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 특집(上)-노인우울증
노인의 날 특집(上)-노인우울증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0.02 15:30
  • 최종수정 2019.10.0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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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노인의 날, ‘경로효친 사상을 앙양하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라는 이 날은 올해로 23번째다.

그 말처럼 쉴새없이 달려오며 사회의 기반을 닦아놓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한 이 땅의 노인들. 하지만 정작 이들 스스로는 길고 긴 세월에 마모되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크고작은 상흔에 덮여있다.

오늘날 노인 관련 이슈는 많지만,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아우르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몇가지 있다, 노인우울증은 그중 하나이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노인우울증, 소리없는 위협]

노인 인구에서는 자연적인 인지기능의 감소와 통증 등 신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그래서 우울증을 선별 및 진단하기 어려운데, 이 때문에 노인 우울증에 대한 초기의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9월 국정감사자료에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3년 58만4949명에서 2018년 75만2211명으로 5년간 약 28.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은 60대 2223명, 70대 3606명, 80대 이상 3837명으로 60대 이상 노인 우울증의 비중이 컸다.

그렇다면 왜 노인 우울증이 이렇게 중요한 이슈라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우울증이 자살과 연관된 가장 큰 정신질환의 하나라고 불리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의 노인 6.7%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이중 상당수가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심지어 이 노인들 중의 13.2%는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노인들은 경제적 문제(27.7%), 건강 문제(27.6%), 가족간 갈등(18.6%), 외로움(12.4), 가까운 사람의 사망(8.3%) 등의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만약에 심리적 문제를 단일 요소로 계산한다면 어림잡아도38%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이 중요한 이유이다.

 

[가장 간단한 예방책, 운동]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와 김현욱 전공의 등의 연구팀이 신체활동, 지속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살충동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밝혀냈다. 이것은 경제적 문제나 약물 복용등 장기적으로 어려운 방법들에 비해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포함된 국제신체활동설문(IPAQ) 기준에 따라 운동량을 ①낮음 ②적당함 ③높음의 3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그 결과 운동량이 낮은 그룹의 자살 충동 비율은 9.1%였지만, 적당한 수준으로 운동하는 그룹의 자살 충동 비율은 6.6%로 1/3가량 낮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지나친 정도로 운동을 하는 그룹에서는 자살 충동 비율은 6.3%로 소폭만 감소했는데, 연구팀은 이에 대해 지나친 신체 활동은 오히려 대인관계 결여, 근육이상, 섭식장애 등의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한창수 교수는 “신체활동이 정신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몇몇 연구가 있었지만 자살충동에 대해 신체활동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다”며 “활발한 신체활동은 자살충동을 낮추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추후 성별 및 신체활동 범위 여부에 따른 자살충동 관련 권장 사항 제안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우리나라가 전 세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처음 얻은 것은 무려 2005년, 현재까지 이 타이틀을 내려놓지 못한 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이에 가려진 더욱 슬픈 문제는, 나이들수록 자살률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조사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비교해보면, 10대가 5.8명, 20대가 17.6명, 30대가 27.5명, 40대가 31.5명, 50대가 33.4명, 60대가 32.9명, 70대가 48.9명, 80대 이상이 69.8명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요인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이 된다고 하지만, 앞서 언급된 경제적 요인은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은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다’라고 하지만, 노인은 우리의 미래다. 사람은 나이가 들기 마련이고, 결국 노인이 될 것이다. 노인들을 위해서,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함께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