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서 건강을 챙긴다, 세계의 목욕방식
씻어서 건강을 챙긴다, 세계의 목욕방식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04 14:00
  • 최종수정 2019.09.04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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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러시아·인도

[헬스컨슈머] 지난 기사에서 한·일의 목욕문화와 목욕이 건강관리의 기본이란 점을 이야기했다. 다시 한 번 목욕에 대해 언급하자면, 목욕은 세균, 바이러스, 먼지 등을 씻어내는 과정으로 건강을 위한 신체관리 방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식중독 예방요령에서 늘 강조하는 것은 손 씻기, 익혀먹기, 끓여먹기이다. 여기서 손 씻기는 균을 씻어내라는 의미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목욕은 건강과 직결되며 균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세계의 목욕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과연 세계인들은 어떤 목욕문화로 목욕을 즐기고 있을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터키, 하맘에서 때를 밀다]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 터키는, 한국의 목욕문화와 유사한 편이다. 공중목욕탕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때를 미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때밀이 문화를 즐기는 국가는 한국과 터키가 가장 대표적이다. 또한 한국과 다른 터키의 특색은 탕이 아닌 증기라는 점에 있다.

터키의 공중목욕탕을 하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곳에는 한국처럼 커다란 탕이 없으며, 마치 한국의 사우나처럼 증기로 이뤄져 있다. 하맘에서 목욕방식은 보통 증기로 몸의 때를 불린 후, 때를 밀고 헹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맘의 중앙에는 괴벡 타쉬라고 불리는 커다란 대리석이 있는데 그곳에 누워서 때밀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때밀이 서비스는 한국과 비슷하다. 목욕관리사에게 때밀이를 요청한다면 돈을 내면 된다.

또 한국과 다른 점은, 하맘 안에서 페슈테말이라는 큰 수건으로 소중한 부위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처럼 공중목욕탕에서 옷을 다 벗는 국가는 많지 않다. 다만, 목욕관리사에게 때밀이 서비스를 받을 때, 중간에 페슈테말을 벗긴 한다. 하맘에서 목욕을 끝내면, 따로 마련된 샤워실에서 몸을 헹구고 나오면 끝이 난다. 터키인들은 하맘에서 증기로 때를 불리고 미는 행위를 통해 신체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러시아, 바냐에서 땀을 빼다]

러시아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분명 추운 나라일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겨울은 영하의 온도가 지속되는 살벌한 계절이다. 러시아인들은 이러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고온의 증기를 통한 사우나를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사우나 이름은 바냐이다. 전통적인 바냐(또는 반야)에는 돌이 쌓인 벽난로가 있다. 바냐의 원리는 벽난로로 돌을 달구고, 그 위에 물을 부어 뜨거운 증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바냐에서는 고온의 증기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기도 한다.

또한 바냐 안을 둘러보면 베니크라고 부르는 자작나무 가지가 있다. 러시아인들은 베니크를 손에 쥐고 전신을 두드리는데 사용한다. 왜냐하면 러시아인들은 베니크로 몸을 두드리는 것이 신체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혈액순환 촉진 등의 마사지 효과를 보는 건강관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냐를 끝내고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냉탕에 몸을 던져야지 진정한 바냐를 즐겼다고 말할 수 있다. 붉게 달궈진 몸을 냉탕에서 식히는 과정은 짜릿한 감각을 선사하며, 마치 새롭게 태어난 기분을 들게 해준다. 러시아인들은 바냐에서 몸을 덥히고, 냉탕에서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면 한 해 동안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마지막으로 바냐는 단순히 씻는 곳이 아닌 보드카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교의 장소이기도 했다. 러시아가 보드카의 나라라는 말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러시아는 굉장히 춥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러시아인들은 높은 도수의 술을 마셔서 신체의 열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 바냐와 보드카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이자 하나의 문화인 셈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인도, 갠지스강에서 마음을 씻어내다]

인도의 특별한 목욕문화라고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강에 들어가 몸을 씻어내는 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바라나시에 위치한 갠지스강이다.

인도인들은 80% 이상은 힌두교를 믿는다. 또한 힌두교 신자들은 오래전부터 갠지스강을 비슈누 신의 발뒤꿈치에서 흘러나온 물이라 생각하며 성스럽게 여기고 있다. , 갠지스강은 이들의 (마음의)고향이자 성지인 것이다. 심지어는 힌두교 신자들은 태어난 후 갠지스강에서 세례를 받고, 죽어서도 그곳에 뿌려지길 희망한다. 따라서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 일은 다수의 인도인들에게 단순한 목욕이 아니다. 마음을 씻어내는 종교적 의식행위이자, 갠지스강에서 씻었다는 만족스러움 등 정신건강까지 챙기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갠지스강은 화장한 재를 뿌리거나, 시체를 수장하거나, 빨래를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인도의 목욕문화가 낯선 사람들이 갠지스강을 본다면 그곳에서 목욕을 하다니!’라며 기겁할 것이다. 실제로 갠지스강은 쓰레기, 폐수, 배설물, 화장 후 시체 잔유물 등으로 많은 오염이 되어있는 상태다. 한편, 인도는 수도시설이 매우 열악한 편이라, 강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보통 길거리에 있는 공동 세면장에서 목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한국에 때밀이 문화가 있다면, 터키는 하맘, 러시아는 바냐, 인도는 갠지스강을 중심으로 목욕문화가 이뤄져 있었다. 또한 이번 기사를 통해 목욕에 대한 의미는 육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인도처럼 말이다. , 각국의 목욕문화는 서로 다르나, 목욕을 하면 건강하다고 느끼는 것은 모두 한 마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