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③ 아이슬란드
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③ 아이슬란드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14 09:00
  • 최종수정 2019.10.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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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유황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화산과 빙하들로 뒤덮인 국토를 가진 나라로 북대서양 북극선 바로 아래에 있다. ‘지금 날씨가 맘에 안 들면 5분만 기다려보라’는 말이 농담으로 쓰일 만큼 변덕스러운 날씨를 자랑하며, 여름철에는 한밤중에도 환한 백야 현상 때문에 암막 커튼을 꼭 써야 하고, 긴 겨울철에는 부족한 햇빛 때문에 비타민을 따로 복용해야만 하는 기후를 가진 아이슬란드. 하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국가로 손꼽히며, 기대 수명 또한 여성은 84세, 남성은 81세로 매우 길다. 세계인의 삶에서 찾아보는 건강 비결, 세 번째 편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어떤 특징이 삶의 질과 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얻게 만든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온천수가 나오는 따뜻한 수영장은 소통의 장]

평일 오후, 영하의 찬 날씨에도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가득 모이는 장소가 있다. 바로 수영장이다. 수영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많은 사람이 취미로 수영을 즐긴다.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전역의 수영장에는 실내 풀과 실외 풀이 있으며 항상 온천수가 따뜻하게 공급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는 약 800개의 온천이 존재한다. 아이슬란드 지역 이곳저곳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게이시르(Geysir)’라 불리는 간헐천이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온천수는 건강에 매우 좋은데, 예를 들어 담청색 온천 호수인 ‘블루 라군’은 건선을 비롯한 피부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이와 같은 온천의 효능을 몇 세기 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온천수를 이용한 목욕과 요리를 즐겨왔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 최소한 한 개 이상의 공공 수영장이 없는 마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수영장은 굉장히 중요하고 인기 있는 시설이다. 물론 전신 심혈관 운동인 수영을 즐긴다는 자체로도 상당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습관이라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수영장의 보급은 단순히 수영의 효과 이상으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직장인, 노인들까지 온 마을 주민들이 수영장에 모여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친목을 나누며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며 사회적 연대가 상당히 깊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와 같은 수영장 문화에서 이런 특징이 비롯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끈끈하고 만족스러운 사회적 유대감은 당연히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이렇게 물을 좋아하는 아이슬란드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수영 외에도 래프팅, 카약, 다이빙 같은 수상스포츠 또한 인기가 높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온천수가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고 근육을 회복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수중 요가를 즐기기도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이슬란드의 건강 식단]

2014년 영국의 채널 4가 세계 최고의 건강 식단 다큐멘터리에서 아이슬란드의 식단을 1위로 선정한 적이 있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블룸버그 통신이 영양, 기대수명, 사망 원인 지표를 바탕으로 선정한 건강한 나라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과연 어떤 특징 때문일까?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먹는 것에 관해서라면 최대한 단순한 것을 추구한다. 특히나 아이슬란드는 전통적인 어업 국가답게 생선을 정말 많이 먹는다. 아이슬란드에서 대구, 청어, 연어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생선으로 꼽히는데, 모두 오메가 3가 풍부하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자주 먹는 또 다른 생선 제품으로 ‘리시(Lýsi)’란 이름을 가진 대구 간 기름을 꼽을 수 있는데, 오메가 3와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식사 후 한 숟갈의 대구 간 기름을 마시며, 노인들도 관절염에 효능이 있어 즐겨 먹는다.

아이슬란드는 양고기 요리로도 유명하다. 아이슬란드에는 인구의 3배 정도 되는 약 100만 마리의 양이 살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의 지리적 특성과 엄격한 정부 규제로 다른 나라의 질병에 노출되거나 이종 교배되지 않는다. 이런 아이슬란드의 양고기는 철분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서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며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아이슬란드의 풀을 먹은 소들은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런 우유로 만든 아이슬란드 전통 요거트 스키르(Skyr)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칼슘이 많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식품이다.

이 외에도 천연 빙하수가 공급되는 아이슬란드의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수돗물은 아이슬란드 사람들 건강에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그냥 수돗물을 마시면 되는데, 파는 병에 들어있는 물도 수돗물과 동일하다. 뜨거운 물도 지하수로부터 바로 올라온 물이어서 안전하지만, 유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유황 냄새가 날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충분한 의료진의 수, 유전자 정보 확보]

아이슬란드는 대한민국과 국토 크기는 비슷하지만 인구수는 고작 33만 명 정도로 광명시나 원주시 인구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 레이캬비크 도심 중심가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런 적은 인구수가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건강에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만 명당 의사 수 36명, 간호사 136명으로 환자 1인당 의료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의료비용 투자를 하는 나라로, 국내 총생산의 10.5%에 이르는 비용을 국민의 의료비로 사용하고 있다. 환자가 집에서 병원으로 갈 때 드는 교통비까지 모두 지원할 정도로 환자의 비용 부담이 적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1999년에 아이슬란드는 전 국민의 유전자 정보를 모아 유전자은행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유전자가 거의 균일해서 신약 개발이나 유전체 연구 등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기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은행은 개인의 유전 정보를 의학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했고, 이로 인해 아이슬란드의 심장병 및 노인성 질환의 발생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아질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연구진들은 이미 전 국민의 4분의 1이 넘는 8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했고, 모든 연구 결과는 실험에 참여한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이렇게 인구밀도가 낮다는 점은 오염 없이 맑은 아이슬란드의 청정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모두 자신만의 여유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비록 척박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매우 긍정적인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성향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행복이란 뜻의 영어 단어 ‘Happiness’가 행운을 뜻하는 아이슬란드어 ‘헵(happ)’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믿는다. 오랫동안 거친 환경에서 살아오며 강인하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깨닫고, 항상 주어진 것을 감사히 여기며 삶을 즐기는 방법을 깨우친 아이슬란드의 사람들. 이런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긍정적인 태도야말로 삶의 행복도를 높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건강에 대한 아이슬란드 격언 한 문장을 남기며 이번 편을 마무리한다.

“Það er fullt af fólki í heiminum sem eyðir svo miklum tíma í að hugsa um heilsuna að það hefur ekki tíma til að njóta hennar.”

"세상에는 건강을 걱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정작 건강함을 즐길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 아이슬란드 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