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토? 살 빠지는 약? 당신의 자녀가 망가지고 있다
먹.토? 살 빠지는 약? 당신의 자녀가 망가지고 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9.16 13:00
  • 최종수정 2019.09.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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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관련 문제는 ‘빙산의 일각’, 식이 장애 및 다이어트 약물 오남용 부작용 심각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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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먹.토, 뼈마름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주로 10~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들인데, 먹.토란 말 그대로 ‘먹고 토하기’를 줄인 말이며 뼈마름이란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마른 몸’을 뜻하는 단어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패.완은 뼈마름(패션의 완성을 위해 뼈가 보이는 앙상한 몸이 필요하다), 폭식한 날은 먹.토 등으로 흔하게 쓰이고 있다. 페미니즘 열풍으로 여성 신체에 대한 여러 코르셋을 벗자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마른 몸에 대한 선망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남녀노소를 불문한 많은 사람이 건강과 아름다움을 위한 체중 조절에 관심을 두고 있고, 의학적으로도 적절한 체중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만약 삶 전체가 살을 빼는 것과 먹을 것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까지 집어삼킨 상태라면, 더는 다이어트가 아닌 식이 장애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식이 장애,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식이 장애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거식증’으로 알고 있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폭식과 구토가 반복되는 ‘신경성 폭식증’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이름 때문에 식욕이 없는 증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식욕은 정상적인데 심각한 저체중에도 불구하고 체중 증가나 비만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을 말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가장 우려되는 점은 신체적 건강 상태가 매우 위험해질 수 있고, 사망률 또한 5~15%에 이른다는 점이다. 신경성 폭식증은 환자가 정상 체중 및 과체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폭식과 구토 증상이 반복되면서 입에서부터 위장까지 여러 가지 신체적 합병증이 생기게 된다. 잦은 구토를 할 경우 갑자기 몸 전체의 전해질 농도에 이상이 생길 뿐 아니라 기타 만성적인 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식이 장애 환자가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단순히 살을 빼고자 하는 목적이나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이상이나 위장 질환, 심하면 면역 결핍증이나 종양 같은 문제 때문에 식이 장애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3개월 이상 생리(월경)가 없었다면 식이 장애가 본격적으로 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반드시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식이 장애로 진단받게 되면 식이 문제부터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까지 폭넓은 평가가 이뤄진다. 식이 장애 증상은 하나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 불안감 등을 넘어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수준, 자아존중감, 자기통제력 등의 복잡한 심리적 영향 때문일 수 있고, 이는 감정 조절이나 대인관계 문제도 연관된다. 그렇기 때문에 식이 장애가 생겼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

 

[쉽게 살 빼려고 시작한 다이어트약, 마약 중독의 시작일 수 있다]

쉽고 빠르게 살 빼는 약. 체중 감량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유혹적인 문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유혹에서부터 다이어트 약물의 오남용이 시작되게 된다. 사실 다이어트약은 전해질 불균형과 신장 및 심장 질환을 생기게 하는 등 심각한 신체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특히, 일부 다이어트약은 마약성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단기간만 사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입되어 처방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 판매가 중지된 약들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초기에는 살을 뺄 목적으로 다이어트약을 사용했다가 점차 마약성 효과에 빠지는 것이다. 다이어트약을 먹으면 약의 마약성 성분 때문에 우울했던 기분이 좋아지거나 에너지가 솟고 무기력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끼다가, 약을 끊으면 심각한 우울과 무기력이 찾아오면서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되어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다이어트약을 중단하기 훨씬 어려워진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는 “오랫동안 다이어트약을 먹게 되면 심장 및 폐 질환 등의 신체적 문제부터 환청, 망상 등의 정신적 문제까지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며, “약물 의존 단계로 넘어갔을 경우, 혼자서 약을 끊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