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⑩ 영화 속 ‘기면증’
무비탐방⑩ 영화 속 ‘기면증’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04 09:00
  • 최종수정 2019.09.03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졸음

[헬스컨슈머] 기면증은 쉽게 말해 참을 수 없이 쏟아지는 졸음이다. 어느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보통은 현기증이나 각종 질환 등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기면증도 이런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또한 기면증은 평생을 함께할지도 모르는 병이기도 하다. 이번 무비탐방 시리즈에서 기면증에 대해 살펴보자.


[영화 속 기면증’]

영화 '기면증', 스틸컷
영화 '4인용 식탁', 스틸컷

-4인용 식탁

이 영화는 스릴러공포 장르로, 정원(박신양)과 연(전지현)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정원이 지하철에서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뒤부터, 집에 있는 4인용 식탁에 아이들의 귀신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에 정원은 공포를 느끼며 불안함에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기면증을 앓고 있는 연을 만나게 되고, 귀신을 볼 수 있는 그녀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 영화는 상상과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상징적인 장치를 추측해야지만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또한 영화의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영화 '클래식', 스틸컷
영화 '클래식', 스틸컷

-클래식

<클래식>20대 초반의 풋풋한 손예진을 볼 수 있는 국내 로맨스장르의 교과서적인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기면증 환자가 있었어? 누구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혹시 서브 남자주인공이라고 불리는 태수(이기우)가 갑자기 쓰러지던 장면이 기억나는가. 이것은 기면증의 증상 중 하나로, 태수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청년이었다. 한편, 주인공인 손예진은 이 작품에서 12역을 하며, 엄마와 딸을 연기했다. 엄마인 주희(손예진)와 준하(조승우)의 못 이뤄진 사랑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딸인 지혜(손예진)와 상민(조인성)의 연애담까지 담고 있다. 또한 이 두개의 연애담은 서로 얽혀 있다. 한국형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견딜 수 없는 졸음, 기면증]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길을 걷다가도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기면증은 어떤 질환일까? 기면증은 낮 시간에 과도하게 졸리고 환각, 수면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기면증은 성인 중 약 0.02~0.18%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원인은 하이포크레틴?

기면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면증이 하이포크레틴의 농도 저하와 관련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이포크레틴은 뇌에서 수면-각성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만약 면역계 이상으로 신체의 면역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파괴한다면, 기면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1950년대 미국, 디멘트라는 학자가 기면증 증상이 있는 개를 순종 교배시켜, 기면증이 있는 개를 태어나게 했다. 태어난 개의 뇌를 조사한 결과, 하이포크레틴을 만드는 세포체가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증상은 크게 4가지

그렇다면 기면증은 영화 속 인물들처럼 졸려서 쓰러지는 것 말고는 또 어떤 증상이 있을까? 기면증의 증상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수면발작으로, 이는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했어도 일상에서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말한다. 심한 경우 말하다가 갑자기 졸음에 빠져들기도 한다.

둘째는 허탈발작이다. 허탈발작은 크게 웃거나 화를 낼 때 갑자기 골격근의 힘이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 증상은 기면증 환자의 약 70%에게서 나타난다. 일부 근육의 힘이 빠지면 턱을 벌리는 등의 간단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나, 전체 근육의 힘이 빠지는 경우 쓰러질 수 있다.

셋째는 수면마비다. 수면마비는 잠에 들거나 잠에서 깰 때, 정신은 깨어있지만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증상이다. 기면증 환자의 약 40%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마지막으로는 환각 증상이 있다. 일부 기면증 환자들은 잠에 들거나 잠에서 깰 때, 환각을 느끼게 된다. 이에 잠에서 깬 후에도 꿈이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치료: 약물과 규칙적인 낮잠]

이처럼 수면발작과 허탈발작이 동시에 나타나면, 영화의 장면처럼 길을 걷다가 쓰러져 잠을 자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운전을 하는 도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또한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언제 잠이 들지 모르니 원만한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불규칙적인 수면장애는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면증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할 질환이다. 기면증 치료방법에는 약물치료와 행동변화 등이 있다.

먼저 약물치료로, 수면발작 증상을 위해 흥분제 또는 각성을 촉진하는 약을 투여할 수 있다. 암페타민, 메틸페니데이트, 페몰린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허탈발작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미피라민 등 허탈발작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기면증 체료제로 주목을 받는 것은 옥시베이트나트륨이라는 약물이다. 이것은 기면증 증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에서는 옥시베이트나트륨을 기면증의 일차적 치료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기면증 치료를 위해, 환자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행동의 변화를 줘야한다. 계획적인 낮잠이 그 예로, 이것은 기면증 환자의 주간졸음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침에 기상 후 5시간 간격으로 10~20분 정도의 낮잠을 자는 것이 좋다.

기면증은 단순히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피곤해서 조는 것은, 어느 정도의 의지로 깨어날 수 있지만, 기면증은 의지와 별개로 잠에 드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상황에 갑작스럽게 찾아올지 모른다. 따라서 기면증을 앓고 있다면 늘 주의하고, 규칙적인 낮잠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겠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