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성? 표재성? 종류도 다양한 위염, 무슨 뜻일까
미란성? 표재성? 종류도 다양한 위염, 무슨 뜻일까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01 09:00
  • 최종수정 2019.09.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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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직장인 박모 씨(39)는 매년 종합 건강검진을 받을 때 위내시경도 함께 받는다. 4년 전 처음 위염이 생기고 나서부터 계속 증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란성 위염, 만성 위축성 위염…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결과를 보고 심각해진 박 씨. 주변 동료들은 ‘직장인 중에 만성 질환 안 가진 사람 없다~’ 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사실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위내시경 결과에 쓰인 용어들은 대체 어떤 상태를 뜻하는 말인지, 위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위염은 어떤 것인지? 다양한 위염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신경성 위염’은 사실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뭐만 좀 먹으면 금세 위에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 되며 쿡쿡 찌르듯 아픈 증상이 있다면 ‘신경성 위염’이 생겨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내시경 검사상 위장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윗배가 불편하거나 통증이 있는 경우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신경성 위염이라고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원인이 되는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함께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또한, 스트레스받는 상황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진단받았다면 나중에 위궤양 등 다른 질환으로 밝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급성 위염, 만성 위염… 어떤 점이 다를까?]

위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고, 진행 정도에 따라 이름도 다르다. 일단 위염은 일시적인지 만성적인지에 따라 급성위염과 만성 위염으로 구분된다. 급성위염은 보통 일시적으로 생기는 위염이며, 만성 위염은 3개월 이상 위염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 급성 위염

급성 위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 진통제, 스테로이드 제제, 여러 가지 항생제 등의 약도 급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술이나 스트레스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지어는 커피만 마셔도 위벽이 살짝 벗겨지는 출혈성 급성 위염이 생길 수도 있다.

먼저 급성위염은 ‘미란성 위염’과 ‘출혈성 위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란성 위염은 위 점막의 염증이 심해져 복통 등이 생기고 약물치료가 필요한 단계를 말한다. 미란 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지만, 쉽게 말해 위 벽이 붓고 헐었다는 것이다. 보통 위벽이 깊게 패지 않고 살짝 벗겨진 정도라면 미란성 위염으로 진단된다.

반면, 출혈성 위염은 위 점막에 출혈이 생기면서 위벽이 살짝 벗겨진 경우를 말한다. 출혈성 위염은 염증이 혈관까지 손상시켜 복통과 함께 피를 토하게 될 수도 있어 꼭 치료가 필요하며, 위궤양으로 진행될 위험도가 높다.

- 만성 위염

만성 위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균이다. 이 외에 자가면역질환, 독성 물질, 담즙 역류 등도 만성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내시경이나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데, 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1~2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해 없앨 수 있다.

만성 위염도 몇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표재성 위염’, ‘위축성 위염’, ‘화생성 위염’이 있다.

표재성 위염은 불규칙하게 울긋불긋한 발적이나 손톱으로 긁은 듯한 빗살 모양의 붉은 줄이 위 표면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표재성은 점막 표면에만 염증이 생긴 경우라 증상이 가장 가벼운 상태이며,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로도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위축성 위염은 위의 염증이 지속되면서 혈관이 보일 정도로 위점막이 얇아지고 위축된 경우를 말한다. 위산 분비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만성 소화불량, 매스꺼움 등이 생기고 체중이 줄어들 수도 있다.

화생성 위염은 위 점막이 오랫동안 자극받아서 원래 모습을 잃고 소장이나 대장 점막 모양으로 변하는 ‘장상피화생’이 진행된 경우를 말한다. 내시경으로 위점막이 다양한 모양으로 돌출된 것이 관찰되고, 위벽이 붉은색이 아닌 회백색으로 거무스름하게 변한다. 화생성 위염은 위암 발생률이 10배 이상 증가하므로 꾸준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만성 위염에는 담즙이 역류해 위장 점막을 자극하는 ’담즙역류성 위염’과, 위장 점막의 주름이 굵어지기 때문에 크고 두툼하다는 뜻의 ‘비후’란 단어를 붙인 ‘비후성 위염’이 있다. 비후성 위염은 위암 전조 질환의 하나이다.

 

[위염과 위궤양,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나?]

위염과 위궤양의 차이는 쉽게 말해 위벽의 손상 깊이의 차이다.

위벽은 4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층인 위 점막만 손상된 경우를 보통 위염이라고 하고, 이보다 손상 정도가 심해 2번째 층 이상이 파여서 위 근육까지 드러난 경우를 위궤양이라고 한다.

위궤양은 위 점막이 마치 분화구처럼 깊게 파이는데, 대체로 원형, 타원형, 또는 가느다란 선 모양이다. 위궤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위 근육층까지 녹아서 결국 위벽에 구멍이 나게 되는데, 이 경우 뱃속 전체에 위산이나 위 내용물이 퍼져서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또한 혈관이 노출되어 터지면 위출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위염, 위궤양이 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까?]

경미한 위염과 일반적인 위궤양의 경우에는 위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 점막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만성 위염들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위축성 위염이 진행되면 화생성 위염이 되고, 최종적으로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위축성 위염이나 화생성 위염(장상피화생)으로 내시경 결과가 나온 사람의 경우 정기적으로 내시경을 받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위궤양의 경우 가끔 처음에는 위궤양이었다가 나중에 위암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제로는 일반 위궤양이 위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위암의 모양 자체가 위궤양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고, 특히 활동기, 치유기, 흉터기 중 활동기인 위궤양의 경우 내시경으로 완전히 감별하기에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처음 위궤양을 진단받은 사람이라면 조직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고 특별히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약을 복용한 후 몇 개월 뒤 위궤양이 다 치유됐는지 내시경으로 재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다시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