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식품록(벌집 아이스크림) 3
유행의 식품록(벌집 아이스크림) 3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09.26 09:00
  • 최종수정 2019.09.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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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바야흐로 유행의 시대다. 굳이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언저리 어딘가에서 닭강정, 우유빙수, 나가사키 카스테라, 화덕피자, 팥앙금 버터빵, 흑당 버블티 등의 기억이 앞다투어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SNS에서, 번화가에서 한번씩은 마주쳐본 그것들, 하지만 그들에게 쏟아주는 관심만큼 그것을 소비함으로서 우리의 건강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물어볼 때가 되었다, 당신이 어제 사먹은 그 음식, 건강에는 어떨까?

방송에 나온 벌꿀 아이스크림, 자료제공: '식신로드'
방송에 나온 벌꿀 아이스크림, 자료제공: '식신로드'

오늘은 순백의 아이스크림 위에 수줍게 놓여 황금빛으로 빛나는 육각형의 벌집, 그리고 그로부터 흘러내린 벌꿀이 아름다운 ‘그것’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렇다, 역시나 한때 인스타 등의 SNS를 호령한 벌꿀(또는 벌집) 아이스크림이다.

사실 달콤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꿀을 담뿍 품은 쫀득한 벌집이라는 조합은 참으로 단순하다. 그만큼 예상되는 맛이고, 바로 그렇기에 우리의 침샘을 한껏 자극한다.

또한 벌꿀 아이스크림은 꿀과 벌집의 효능으로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은 ‘착한 먹거리’라는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그렇다면 벌꿀 아이스크림은 정말 ‘착한 먹거리’일까?

 

[벌꿀과 벌집, 건강에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케팅은 마케팅일 뿐이다. 천연 벌꿀과 벌집이래봤자 큰 의미는 없다. 그냥 일반적인 소프트 아이스크림 딱 그 정도일 뿐이다.

애초에 벌꿀과 벌집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프로폴리스’라는 물질이다. 프로폴리스는 벌집 안에 있는 담갈색의 덩어리 물질인데, 벌들이 벌집의 작은 틈새를 메우기 위해 쓰는 물질로, 그 효능이 엄청나다. 강력한 항균, 항바이러스 능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항산화효과와 신체 회복력 증가, 심지어 암세포를 파괴한다는 것까지 증명이 되었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유행하듯, 곤충들에게도 전염병이 있다. 하지만 벌들에게는 그런 전염병이 도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물질 덕분이다.

다만, 이 프로폴리스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를 위해 에탄올에 넣고 1년 이상 추출과정을 진행해야 할 정도이다. 단순히 벌집이나 벌꿀을 열심히 먹어봤자 전혀 의미가 없다.

이 부분은 그렇다 치고, 그럼 꿀과 벌집 자체는 건강에 좋을까?

엄밀히 말해 꿀은 설탕과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나마 벌들이 꽃들 사이에서 열심히 모은 천연 벌꿀 역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반 설탕과는 달리 각종 영양소가 들어가있지만, 꿀을 100g단위로 먹어봐야 그나마 하루 미네랄 권장량의 1%도 안된다. 사실상 맛과 향 외에는 무의미하다고 보면 된다.

  • 벌집

그렇다면 벌집은 어떤가? 벌집은 기본적으로 소화가 안 되는 왁스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인이야 큰 상관은 없지만,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은 설사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다만 그런 정도의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 재료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몸에 덜 해롭다는 차원에서 판단하면 좋을 듯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벌꿀 아이스크림의 쇠퇴]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하던 벌꿀 아이스크림. 하지만 이 상품이 번화가와 온라인을 지배하던것도 잠시, 한 ‘사건’이후 오히려 비판과 항의가 온/오프라인을 수놓았다. 벌꿀 아이스크림의 쇠퇴는 방송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방송에서 상품에 들어가는 벌집이 꿀벌들이 만든 것이 아닌 사람이 만든 공업용 파라핀이라고 폭로한게 그 발단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정말 이 상품은 사람에게 유해한 재료를 넣은 몰염치한 장사치들의 작품이었을까?

풀어볼 쟁점은 두가지다. 첫째, 진짜로 이 파라핀이란걸 사람이 먹는 부분에 넣었을까? 둘째, 이 파라핀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해로울까?

 

[첫번째 질문, 진짜로 소비자에게 파라핀을 먹였나?]

이것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양봉업계의 꿀 생산 매커니즘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벌이 본격적인 꿀 채집을 시작하기 전에 당연히 집을 짓는다. 건축의 과정은 서로 비슷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초공사, 즉 바닥이다. 중요한 만큼 짓기도 어려워,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여기를 사람이 틀에 찍어낸 파라핀을 깔아 인위적으로 대체해주는 것이 바로 ‘소초’라는 개념이다. 빌딩 건물로 치자면, 바닥과 지하의 기초공사는 사람이 지어주고, 그 위 지상 부분은 꿀벌이 왁스로 짓는다는 소리다.

이것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며, 실제로 국내 각 지자체에서도 양봉산업의 육성을 위해 소초 보급을 권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양봉 방식인 셈이다.

또한 여기서 판매용으로 수거해 가는 부분 역시도 꿀벌이 밀랍으로 지은 부분임을 감안하면, ‘천연 재료’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하등 없다. 애초에 벌이 만든 벌집부분만 수거해서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공적인 공업재료’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이 우물을 파서 샘물이 솟아나오는데, 땅을 판 것이 사람이니 천연 샘물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는 논리와도 같다.

 

[두번째 질문, 파라핀이 사람에게 해로운가?]

파라핀이란 것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 의약국(FDA)로부터 식품, 화장품 및 의약품 재료로 승인된 성분이다. 그중에서도 식품 등급의 파라핀 왁스는 인체에 흡수되어도 전혀 해롭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고?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우유와 과일 주스의 포장재인 종이팩의 안쪽이 모두 식용 등급의 파라핀왁스로 코팅되어 있으며, 그중 상당량이 우유 또는 주스에 용해되어 인체에 흡수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문제점이라면, 그냥 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의 기분이 좀 나빠진다는 것 정도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결론, 진짜 나쁜 것은 언제나 소수]

결국 벌꿀 아이스크림에 대한 결론은 하나다, 대다수의 양심적인 가게가 판매하는 벌꿀 아이스크림은 몸에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딱 일반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 정도이다.

물론 소수의 비양심적인 사람들은 정말로 나쁜 성분을 넣어서 판매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비단 벌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과자든, 치킨이든,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이다.

상황만큼 중요한 것은 숨겨진 맥락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당신을 대신해 판단하게 하지 말자. 판단은 오직 당신의 권리이며, 합당한 소비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