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겪었던 치과 ‘사기의 추억’
기자가 겪었던 치과 ‘사기의 추억’
  • 이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19.10.04 09:00
  • 최종수정 2019.10.0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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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하려면 어떤 치과가 좋을까?

[헬스컨슈머] 때는 몇 년 전 어느 겨울이었다. 기자는 치아를 교정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에 교정 잘하는 치과를 검색했다. 그 결과, 수도 없이 많은 치과들이 자신의 치과를 홍보하고 있어서 기자는 어디가 좋은 치과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여러 치과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교정 치료비는 약 400~600원에 이르렀다. 당시 기자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교정해주는 치과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정을 저렴하게 해주는 치과가 있다는 소식을 친하게 지내던 대학 동기한테 전해 들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제목 패러디
영화 '살인의 추억' 타이틀 패러디

[수상한 치과를 마주하다]

-이벤트 치과를 발견하다

동기는 며칠 전부터 그 치과를 다니기로 했어. 엄청 저렴하고 유명한 치과야!”라고 말했다. 동기의 말에 혹한 기자는 그 날 해당 치과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치아 교정이 이벤트 가격으로 69만원에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팝업창이 떴다. 팝업창을 클릭하니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상담을 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자는 ..상담은 공짜니깐이라는 생각으로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문제의 치과를 방문했던 순간

다음날, 치과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담을 위해 치과에 방문하라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치과를 찾아갔다. 그런데 치과에는 진료환자가 너무 많아서 기자는 약속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시간이 흐르자 치위생사가 기자의 이름을 불렀다. 상담 전에 치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기자를 진료의자에 앉혔다. 진료의자에 앉아있으니 어느 치과의사(그곳은 치과의사가 여러 명이었다)가 다가와 기자의 치아를 몇 초간 훑어봤다. 이후 치과의사는 교정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게 치과의사의 얼굴을 본 마지막 순간이었다.

몇 초의 진료가 끝나고 기자는 상담실장을 만났다. 상담실장은 교정과정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는 금액에 초점을 맞춰서 기자를 현혹했다. 이벤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등록하지 않으면 다시 비싸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첫 치료 시 전액 납부하면 20만원 깎아준다는 사탕발림까지 서슴지 않았다.

당시 수입이 없는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잘하는 치과보다는 저렴한 치과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 사탕발림에 넘어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기자는 세상물정을 모르던 철부지였다. 그저 가격이 저렴하고 환자가 많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는 점에서 치과를 선택했다.

수납을 위해 데스크에 가니 치위생사가 흔들리는 동공(분명 흔들렸다)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음에 오실 때 더 자세한 진료를 볼 건데 그때 계산하셔도 돼요라고 말이다. 오늘 전액납부하면 좋다던 상담실장과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기자는 미루는 것보다 지금 내는 게 속 편해서요!”라며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기자는 지금 와서 그 순간을 후회하고 있다. ‘치위생사의 마지막 배려라는 것을 그때 알았으면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 뒤, 장문의 문자 한통이 왔다. 치과 내부사정으로 인해 폐업을 하게 됐고, 본인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기자는 보철장치 비용과 검사비용까지 약 100만원을 냈지만 치료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자의 동기는 치아에 브라켓을 장착한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그렇게 치과는 문을 닫았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피해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당시 해당 치과 피해자는 3000명을 웃돌았다. 유명 포털에는 ‘OO치과 피해자 모임이란 카페도 개설되었다. 기자와 동기는 카페에 가입해서 피해자들의 글을 통해 상황을 살펴봤다.

-피해자 A의 이야기

피해자들의 피해소식은 다양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A라는 피해자다. A는 교정치료를 2년째 받고 있었는데, 치아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서 이런저런 추가치료를 받으며 약 800만원을 치과에 납부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A“OO치과가 문을 닫는 바람에 그동안 찍었던 X-RAY 등 자료를 받지 못했다. 나는 턱도 비대칭이고 치아가 많이 삐뚤어서 교정치료가 약 4년 걸린다고 했다. 다른 치과에 문의해보니 교정 전 상태가 어땠는지 자료도 없고, 본인들이 중도에 맡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애초에 교정을 시작하지 않았던 기자가 받은 피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돈만 날렸을 뿐, 다른 치과에 가면 되니깐. 하지만 교정이 진행된 피해자들은 받아주는 치과가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처럼 해당 카페에는 다른 치과들이 받아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매일 올라왔다. 치과가 (타 치과에서 온)환자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는 나름 이해간다. 치과의사마다 치료 진행 방향이 다를뿐더러, 환자를 중도에 맡게 되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뒤늦게 맡은 치과의 책임이 될 테니 말이다. , 처음부터 맡았던 환자가 아니라면 피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이미 교정이 진행된 피해자들의 일부는 갈 곳이 없었다.

