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건강 식품이 아니다
과일은 건강 식품이 아니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18 09:00
  • 최종수정 2019.11.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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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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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몸에 좋은 신선한 제철 과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문구이다. 미디어에서는 늘 과일 섭취의 중요성을 채소와 함께 강조하고, 전문가들 역시 과일의 유익함에 대해 언급하며 자연 처방약이자 치료법이라고 안내한다. 이 사회적인 인식은 모두에게 퍼졌고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교육되며 세대를 넘는 진리가 된 지 오래다. 그 때문에 그 누구도 과일이 정말 몸에 좋은지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기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과일, 정말 실제로 건강에 좋은 걸까?

 

[과일은 나무에 열리는 사탕이다]

우리의 적은 우리가 먹은 음식이다. 못 먹어서 병에 걸리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고, 지금은 먹어서 병에 걸리는 시대다. 음식으로 인한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의 질병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언론은 병 주고 약 주기 식의 방송을 연달아 보도한다.

그렇다면 우리를 병들게 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등을 생각하겠지만 최고의 적은 ‘당’이다. 설탕은 만병의 근원이다. 설탕 섭취와 현대인들의 질병의 연관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기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WHO가 권장하는 하루 당 섭취량은 성인 남성 기준 하루 총 칼로리의 5%로, 하루 2,000kcal 영양분을 섭취 시, 25g 설탕을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25g은 약 5~6 티스푼에 해당하는 아주 적은 양이다. 아이들의 경우엔 이보다 더 적다.

흔히 과일의 당 성분은 천연 당이라 괜찮다는 말을 한다. 과연 그럴까?

과일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함유량은 과일 종류마다 다르고, 익은 정도에 따라서도 다르다. 포도당과 과당은 탄소, 수소, 산소 원자가 같은 수로 들어있지만 분자의 구조가 달라 몸 속에서 다른 대사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과당’을 흔히 과일 당분이라고 부르며, 천연의 설탕이라고 하는데, 사실 과당이 포도당보다 더 나쁘다는 최근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과당은 99% 이상 간으로 옮겨져 처리된다. 간에서 흡수된 과당은 포도당처럼 몸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분해되는게 아니라 지방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다. 특히 과일처럼 포도당과 과당을 같이 섭취하는 경우 과당은 예외 없이 지방산과 중성지방으로 바뀐다. 이는 지방간을 일으키고, 간 세포를 파괴해 간 수치를 높이고 LDL-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 경화를 유발한다.

포도당의 경우 혈액 속에 농도가 증가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지방세포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내보내서 위나 췌장에서 공복감을 느끼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지 않기 때문에 공복감과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분비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아 음식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더 먹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한번 과일을 먹기 시작하면 박스채로 먹어 치우게 된다는 경우도 이와 연관이 있다.

또한, 과당은 소장에서 모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가 대장으로 넘어가 대장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가 차고, 배가 부풀면서 복통이 생기게 한다. 심한 경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일으키기도 한다

호주의 정형외과 전문의인 개리 휏케(Gary Fettke) 박사는 강연에서 과일은 나무에 열리는 사탕과 다름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 만큼 과일은 모두가 경계하지 않는 기호 식품일 수 있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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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은 더 이상 자연적이지 않다]

제철 과일이라는 용어가 무색해질 만큼, 과일은 점점 더 날씨와 때를 가리지 않고 판매되고 있다. 이것이 현대의 과일이다. 과일은 더 이상 ‘자연적’이지 않다. 제조되고 있다. 직접 과일을 재배해 먹어본 경험이 있는 일반인이라면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직접 키운 과일은 절대 마트에서 파는 과일처럼 달콤하지 않다.

인간은 자연적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당도를 얻기 위해 과일을 제조하고 있다. 일년 내내 달달한 과일이 유통되도록 당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높은 당 함량 때문에 탄산음료 대신 과일을 먹는 사람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얘기일 수 있겠지만, 과일에 포함된 당은 콜라와 그리 차이가 없다. 코카콜라는 100ml당 10.8g의 당을 포함하고 있는데, 과일 100g 당 포함된 당을 알아보면 오렌지는 약 9g 포도는 약 14g, 사과 12g이 각각 들어있다. 물론 섭취한 뒤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인 혈당지수(GI)는 코카콜라보다 과일이 더 낮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당분은 당분이다. 심지어 콜라보다 당이 더 많은 과일이 상당히 많다. 과일주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섬유질은 없고 당은 콜라만큼 높다.

품종개량을 통해 제조된 과일은 당도뿐 아니라 여러모로 상품성이 좋아진다.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과일의 경우, 보관기간이 짧고 운송 시 상처가 잘 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잘 판매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일의 섬유질을 줄여서 보관성을 좋게 만들고 있다. 또한, 파종에서 수확까지 화학약품이 많이 사용된다. 유통되는 과일 중 화학 처리를 전혀 하지 않는 과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옛 어른들은 ‘풋과일은 먹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실제로 요즘 과일들은 운송을 위해 풋과일인 상태로 수확한 뒤 약품 처리를 통해 후숙 처리하는 경우도 흔하다. 주스로 만들 때나 잼을 만드는 공정에도 대부분 화학 물질이 추가로 들어가고, 특히 말린 과일의 경우 당분 함량도 높고 보존 처리를 위한 화학 믈질이 들어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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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무기질은 채소에 더 많다]

그럼 과일은 아무런 이득이 없는 식품인가? 그렇지 않다. 항산화 물질, 비타민, 무기질, 식물성 영양소 등 좋은 영양소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분 때문에 과일이 유익하다고 광고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과일에 포함된 항산화 물질은 염증 수치를 낮추고 신체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염증 수치를 낮추기 위해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현명할까? 아니면 염증의 원인 물질이 되는 음식을 안 먹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당분은 몸 속 염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당분을 적게 섭취하는 게 더 이익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항산화 물질은 과일보다는 커피와 다크 초콜릿에 더 많이 들어있다.

또한, 과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과일을 대체할 식품들은 다양하다. 비타민 C 함유량을 비교해 보면, 시금치와 브로콜리는 사과보다 각각 5배, 20배나 많은 비타민 C가 들어있다. 비타민 A와 비타민 K는 녹색 잎채소에 많이 들어있고, 비타민 E 역시 아보카도나 녹황색 채소에 많이 있다. 비타민 D의 경우엔 과일이나 곡물에서 찾기 어렵다.

무기질의 경우에도 칼륨은 바나나에 풍부한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바나나보다 시금치에 1.5배 더 많이 들어있다. 이 외에도 콩류, 버섯, 녹색 잎채소에도 비슷하게 포함되어 있다. 칼슘과 마그네슘, 철분 또한 과일보다는 채소에 더 많다.

 

과일을 무조건 나쁜 식품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베리류 과일은 당도 적은 데다가 항산화 성분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풍부하다. 문제는 과장된 광고이다. 건강과 관련된 어느 정보이든 마치 공식처럼 ‘몸에 안 좋은 음식 대신에 매일 과일과 채소를 충분하게 섭취하라’는 말로 늘 결론을 맺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몸에 안 좋은 식품 vs. 과일의 대립 구조를 연상시키게 되고, 그리 싸지도 않은 과일 가격을 감당하면서까지 매 끼니마다 건강을 위해 과일을 챙겨 먹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정보의 홍수 속, 소비자는 어느 때보다 진실된 정보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