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다
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09 09:00
  • 최종수정 2019.10.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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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 질환, 약물중독, 정신질환 등의 요인으로 발생하는 치매 증상 치료 가능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헬스컨슈머] 치료가 불가능한 병으로 알려진 치매. 먼저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는 치료가 어려운 것이 맞고, 치매약 역시 병의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나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약 4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일부 환자는 치매 증상이 있는데도 치매 치료는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며 정확한 진단조차 받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중 치료가 가능한 치매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흔히 생각하는 치매는 뇌의 퇴행성 변화나 구조적 손상이 지속되는 경우지만, 전체 치매의 10% 정도는 특정 요인 때문에 치매 증상이 생기는 경우로 치료가 가능한 치매라 할 수 있다. 치료 가능한 치매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① 신경계 질환과 연관된 이차성 치매]

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치매를 이차성 치매라고 하는데, 신경계 질환 때문에 이런 이차성 치매가 생길 수 있다. 즉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치매 증상 또한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주로 정상압 수두증, 양성종양, 영양소 결핍 등이 이차성 치매의 원인이다.

정상압 수두증은 두개강 안에 뇌척수액이 차 있는 뇌실이라는 공간이 확장되면서 보행 이상, 소변조절 장애 등을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이차성 치매의 대표적 원인이다. 이 경우 일정량의 뇌척수액을 제거하는 뇌척수액 배액술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뇌수막종처럼 서서히 커지는 양성종양도 이차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겉으로는 퇴행성 치매와 구분하기 어렵지만, MRI 등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수술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만성경막하혈종도 신경학적 문제와 인지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 또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영양소 결핍 또한 이차성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타민 B1은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부족할 경우 의식장애 등의 원인이 되는 베르니케 뇌병증(Wernicke Encephalopathy)을 일으켜서 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비타민 B1을 공급하면 완치될 수 있다.

그 밖에도 결핵, 곰팡이에 의해 생성되는 독소, 기생충, 매독, 에이즈 등에 의해서도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

 

[② 약물중독 및 대사성 질환에 의한 치매]

약물 과다복용도 인지기능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치매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은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신체의 약물 대사와 분해 능력이 낮고 신장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노인들이 흔히 복용하는 약은 수면제, 신경안정제 및 정신병약, 심혈관 치료제, 진통제 등이 있다.

만약 약을 과다 복용하면 시간, 장소, 환경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고 방향감각 장애나 의식 혼탁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우울증 치료제나 신경안정제 및 정신병약 등이 문제를 잘 일으킨다.

약물로 인한 치매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고 증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사람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약물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③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치매로 오인하는 가성 치매]

우울증이나 조현병(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질환 때문에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렇게 치매로 오해되는 것을 ‘가성 치매’라 부른다. 따라서 정확한 진료를 통해 진짜 치매인지 가성 치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약 30%가 노인성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기억력 감퇴 및 인지기능 전반에 걸친 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가성 치매로 오해되기도 한다. 따라서 노인성 우울증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치료가 가능한 치매에 대해 알아보았다. 치매 증상은 영구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완치가 가능한 종류여도 신경이 손상된 정도에 따라 치료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치매를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치매가 의심되면 일찍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