-브라켓을 장착한 순간부터 그 치과에 속박되는 것일까?

또한 브라켓(교정할 때 붙이는 장치)을 장착한 사람들은, 브라켓을 떼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동기는 브라켓을 떼기 위해 여러 치과에 문의했다. 그 결과 어떤 치과는 이곳에서 교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거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또 다른 치과는 동의서를 작성하면 브라켓을 제거해줄 수 있다. 그런데 상악과 하악을 합쳐서 제거하는데 130만원이다고 말했다. 치과에서 받는 치료는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브라켓을 떼는 일은 교정비용만큼이나 비싸질 수 있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에 해주는 치과도 있겠지만, 많은 치과들이 높은 금액을 부르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또 다시 절망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기 이후의 모습들]

카페에는 피해자들 일부가 모여 고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첫째, 고소하는 과정이 길고 그에 따라 받는 스트레스도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관계자를 잡는다 해도 배 째!’라는 식이면 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셋째는 피해자가 3000명이 넘기 때문에 모두가 돌려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에 기자는 더 이상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카페를 탈퇴했고 그와 관련된 소식을 끊었다.

이후 기자와 동기는 다행히 좋은 치과를 만나서 무사히 교정을 마쳤다. 기자는 검사조차 안 했던 상태였고, 동기는 브라켓만 장착하고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치과가 받아준 것이다. 지금도 기자는 사기 당한 돈만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인생에 대한 수업료라 생각하기로 했다.

또한 결론적으로 OO치과의 관계자들은 붙잡혔다. 의료사기를 주도한 사람한 F는 사무장이었다. 원래 치과는 치과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이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F는 치과의사의 명의를 빌려 치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 시작부터가 불법이란 소리다. 그리고 OO치과에서 일하고 있던 치과의사들은 고용된 것이었고, 원장은 허수아비였다.

이러한 OO치과가 망한 이유는 저렴한 진료비,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한 재정악화 때문이다. 그리고 OO치과 사태와 같이 대규모의 피해자들을 남기는 치과의 먹튀사건은 매년 발생되고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좋은 치과를 고르는 방법]

그렇다면 좋은 치과를 고르기 위한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중요하지 않은 기준부터 살펴보자.

-‘환자의 수저렴한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사태를 경험하기 전, 기자에게 중요했던 기준은 많은 환자저렴한 가격이었다. 환자가 많은 곳이 인기가 있어서 치과수입이 괜찮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의 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치과의사 1명이 하루 동안 진료를 볼 수 있는 환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가 많으면 꼼꼼하게 봐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OO치과를 방문했을 때 치과의사를 마주했던 그 몇 초처럼 말이다. 물론 진료에 들어가면 몇 초는 아니겠지만, 환자의 수가 많으면 진료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교정치료를 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치과가 재료를 대량구매해서 재료값을 낮춘다고 해도, 치과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든다. 임대료, 직원들 인건비, 마케팅 비용, 재료값 등만 해도 그 금액은 어마어마하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환자를 모은다 해도 그만큼 치과의사의 수도 늘려야 해서 인건비도 높아진다. , 지나치게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의 수만 늘려서는 병원을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기자가 추천하는 치과

1.치과의사가 직접 치료계획을 세우는 곳

2.원장이 바뀌지 않고 한 자리에서 오래 운영되는 곳

3.분납이 가능한 곳

사태를 경험한 후, 기자가 치과를 고르는 기준은 책임감으로 바뀌었다. 교정은 다른 치료보다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교정은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오랫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꼼꼼하게 진료해줄 치과가 가장 좋은 치과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번과 2번이 중요하다. 좋은 치과는 상담실장이 아닌 담당 치과의사가 직접 계획을 세운다. 상담실장은 말 그대로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지 의사가 아니다. 어떤 브라켓이 있는지, 치료기간은 어느 정도인지는 상담실장이 이야기해줄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치아가 어떤 식으로 교정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치과의사에게 듣는 것이 좋다.

또한 명의를 빌려주는 허수아비 원장도 있다. 따라서 허수아비가 아닌, 진짜 원장을 찾아야 한다. 원장이 바뀌지 않고 치과가 한 자리에서 오래 운영되고 있는 곳이 좋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의 분납이 가능한 치과를 추천한다. 교정치료의 총 비용은 약 400~600만원으로 다양한 편이다. 이것을 한 번에 선입금하기 보다는 일부만 선납하고, 나머지는 치과를 다니면서 조금씩 나눠 내는 것이 좋다. 총 비용을 한꺼번에 선입금하라는 곳은 위험한 치과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기자가 직접 겪은 치과 사기를 회상해봤다.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돌보는 좋은 치과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나쁜 치과도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렇듯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니 소비하기에 앞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겠다. 세상에는 소비자들을 바보로 보는 사람들이 넘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