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② 프랑스
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② 프랑스
  • 이소정 기자
  • 승인 2019.10.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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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미식과 와인의 나라로 유명한 프랑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다양한 토양과 기후를 자랑하며 ‘유럽의 곳간’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좋은 식자재를 구하기 쉬운 나라이다. 하지만 미식을 즐기는 나라인 것과 별개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비만율을 보여 그 비법에 대해 주변 국가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그 두 번째 편으로 전통적인 삶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특유의 여유로운 태도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인 프랑스의 건강 관리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차이]

음식을 ‘경험’하는 데 큰 의미를 두는 문화인 프랑스. 정말 프랑스는 놀라울 정도로 음식을 만들고, 즐기며, 감상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어에서 요리와 말(des mets et des mot), 맛과 지식(saveur et savoir)은 어원 자체가 같고, 심지어 ‘이탈리아인들은 옷에, 독일인들은 집에, 프랑스인들은 음식에 평생을 바친다’는 말이 존재할 정도다. 같은 유럽이라도 영국과 북유럽 등지에서는 음식을 품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분위기여서, 이 같은 프랑스의 음식 사랑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프랑스의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닌 만남과 사교의 장이다. 카페 문화가 잘 발달해 있는 프랑스는 2시간 동안 식사를 여유롭게 한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게 되면 칼로리를 소모하는 호르몬이 함께 분비되어 비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는 파리지앵들도 많지만, 파리의 많은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Plat du jour’ 즉, ‘오늘의 메뉴’로 저렴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양의 코스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바쁜 와중에도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는 프랑스인의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프랑스 식품 환경위생노동청(ANSES)이 2,600명의 프랑스 성인들의 식습관을 일주일 동안 관찰한 결과가 있는데, 이들의 식습관에서 여러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먼저 음식의 양을 조절하는 데 능숙하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식자재를 소비하는 것에 비해, 23%의 사람들이 자신을 ‘소식가’로 구분할 만큼 식사를 과도하게 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의식적으로 몸의 배고픔과 배부름에 주의를 기울이며 식사하는 습관은 과식을 줄여 날씬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하며 제2형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튀기거나 빵가루를 입힌 가공식품을 멀리하는 편이다. 음식을 여러 번에 걸쳐 가공하기보다, 치즈, 계란, 감자, 버터, 요거트, 동물지방과 같은 원재료를 최대한 살려 요리한 음식을 선호한다. 생선을 먹을 때도 70%의 사람들은 가공되지 않은 생선을 선호하며, 특히,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치즈의 경우, 89%의 사람들이 저지방보다는 전 지방(full fat) 치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저지방이 건강에 더 좋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전 지방 유제품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비만에 걸릴 확률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 문화는 높은 수준으로 즐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실제 음식에 대한 이들의 마음가짐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 ‘초콜릿’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인상이 떠오르는지 프랑스인과 미국인의 인식 차이를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미국인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했지만, 프랑스인은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긍정적인 사고 방식은 건강한 삶에 영향을 미치며, 음식의 질과 미각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져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문화적 유산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채식보다는 육류를 좋아하는 데다가 주식으로는 빵을 먹고, 높은 칼로리의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실제로 지난 2013년 OECD가 발표한 ‘주요 사망원인에 의한 국가별 사망률’에 의하면, 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고, 같은 해 뇌혈관질환 사망률 역시 캐나다에 이어 끝에서 두 번째였다. 또한, 비만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나라들과 비교할 때 프랑스는 현저히 낮은 비만율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이러니한 이 현상을 프랑스인의 역설 즉, ‘프렌치 패러독스’라 부른다. 이 프렌치 패러독스 현상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1982년 시작된 모니카 프로젝트는 프랑스인의 낮은 심장병 발생률이 프랑스인들의 레드 와인 섭취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프랑스인들이 하루 2~3잔씩 반주로 마시는 와인이 심장병 발병률을 40%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와인 속에 든 폴리페놀 성분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물질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하고 인체의 활력을 높이는데, 특히나 심혈관 질환에 특히 효과가 있다. 또한, 폴리페놀은 프랑스인이 즐겨 먹는 초콜릿에도 많이 들어있다. 항산화 효과가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결로 꼽히는 이유다.

이 결과가 발표된 후 미국에서는 와인 소비량이 4배 이상 올라가는 등 전 세계적으로 레드 와인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일명 ‘노인의 우유’로 불리며 프랑스의 장수 비결로 밝혀진 와인은 이제 프랑스인의 건강뿐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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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문화가 생활화된 사회 분위기]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무엇인지 아는가? 테니스와 사이클링, 축구, 수영, 럭비에 이어 1위를 차지한 운동은 다름 아닌 하이킹이다. 무려 31%의 프랑스 사람들이 하이킹을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프랑스의 하이킹은 우리나라의 등산 개념과는 다르게 비교적 평평한 곳을 걷는 것을 뜻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하루 평균 걷는 거리가 6.5km에 달할 만큼 엄청난 활동량을 보인다. 비록 오래전에 지어진 구식 건물이 많다 보니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환경적 이유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이는 프랑스의 ‘랑도네(Randonnée)’ 문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랑도네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나들이, 산책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현재 프랑스인들의 대표적 휴식 방법이자 그린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랑도네협회(FFRP)의 통계에 의하면, 1947년 전국걷기협회 연맹이 설립된 이후로 랑도네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은 무려 1,500만 명에 달하며, 협회에 등록된 전국의 랑도네클럽만 약 3,000개나 된다. 프랑스의 랑도네 인구는 매년 10%씩 증가하며, 현재 프랑스 인구 전체의 1/4이 랑도네를 즐긴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랑도네의 인기 비결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랑도네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프랑스의 지형은 많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점으로 작용한다.

프랑스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나의 머리는 발과 함께 움직이고,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말했다. 그냥 많이 걷는 것, 이 사소해 보이는 전통적 생활 습관은 일상 깊숙하게 자리잡아 프랑스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문화적 특징과 건강 비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소 콧대 높아 보이는 프랑스 문화이지만, 질 좋은 음식과 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걷기 문화를 고집하는 점이 그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조르주 페로스와 프랑수아 드로가 건강에 대해 남긴 말을 전하며 프랑스편을 마쳐 본다.

En s’imaginant qu’on est malade, on le devient en effet - François Droz.

사람은 아프다는 것을 상상함으로써 실제로 사람이 된다 - 프랑수아 드로

La santé, c’est comme la liberté, ça n’existe que quand on en manque - Georges Perros

건강은 자유와 같으며, 당신이 그것을 놓칠 때만 존재한다 - 조르주 페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