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인 줄 알고 삼킨 와사비 때문에 심장 이상이?
아보카도인 줄 알고 삼킨 와사비 때문에 심장 이상이?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02 14:00
  • 최종수정 2019.10.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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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고추냉이 먹고 응급실 찾은 여성, 타코츠보 심근증 진단받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와사비맛 아몬드, 와사비맛 감자칩 등… 일명 와사비로 불리는 고추냉이는 여러 식품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인기있는 향신료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초로 고추냉이를 먹은 뒤 심근증에 걸린 사람이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BMJ Case Reports는 고추냉이를 아보카도로 착각해 먹은 60대 이스라엘 여성이 응급실을 찾은 사례를 보고했다. 이 여성은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고추냉이를 보고 아보카도를 으깬 것으로 생각해 한입에 털어 넣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가슴을 압박하는 통증을 느꼈다. 이내 통증은 팔로 퍼져 나갔고 증상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됐다. 결혼식장을 황급히 떠난 여성은 통증이 잦아든다고 생각했지만, 다음 날에도 몸에 기력이 없고 불편감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여성의 심장에 이상이 발견됐는데 이는 ‘타코츠보 심근증’과 일치했다.

 

[타코츠보 심근증은 무엇인가?]

1990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타코츠보 심근증은 심장 모양이 마치 문어를 잡는 항아리인 타코츠보(Takotsubo)와 같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거나 이별, 불안 등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때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해서, 일명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이라고도 불린다. 보통 속이 메스꺼워지거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생기고, 이는 심근경색 증상과 비슷하지만 검사 결과에서 심혈관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증후군이다. 이는 50세 이상의 나이든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코 끝이 찡~한 그 맛, 왜 생기나?]

고추냉이를 먹고 코 끝이 찌릿하고 눈물이 핑 도는 경험을 하면 처음에는 당연히 거부감을 느끼지만, 매운 음식도 먹으면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는 것처럼 이 찡한 맛 역시 계속해서 찾게 된다.

고추냉이나 겨자 등을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매운맛 성분은 알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allyl isothiocyanate) 화합물인데,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입에서 코로 올라오며 얼얼한 느낌을 만든다. 흥미롭게도 사실 이 화합물은 식물이 만드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방어 물질이다.

사람의 몸 속에는 ‘TRPA1’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TRPA1은 다양한 유해 성분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며,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타이레놀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의 원리도 TRPA1가 통증의 신호를 느끼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며, 염증을 막는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의 효과 또한 결국 TRPA1에 염증 신호가 전달되지 못하게 하는 원리 때문이다.

고추냉이가 포함한 음식을 먹으면 고추냉이 속 화합물이 TRPA1를 활성화시키며 찡~한 자극을 느끼게 된다. 즉, 사람은 식물이 만드는 이 방어 물질이 TRPA1을 통해 전달될 때 느끼는 통증을 쾌감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서 연구원들은 이번 사건이 타코츠보 심근증을 일으킨 유일한 원인으로 고추냉이 섭취가 지목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적당한 양을 먹는다면 고추냉이 섭취를 겁낼 필요는 없으며, 이번 사례는 갑자기 많은 양의 고추냉이를 먹어 심근증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의 여성은 심장재활센터로 옮겨져 ACE 억제제, 베타 차단제 등의 약물 치료를 받았고 한 달 뒤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직 타코츠보 심근증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