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⑫ 영화 속 ‘파킨슨병’
무비탐방⑫ 영화 속 ‘파킨슨병’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10 09:00
  • 최종수정 2019.09.09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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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떨리고 느려지는 병

[헬스컨슈머] 파킨슨병이 흔히 알려진 병은 아니지만,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질환이다. 이 질환은 신체가 떨리고 자세가 불안정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은 파킨슨병이 죽을병이 아니라 치료로 호전을 보일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이다. 이번 편에서 이러한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속 파킨슨병’]

영화 '러브앤드럭스', 스틸컷
영화 '러브 앤 드럭스', 스틸컷

-러브 앤 드럭스

<러브 앤 드럭스>는 미국 로맨스영화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앤 해서웨이가 여자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남자주인공인 제이미(제이크 질렌할)는 매력이 넘치고 섹시한 남자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천하의 바람둥이다. 그런 제이미가 첫눈에 반한 여자가 바로 매기(앤 해서웨이)인데, 그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느끼며 섹스 파트너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영화의 전반부는 매기가 자신의 병으로 인해 제이미와의 깊은 관계를 두려워하는 내용이다. 후반부는 파킨슨병의 현실을 직시하고 불안해하는 연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 영화는 병마와 싸우고 죽음의 순간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그런 극적인 내용은 아니다. 다만, 매력 넘치는 남녀가 보여주는 연애감정들은 당신의 연애세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마지막 4중주', 스틸컷
영화 '마지막 4중주', 스틸컷

-마지막 4중주

4중주란, 4개의 악기로 이루어지는 편성을 말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4명이다. 이들은 사제지간, 친구, 부부 등으로 묶여있는 특별한 관계로, 4중주 그룹 푸그에서 25년 동안 함께한 유명한 음악가들이다. 어느 날, 공연을 앞두고 팀의 최고령자이자 리더인 피터의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피터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25년간 쌓인 그들의 갈등이 폭발한다. 푸그는 어렵다고 소문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곡을 연주하려고 하는데, 이곡은 쉬지 않고 장시간 연주해야 해서 연주자의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 14번곡은 악기들이 불협화음을 내기 쉬운 곡으로, 25년 동안 지속된 푸그 자체를 상징하고 있다. 갈등이 폭발한 푸그는 불협화음의 상태에서 연주를 관둘까 아니면 극복하고 지속할까? 마지막 결말은 당신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떨림, 느림, 그리고 파킨슨병]

영화 <마지막 4중주>에서 피터를 은퇴시키게 만든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신경퇴행성 질환이란, 어떤 원인에 의해 신경세포들이 소멸되어 뇌의 기능까지 이상을 일으키는 질병을 말한다. 무비탐방 시리즈에서 언급한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도 신경퇴행성 질환에 속한다.

-원인

뇌 속에는 여러 가지 신경 전달 물질이 존재한다. 그 중 도파민은 운동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라지는 질환으로, 이 세포가 사라지면 도파민이 부족해지고 결국 운동기능에도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모든 세포가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진행되며 50~70%정도까지만 없어진다.

이러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라지는 원인에 대해서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2가지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외부의 어떤 물질이 인체에 유입되어 세포의 소실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인물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추측하는 정도에만 머물러 있다. 둘째는 유전적 요인이다. 일부 파킨슨병 환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고, 가족들에게서도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유전적 요인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도 많기 때문에 이 역시도 확실하지 않다.

한편, 파킨슨병의 가장 중요한 발병요인은 나이다. 파킨슨병이 발생하는 평균 나이는 60세이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증가한다. 보편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은 나이와 관련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증상

그렇다면 파킨슨병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운동기능의 저하다. 특히 주요4대 증상이라고 불리는 것은 떨림, 강직, 운동 완서, 그리고 자세 불안정이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은 손의 미묘한 떨림으로 시작한다. 다만, 떨림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떨림이 나타난다고 해서 파킨슨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강직은 관절을 구부리고 펼 때 뻑뻑한 느낌이 드는 것으로,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운동 완서는 몸의 동작이 느려지는 것을 말한다. 운동 완서가 발생하면, 동작이 매우 느려지고 동작을 멈추는 일도 어려워진다. 파킨슨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자세가 불안정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불안정한 자세의 흔한 형태는 넘어짐으로, 길을 걷다가 쉽게 넘어지게 되고 그로 인해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증상의 영향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은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보폭이 좁은 걸음걸이 등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또한 파킨슨병은 운동기능의 저하뿐만 아니라 우울증, 치매, 수면이상, 자율신경계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치매는 파킨슨병이 진행되고 10년 뒤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하진 않지만 파킨슨병 환자 중의 15~30%는 치매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흔하게 자율신경계 이상을 경험한다. 자율신경은 심장 박동, 호흡, 소화 등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이다.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소변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을 수시로 드나들거나, 식사 후 내용물이 위로 내려가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파킨슨병의 치료제는 무엇일까?]

이러한 파킨슨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증상을 효과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는 치료제는 존재한다. 아마 이 글을 읽은 사람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을 주입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이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신체는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실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도파민을 체내에 바로 주입할 경우, 도파민은 혈액과 뇌 조직 사이에 있는 장벽에 가로막혀 뇌의 신경세포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행히 파킨슨병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도파민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장벽까지 통과할 수 있는 레보도파가 개발되었다. 이 물질은 장벽을 통과하여 뇌의 신경세포까지 도달한 후, 도파민으로 대사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레보도파는 1960년대 말부터 파킨슨병의 약물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질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에도 레보도파를 기본 성분으로 한 다양한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도파민 효현제라는 약물도 있다. 이것이 도파민은 아니지만, 도파민과 유사하게 신경전달과정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파킨슨병에 이용되는 약물은 많다. 항콜린제, 아만타딘 등이 그 예이다. 항콜린제는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떨림을 조절하는데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만타딘 약물은 떨림과 강직의 조절과 움직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영화 속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보았다. 파킨슨병은 대부분 느리게 진행하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오랫동안 큰 불편함 없이 생활 할 수 있는 질환이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기대수명(추측한 수명)은 파킨슨병이 없는 사람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파킨슨병이라 좌절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치료를 통해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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