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우울증… 현대인의 정신질환, 멀리 있지 않다
공황장애, 우울증… 현대인의 정신질환, 멀리 있지 않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9.25 09:00
  • 최종수정 2019.09.25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지난 10년간 임상 환자 증가율 1위 기록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한 때 정신과를 다닌다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신이 나갔다’라는 표현 때문일지는 몰라도, 미친 사람이 가야 하는 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문턱이 유독 높던 곳, 정신과.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지난 10년간 임상 환자 증가율 1위를 기록한 진료과는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였다. 이제 정신질환이 더는 특정인만의 질병이 아니라는 의미다. 현대인의 대표적인 정신질환으로는 공황장애,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이 있는데, 이런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자기 공포감에 휩싸이는 ‘공황장애’, 상담과 치료로 회복 가능]

공황장애는 유명 연예인들이 본인도 겪고 있다며 방송에서 잇달아 밝힌 적 있는 질환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여기서 공황발작이란 갑자기 공포감에 휩싸이면서 심장이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극도로 숨이 차올라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을 뜻한다.

공황장애는 뇌의 위기 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병이다. 극도의 위기감과 불안감 때문에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는 위기에 대한 몸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마치 죽을 것 같은 불안감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응급실을 반복해서 찾지만, 모든 신체검사 결과는 대부분 정상으로 나오며 생명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있는데, 대부분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해서 증상을 개선한다. 약물치료에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가 사용되는데, 증상이 조금 나아지더라도 1년 이상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권장 기간 도중에 약물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절반은 공황장애가 재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사고를 바로잡는 인지 치료와 공포 대상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는 행동 치료로 나뉜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초기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이 나타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고, 적절한 상담과 약물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며, “갑작스러운 발작에 당황하지 말고, 자가 진단을 해본 뒤 공황장애가 의심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라고 밝혔다. 공황장애의 자가 진단법은 아래와 같다.

Tip. 공황장애 자가 진단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심한 공포감을 겪은 후, 다음 증상 중 1개 이상이 한 달 이상 계속된다면 공황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①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

② 어지럽고 졸도할 것 같은 느낌

③ 땀이 나고 손발, 몸이 떨림

④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 질식할 것 같은 느낌

⑤ 미칠 것 같은 극단적인 느낌

[긍정적인 생각 좀 해!... 잘못된 조언에 우울증 환자의 마음은 닫힌다]

환절기에 자주 감기에 걸리듯,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감기처럼 찾아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일명 ‘마음의 감기’로 불리기도 한다.

우울증은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 들며 일상생활의 흥미와 즐거움을 상실하고 무기력함이 지속되는 질병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식욕이 떨어지고 불안해지며 집중력이 감소하고 죄책감과 절망감 등을 느끼며, 심할 경우 자살 충동으로 악화된다. 우울증은 스트레스뿐 아니라 뇌의 세로토닌 감소와 같은 유전적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치료를 해야할 수도 있는 고통스러운 병이다.

따라서 우울증 역시 초기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우울증 치료에는 상담 치료, 약물치료, 정신치료가 있다. 상담치료로는 자신의 상태를 바로잡는 인지행동치료가 일반적이다. 증세가 심해질 경우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적어도 2주 이상 약을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 재발 방지를 위해 맘대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중등도 이상의 심한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울증은 환자 혼자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을 경우, ‘즐겁게 생각해라’, ‘왜 그렇게 생각하냐’ ‘의지를 갖고 기분이 나아지도록 노력해라’ 등의 잘못된 표현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환자의 마음을 굳게 닫게 만든다.

백종우 교수는 “여성의 경우, 5명 중 1명이 한번은 우울증을 경험할 정도로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며,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 전반의 적극적인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울증보다 위험할 수 있는 ‘조울증’, 개인의 성격 탓 아니다]

조울증은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들떠 병적일 정도로 행복감에 심취해 있는 상태인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발생하는 ‘양극성 기분장애’이다. 백종우 교수는 “조울증은 100명 중 1명이 경험하는 기분장애로 우울증보다 만성적으로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고 말한다.

조울증은 우울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울증은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지만, 조울증은 조증이 나타날 때 자신감이 넘쳐나서 일을 벌이고 감정과 행동조절이 어려우므로 우울증보다 심각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조울증은 뇌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의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기분, 흥미, 의욕 등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원인이다. 조울증은 개인의 성격적인 결함으로 잘못 판단하기 쉽다. 이 때문에 조울증 환자는 우울증 환자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또한, 조울증은 우울증보다 어린 나이에 발생할 확률이 높아 부모의 관심이 중요한데, 환자의 극단적인 기분 변화를 이해하고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조울증도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로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조현병’, 조기 치료 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조현병은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린 질환으로, 망상이나 환청이 생기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횡설수설하게 되며, 정서적으로 둔감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에 발병해 만성적으로 이어지는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경전달 물질 이상,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조현병은 항정신병 약물을 이용해 치료하는데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목적으로 쓰인다. 단순 수면제나 안정제는 조현병 치료에 효과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그 외에도 인지행동치료, 가족 교육, 직업 재활 등의 치료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민 교수는 “조현병은 조기 치료 시 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수면제나 안정제를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단 후, 항정신성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