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의 흥건한 국물은 ‘침’이 아닙니다!
짜장면의 흥건한 국물은 ‘침’이 아닙니다!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09.26 09:00
  • 최종수정 2019.09.25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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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AMY1과 AMY2

[헬스컨슈머] 그거 침이래!” 어렸을 적에 짜장면을 먹다보면 많아지는 국물을 보고 한번쯤은 이 말을 하거나 혹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짜장면을 후루룩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침이 면을 타고 흐르고 국물을 생성했다는 말이 아이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기자 또한 짜장면 국물이 많아진 친구들을 보고 침이 많은친구들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침이 아니라는 것! 다들 알고 있는가?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짜장면 국물의 정체는?]

그렇다면 이게 침이 아니고서야 뭐란 말인가. 이것의 정체는 바로 아밀라아제와 녹말의 결합이다. 다시 말해, 전분 속 녹말이 침 속의 단백질인 아밀라아제라는 성분과 반응하여 녹은 것이다.

원래 짜장면에 들어가는 소스는 춘장과 전분을 섞어서 걸쭉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분의 주성분은 녹말이다. 아밀라아제는 침 속에 있는 단백질로,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는 음식물을 분해하기 위한 소화효소이다. 음식을 먹게 되면 침이 닿기 마련이다. 그로 인해 이 두 가지가 결합이 되면, 녹말이 녹아서 액체가 되는 것이다. 반면 간짜장은 춘장과 양파만 가지고 만들며, 전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간짜장을 먹으면 액체가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면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겨날 수 있다. 바로 어떤 사람은 유독 국물이 많다라는 의문이다. 이 비밀의 열쇠는 아밀라아제 효소의 활성차이에 있다. 사실 사람마다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AMY1)의 개수는 다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유전자가 적은 사람은 2, 많은 사람은 15개라고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가 많을수록 아밀라아제가 많이 생산되고, 녹말을 분해하는 능력이 높아진다. 또한 이 유전자에 따라서 아밀라아제 효소의 활성은 수백 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짜장면을 먹다가 국물이 많아지는 사람은 이 유전자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췌장 속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 ‘AMY2’]

이쯤 되면 앞서 언급한 아밀라아제를 만드는 유전자인 ‘AMY1’에 대해 흥미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AMY2라는 유전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 두 가지 유전자가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알아보았다.

먼저 AMY1은 앞서 언급했듯 침샘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다. 영장류 중에서 사람만이 AMY1 유전자가 여러 개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사실 사람의 AMY1 개수는 지금처럼 많지 않았는데, 전분을 섭취하고 적응하는 인류발전의 오랜 과정 속에서 그 개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개는 AMY1 유전자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들이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는 이유는, 입 속에서 음식물이 분해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AMY2 유전자는 무엇일까? AMY2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다. 고기에는 글리코겐 형태로 탄수화물이 들어있다. 췌장에서 만들어진 아밀라아제는 이를 분해하며, 인간이 아닌 육식동물에게서도 AMY2 유전자가 발견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개의 조상은 늑대로부터 분리되어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의 AMY2 유전자 개수는 늑대보다 평균적으로 7개 더 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개가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유전적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사람은 녹말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개는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여기에 적응을 하며 AMY2의 수가 달라지는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사람의 AMY1 개수 증가처럼 환경이 유전적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파고들면 흥미로운 아밀라아제와 유전자 AMY1, AMY2. 이제는 사람이 그동안 녹말을 잘 섭취할 수 있었던 이유와 이 유전자들의 개수는 환경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는 부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의 짜장면 국물이 유독 많이 생기는 이유는, 그 사람의 침의 양이 아닌 아밀라아제의 활성차이이니, 먹다가 더럽다고 놀리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