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걸러도 큰일 안 난다
아침밥 걸러도 큰일 안 난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9.17 09:00
  • 최종수정 2019.09.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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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헬스컨슈머] 대부분 사람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씩 식사한다. 하루 세 번 식사하는 것이 언제부터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세 번의 식사 중 유독 아침 식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점심과 저녁 식사에 대한 효능은 알려진 바 없어도 아침 식사에는 늘 체중 감량, 건강 유지, 콜레스테롤 감소 등 대단한 효과가 꼬리표처럼 붙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아침밥, 정말 꼭 먹어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아침밥에는 사람들이 믿는 것 같이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아침 식사로 대표되는 모닝 시리얼 회사들의 마케팅에서 시작된 환상일 뿐이다.

미국 포스트(Post)사에서 만든 초창기 시리얼인 ‘그레이프-너츠’의 광고는 시리얼이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두뇌, 신경 발달 음식이라고 선전했다. 오래된 광고의 과장된 주장으로 보이겠지만, 현대의 시리얼 광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시리얼 광고들은 아침 식사가 건강에 좋다는 관념을 꾸준히 사람들에게 주입하며, 특히 날씬한 몸매,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 강조한다.

이 같은 주장에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리얼 회사들은 여러 연구자료와 통계를 근거로 아침 식사와 체질량지수와의 상관관계를 주장한다. 하지만 연구의 배경과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단순히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며 덜컥 믿어버리는 것은 함정에 빠지는 것과 다름없다.

첫째로 이런 연구의 문제점은 연구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모두 같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아침 식사를 하는 그룹과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그룹의 체질량지수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을 때, 아침 식사를 하는 그룹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면, 아침 식사를 한 그룹의 평균 체질량지수가 더 낮게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꼭 아침 식사 덕분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둘째로 이런 대부분의 연구는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는가에 대해서 주요 요소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아침 식사로 하는 것과 영양가 없는 음식을 먹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에 대한 리뷰 연구도 존재한다. 2019년도 BMJ 저널에 게재된 연구는 기존 연구들 중 가장 최고의 성과가 과연 아침 식사가 체중 감량을 돕는 지를 증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으로, 13가지 무작위 대조실험 결과 아침을 먹으면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증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한 뒤 오히려 체중이 조금 더 늘어난 정반대의 결과도 있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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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체 왜 사람들은 여전히 아침을 먹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의 방법이라고 굳게 믿는 걸까? 이는 유명한 시리얼 브랜드의 창립자인 켈로그 형제와 관련이 깊다. 켈로그 형제는 1906년 콘플레이크를 전 세계에 대량 판매하는 한편, 1917년까지 직접 편집한 ‘굿 헬스’라는 잡지에는 ‘아침식사는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식사’라 주장하여 건강한 아침식사에 대한 시리얼 제조사들의 관념을 확고히 하게 만들었다. 현대에도 시리얼 회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직접 근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실제 많은 연구가 켈로그 컴퍼니와 퀘이커 오츠와 같은 시리얼 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이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이 있고 체중 관리에 좋지 않다는 결과의 보고서들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아침 식사의 효능은 신빙성이 없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즉, 건강에 대한 죄책감에 굳이 아침밥을 챙겨 먹겠다고 부족한 잠을 포기하거나, 아침 식사가 몸에 좋을 것이란 강박감에 더부룩한 속에도 꾸역꾸역 밥을 삼키지는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평소 아침밥을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굳이 먹던 아침밥을 끊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아침 식사가 건강의 척도이며 훌륭한 체중 감량법이라는 광고 문구에는 증거가 없을지 몰라도, 아침은 하루 중 비타민과 영양소를 비축하기에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선택은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