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탐방⑬ 영화 속 ‘조울증’
무비탐방⑬ 영화 속 ‘조울증’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12 09:00
  • 최종수정 2019.09.17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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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 속 롤러코스터

[헬스컨슈머] 조울증, 사람들에게 흔히 알려진 질환이다. 대체로 울다 웃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표현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조울증은 기분이 상승하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병이다. 마치 올라갔다 내려가는 롤러코스터처럼 말이다. 또한 조울증은 환자의 10~15%가 자살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무서운 병이다. 이번 무비탐방 시리즈에서는 조울증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영화 속 조울증’]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스틸컷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스틸컷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영화의 제목에서 실버라이닝은 먹구름 뒤로 비치는 밝은 태양을 의미한다. 여기서 태양이 보여주는 햇빛은 희망을 뜻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팻과 티파니다. 팻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후 감정조절이 어려운 조울증 환자가 되었다. 티파니는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 이후, 여러 문제를 겪으며 회사 동료들과 잠자리를 가지기에 이른다. 쉽게 말해 두 사람은 상처받아서 자신의 삶을 잃은 사람이다. 또한 팻은 자신의 마음에 먹구름을 만든 아내를 (반대로)빛이라고 생각하며 재회라는 목표를 가진 남자다. 반면 티파니는 팻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여자다. 영화는 이런 두 사람이 만나서 보여주는 교감과 치유, 그리고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스틸컷
영화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스틸컷

-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영화제목은 낯설지만 헐크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와 아바타의 여자주인공인 조 샐다나가 출연하는 영화다. 카메론(마크 러팔로)은 조울증 환자로 상사와 다투고 실업자가 된다. 그의 아내인 매기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두 딸을 사립학교로 보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매기는 취업을 위해 공부하러 뉴욕까지 가게 된다. 이에 카메론이 두 아이를 보살피게 되는 내용이 그려진다. 이 영화는 양육이 무엇인지, 그리고 흑인인 매기가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 조울증 환자는 어떤 모습인지 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조울증으로 불안정한 카메론과 철없는 두 딸의 성장 드라마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마음 속 롤러코스터는 수시로 운행한다]

이처럼 영화 속 주인공들의 기분을 시도 때도 없이 변화하게 만드는 조울증은 어떤 질환일까. 일반적으로 조울증은 정신과에서는 양극성 장애라고 부른다. 양극성 장애란 기분, 에너지, 생각, 행동 등에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양극성 장애는 크게 1형과 2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1형 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심한 우울상태가 나타나는 유형이다. 2형 양극성 장애는 제1형의 조증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한 조증의 증상과 심한 우울증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몇 시간 또는 몇 개월 지속되기도 한다. 이 기사에서는 쉽게 표현하기 위해 양극성 장애를 조울증이라고 언급하도록 하겠다.

-원인

조울증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다만 몇 가지 요인이 언급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유전적 요인이다. 쌍둥이 연구에서 일란성일 경우 한쪽이 조울증이면 다른 한쪽도 조울증이 확률이 약 80%였다. 반면 이란성일 경우 다른 한쪽이 조울증일 가능성은 약 16%를 보였다. 또한 조울증 환자들의 가까운 친척들이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유전적 요인이 조울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언급되는 또 다른 요인은 신경전달물질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다.

또한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연구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가족들과 함께 사는 환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울증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도 연구단계에 있지만, 추측할 수 있는 점은 환경적 요인이 조울증의 원인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증상

먼저 조증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자면, 조증이 나타나면 신체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활동도 활발해진다. 기분이 고조되고 낙관적인 상태가 되며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또한 말이 빨라지고 생각이 빠르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처럼 말 그대로 기분이 높아진 상태라서 꽤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여기서 증상이 심해지면 환각이나 과대망상에 사로잡힐 수 있다.

우울증 증상은 사람들이 흔히 아는 그 우울증과 비슷하다. 이 상태가 나타나면 슬픔이 지속되고 기운이 없게 느껴진다. 삶이 무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우유부단해질 수 있다. 죄책감, 자책감, 염세적, 걱정, 불안 등도 우울증 증상에 속한다. 조증의 문제가 충동성과 무책임이라면, 우울증 상태의 문제는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울증 환자들은 이러한 기분의 고조와 절망을 경험하여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것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감정기복으로 인해 환자들의 에너지 소비가 크다는 점이다. 높이 올라갔다가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 그들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조울증 환자의 자살율과 자살시도율이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조울증 환자의 10~15%는 자신의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한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조울증의 치료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진단과 치료는 신중하게]

치료를 받기 이전에, 조울증의 진단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조울증은 서로 상반된 양극(조증과 우울증)을 오가다 보니 다른 우울장애와 구별하기 어려워서 잘못된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조증의 증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나타나면 ADHD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증이 심해져서 환각이나 과대망상이 발생하면 조현병으로 진단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우울증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조울증이지만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아 우울증에만 집중된 치료를 받으면서 오히려 조증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증상을 분명하게 밝히고 신중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꾸준한 약물치료

그렇다면 조울증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조울증의 치료는 약물 중심으로 이뤄지고, 상황에 따라 정신치료도 받을 수 있다. 약물치료에서 사용되는 약물은 크게 기분안정제, 항정신병 약물, 항불안제, 항우울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분안정제는 환자의 기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투여 후 2~3주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분안정제 사용으로 우울증 증상이 치료가 되지 않으면,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다. 항정신병 약물은 조증 상태의 완화를 목적으로 하며, 조증 증상을 빠르게 해소시켜준다. 항불안제는 불안초조가 심하거나 조증 증상이 심한 경우 투여할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주인공들은 조울증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조울증이 심한 환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치료를 불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보호자와 상의하여 치료계획을 세우고 환자를 입원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조울증은 (1형의 경우)1년 내에 50%, 5년 내에 90% 이상이 재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조울증은 증상이 사라졌다 해서 약을 마음대로 끊을 수 없으며, 전문의와 상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가족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할 경우, 약물치료를 단독으로 실시하는 경우보다 재발률이 낮다고 한다. 따라서 당신 또는 가족 중에 조울증 환자가 있다면 함께 조울증 관련 교육을 받고 서로 격려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의 롤러코스터가 언제 멈출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치료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는 있다. 그러니 지쳤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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