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VS들기름, 이번 명절엔 뭘 쓸까?
참기름VS들기름, 이번 명절엔 뭘 쓸까?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9.09 09:00
  • 최종수정 2019.09.0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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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소비자를 위한 명절 가이드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세상엔, 아니 범위를 훨씬 좁혀 한국에서도 수많은 식용 기름이 우리의 식탁을 윤택하게 한다. 대두유, 포도씨유, 옥수수유, 카놀라유 등은 윤택한 농업 발전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이고 친숙한 기름을 꼽자면 단연 참기름과 들기름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그 기막힌 향,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은 음식의 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마법과도 같은 효과를 지닌다.

민족의 전통음식에 빠질 수 없는 이 두 기름, 그렇다면 이번 명절에는 어떤 기름을 쓰는 것이 더 좋을까?

 

[건강을 생각한다면 들기름을]

건강에는 들기름이 더 좋다, 심지어 들기름은 저 유명한 올리브유보다 건강에 좋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올리브유의 주성분은 오메가 3가 아닌 오메가 9이다. 흔히들 말하는 ‘오메가 3 지방산 섭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들기름이 훨씬 우수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때문에 최근 일본에서 들기름이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 오메가 3가 풍부하다는 내용의 마케팅을 펼치자, 판매량이 단기간에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참기름은 건강에 좋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이것은 생산방식, 그리고 재료의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참기름의 생산은 크게 냉압착과 열압착으로 나뉜다. 냉압착 방식은 전통적으로 압력을 가해 짜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이다. 반면에 열압착 방식은 섭씨 210도의 온도에서 볶은 후 압착하는 방식이다. 참기름 특유의 향미는 참깨를 볶는 과정에서 참깨 중에 포함된 당질, 단백질, 지질 등의 여러 성분이 반응하여 생성되는 것으로, 열로 인한 산패가 불가피하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참기름의 향은 대개 산화가 잔뜩 된 탄기름 향이라고 보면 된다. 슬프게도 맛있는건 보통 건강에 좋지 않다는 명제는 여기서도 해당된다.

냉압착 방식은 산패도, 명도 등에서 열압착 방식보다 우수하나, 추출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어서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기름은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과 불포화지방산 등의 함유량이 열압착 기름보다 훨씬 높다. 즉, 건강한 참기름을 원한다면 직접 좋은 참깨를 챙겨 방앗간으로 가 냉압착 방식으로 기름을 짜오는 것이 최선이다.

전통적이고 건강한 느낌이 난다고 해서 시골이나 재래시장에 있는 참기름을 덥석 집어드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국산 참깨, 그리고 그것으로 만든 참기름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지 않은 그런 곳에서는 잘 안 팔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 판단은 소비자의 몫.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편한 것이 제일이라면 무난한 참기름을]

일반적으로 나이가 다소 있으신 분들은 참기름이 들기름보다 고급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막상 가격표를 보면 오히려 들기름이 더 비싼 경우가 흔하다.

앞서 말했듯이 국산 참깨로 직접 짠 방앗간 기름이 아닌 대량 생산 참기름은 일부 고급제품을 제외하면 저렴한 수입산 참깨라 비싸지 않다. 수입산이라고 꼭 질이 나쁜 것은 아니니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인 셈. 또한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들기름보다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

반면, 들깨는 국산 외엔 중국산 정도로 보기 드문 작물이다. 당장 들깨의 잎인 깻잎만 해도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편할 듯하다. 게다가 유럽과 중동, 심지어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도 들기름을 목공용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식용 들기름의 소비와 생산은 더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조금 심한 비유를 하자면 공업용 코팅제 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고싶은 사람은 별로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들기름은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 때문에 쉽게 산패되기 때문에 옛날에는 필요할 때 그때그때 짜서 식용했다. 산패된 기름을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냄새도 고약하고 건강에도 썩 좋지 않으니 주의할 것. 따라서 들기름을 살 때는 한번에 소량만 사서 짙은 색의 병에 밀봉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마찬가지로 오픈마켓 등지에서 양 많고 싼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참기름은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성분표시를 찬찬히 뜯어보면 참기름이라기엔 상당히 의심스러운 성분구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믿기 힘든 제품을 살 바에는 차라리 중국산이라고 할지라도 재래시장의 방앗간에서 구입하는 게 낫다. 식품으로써 세관을 통과한 제품은 그래도 최소한의 품질검증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싸구려 유사 참기름은 비슷한 냄새와 맛이 나는 땅콩 기름을 섞은 경우가 많다.

여기까지 우리나라 밥상머리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참기름과 들기름에 대해 알아보았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들기름, 편의성을 생각한다면 참기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니, 건강한 소비생활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스스로의 기준과 필요에 맞춰 판단하는 것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