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감기처럼 찾아오는 ‘질염’에 대하여
여성들에게 감기처럼 찾아오는 ‘질염’에 대하여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18 09:00
  • 최종수정 2019.09.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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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원인과 증상

[헬스컨슈머] 질염은 여성에게 찾아오는 감기와도 같다. 그만큼 건강상태에 따라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많은 여성들이 가려움과 분비물로 인해 단순히 질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질염도 원인에 따른 명칭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여성이라면 알아둬야 할 질염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겠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생선 냄새가 난다면, 세균성 질염]

세균성 질염은 가장 흔한 질염의 종류로, 질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인 락토바실리가 없어지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래 정상적인 질 점막에는 락토바실리라는 유산균이 살고 있다. 이것은 질을 산성으로 유지하는 기능과 더불어 세균의 증식을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균성 질염에 걸린 경우에는 락토바실리는 대부분 없어지고, 본래 전체 균의 1%미만을 차지해야지 정상인 혐기성 세균은 무려 100~1000배 정도 증가한다.

그렇다면 락토바실리는 왜 사라지는 것일까? 사실 이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잦은 성교, 자궁경부가 헐어서 생기는 과다한 점액분비, 잦은 질 세척 등이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락토바실리가 한번 없어지면, 다시 서식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세균성 질염에 걸리게 되면 보호막인 락토바실리가 제 기능을 상실하며 이 질염이 재발하기 쉬워진다.

이 질염은 질 분비물이 누런색 또는 회색일 경우, 그리고 생선 냄새가 날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생리 전후나 섹스 후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물론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다만 위와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면 세균성 질염을 의심해볼 수 있겠다.

세균성 질염의 치료는 항생제를 이용한 약물로 이뤄진다. 우선, 메트로니다졸이라는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1500mg을 일주일간 복용한다. 또는 메트로니다졸 젤을 약 5일간 하루 1~2회 질 내에 삽입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항생제 치료는 약 75~85%의 성공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세균성 질염은 섹스로 인해서 전파되지 않으니 남성이 섹스로 옮을 가능성은 없다.


[하얀 분비물이 나온다면, 칸디다 질염]

칸디다 질염은 곰팡이균인 칸디다균에 의해 유발된 질염을 뜻한다. 이 질염은 여성의 50~75%가 살면서 한 번은 앓을 정도로 발생하기 쉬운 질환이다.

세균성 질염과 마찬가지로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당뇨병, 항생제 사용, 임신이나 경구피임약 사용으로 인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되는 상황, 면역력 약화 등이 발생요인으로 추정된다.

이 질염에 걸리면, 하얀 치즈 형태의 질 분비물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외음부가 붓거나 가려울 수 있으며 섹스하거나 배뇨 시, 요도나 방광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칸디다 질염에 걸린 여성의 20~50%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칸디다 질염의 치료는 클로트리마졸 질정을 질 내에 삽입하거나, 경구제제인 플루코나졸을 사용할 수 있다. 치료를 하면 대게 2~3일 이내 증상이 해소되지만,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질염 역시 섹스로 인해서 전파되지 않는다. 다만 남성이 당뇨, 신부전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어있을 경우 남성도 칸디다에 감염될 수 있다.


[물 같은 분비물이 흐르면, 트리코모나스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지금까지 알아본 질염과 다르게 섹스로 인해서 전파된다. 이 질염을 일으키는 트리코모나스라는 원충은 남녀의 성기에 기생하기 쉬운 기생충의 일종이다. 섹스 중 사용하는 손이나 기구, 구강이나 직장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또한 트리코모나스는 질 내의 정상적인 환경을 망가뜨린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질염이 동반되기 쉬우며, 이 질염을 앓는 여성의 60%가 세균성 질염도 함께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 질 분비물이 넘쳐흘러서 속옷이 젖을 수 있으며, 심한 악취나 가려움증을 동반할 수 있다. 다만 균의 수가 적으면 무증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트리코모나스가 다른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방광으로 침입하면 방광염, 자궁 내막을 타고 올라가면 골반염을 일으킬 수 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메트로니다졸이라는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섹스로 인해 남녀 모두 옮을 수 있으므로, 배우자나 섹스파트너와 함께 항생제를 복용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치료는 비교적 쉽게 진행되는 편이지만,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질염을 완화시키는 생활습관]

그렇다면 이러한 질염들을 완화시킬 수 있는 평소의 생활습관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질 내부를 자주 세척하지 않아야 한다. 잦은 질 세척은 균의 균형을 깨트려 유산균마저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속옷의 습한 환경은 세균이 증식하기 유리하다. 따라서 면 소재처럼 통풍이 잘 되는 속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대변을 보고 앞에서 뒤 방향으로 닦는 습관도 중요하다. 간혹 뒤에서 앞 방향으로 닦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대변에 있던 각종 균들을 질로 옮기는 행동임을 기억하자.

이처럼 질염은 찾아오기도, 재발하기도 쉬운 녀석이다. 이에 평소 생식기 주변을 관리해주고,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질염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여성들의 감기와 같은 존재니 너무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