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명절 선물로 술 사셨나요? 알코올성 치매 주의하세요
부모님 명절 선물로 술 사셨나요? 알코올성 치매 주의하세요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9.10 13:00
  • 최종수정 2019.09.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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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에 의한 뇌 손상, 치매 위험을 3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평소 술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부모님을 위해 명절 선물로 좋은 술 한 병 준비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자주 과음을 하시거나, 술을 드신 후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면 이제 술은 부모님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의 경고등이 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앙치매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작년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의 수는 총 70만 5,473명으로 추정됐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환자는 더욱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2024년에는 무려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치매는 아직 명확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예방수칙 3.3.3’ 캠페인을 권장하고 있는데, 3.3.3은 예방에 권장되는 세 가지, 피해야 할 세 가지, 실천해야 할 세 가지를 의미한다. 여기서 피해야 할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알코올이다.

흔히 적당한 음주는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알코올은 뇌 손상을 유발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도한 음주로 인한 뇌 손상은 알코올성 치매 외에도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 등 모든 형태의 치매 위험을 3배 가까이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음할 경우, 알코올 자체의 신경독성이 세포 파괴를 촉진해 신체 곳곳에 손상을 입게 된다. 알코올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보라 원장은 “흔히 술을 마시면 간이 망가지는 것을 제일 먼저 걱정하지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부위는 바로 뇌”라며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와 신경계의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B1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뇌를 손상시켜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만약 음주 후 기억을 못 하는 일이 잦고 점점 폭력성을 보인다면 알코올로 인한 뇌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알코올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부위를 가장 먼저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일명 ‘필름이 끊긴다’라고 표현되는 ‘블랙아웃’ 현상이나 폭력성이 나타날 경우, 이는 뇌 손상의 진행 과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간과하지 말고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을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단순한 술버릇으로 치부해 방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데 있다. 우보라 원장은 “알코올성 치매는 일반 퇴행성 치매와 달리 진행 속도가 빠르고 짧은 기간에도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어 가족들의 냉정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만성적인 과음이나 폭음 때문에 발생되는 알코올성 치매는 음주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해 가족들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우보라 원장은 “이미 손상된 뇌세포를 되살릴 순 없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술을 끊는 것으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은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서로의 음주습관을 살피고 건강을 체크해볼 좋은 기회로, 만일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