제되고 성장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정혜운 교수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매년 키와 몸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기록할 필요가 있으며,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성장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