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고개를 드는 조류독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다시 고개를 드는 조류독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0.22 14:00
  • 최종수정 2019.10.2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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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0월 15일 충남 아산시 곡교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의 정밀검사 결과, 저병원성 조류독감으로 최종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조류독감이 전염성이 낮은 저병원성으로 판별되었지만, 차단방역 강화를 위해 해당지역에 대해 검출일인 15일로부터 7일간 소독 강화 조치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조류독감, 이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야단법석일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조류독감, 너는 누구냐]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 즉 조류독감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조류 급성 전염병으로, 닭, 오리, 칠면조 등의 가금류에게 피해가 크다. 바이러스의 병원성, 즉 전염성 등의 위험도에 따라 저병원성(Low Pathogenic)과 고병원성(Highly Pathogenic)으로 구분된다.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이나 칠면조는 급성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데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흔히들 기억하는 위험한 조류독감이 바로 이런 고병원성 조류독감이다. 다행히 이번에 발견된 저병원성 조류독감은 감염성이 고병원성에 비해 훨씬 낮다.

자료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조류독감, 그게 다 돈이다]

근 몇년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인한 피해가 엄청났다. 기껏해봐야 동물 전염병이라지만, 그 전염병이 전 세계의 가금류 농가에 끼친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2014년 이후, 조류독감은 거의 매년 발생했다. 한국만 봐도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3차례 391건, 2016년에서 2017년에 사이에 3차례 421건,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1차례 22건 등 총 7차례 834건이 발생해 6만9387마리가 살처분됐으며, 이 과정에서 모두 7895억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되었다(이상 농림축산식품부 통계).

기존에는 철새가 AI바이러스를 퍼트린다는 증거가 없다며 환경론자들의 항변을 받았지만, 철새들의 분변에서 AI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

그 피해는 동쪽 지역보다 전남의 영암과 나주, 전북의 고창과 부안, 충남의 천안, 충북의 진천과 음성, 경기의 이천, 안성을 잇는 서쪽 지역에서 유달리 크다.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의 90% 이상이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을 일컬어 `서해안 오리 벨트`라는 용어까지 생겼을 정도이다. 닭 사육농가 역시 전남북과 충남, 경기에 70%가량 몰려 있다.

철새의 이동 코스인 서해안 벨트 남쪽에서 터진 AI가 순식간에 서울 턱밑까지 도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공통 전염병? 그게 왜?]

AI에 관해서 엄청난 화제가 되는 또다른 화제는 바로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이 인수공통 전염병이란 것은 동물과(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척추를 가진 고등동물) 인간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이러한 인수공통전염병이 무서운 것은 굉장히 변화가 빠르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숙주가 바뀌는 것은 바이러스에게 있어 굉장한 진화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수공통전염병이 사람에게만 전파되는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잘 와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예시를 들자면, 천연두나 소아마비같이 사람의 몸만을 매개체로 전염되는 질병에 대해 일찌감치 백신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광우병, 사스,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백신이 만들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기껏 만들어놨더니 다른 숙주의 몸 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만들어놓은 백신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조류독감 역시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 곽진 신종감염병대응과장에 따르면, 조류독감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도 원래 변이를 자주 잘 일으키는 종류라고 한다. 이처럼 아직 인류가 조류독감을 이기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치킨을 칭송하면서 정작 조류독감에서는 지켜줄 능력도 되지 못한다니, 치킨을 사랑하는 평범한 한국인으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제논리를 어느정도까진 포기해야 한다.

조류독감과 경제논리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다소 뜬금없이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사태의 근원엔 인간의 욕심을 배제할 수는 없다. 더 빨리, 더 많이 자라는 품종으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몰살시켜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이 말살되었고, 몸 하나 제대로 돌릴 공간이 없는 축사에 수백마리씩 밀어넣고 대량사육하는 잔인한 환경도 사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이것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 역시도 마찬가지다. 시대를 막론하고 전염병은 흔한 기록이었지만, 현대사회처럼 극도로 상승한 인구밀도,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교통,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염병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로 인수공통전염병은 비교적 지리적 분포가 뚜렷하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습하고 더운 지방에서 전염병이 쉽게 퍼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대표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폐해인 엘니뇨 현상으로 태평양 수온이 증가하거나, 강우의 변화가 생겼을 때 역시 발병률이 치솟는다.

실제로 영국의 의학전문지 <The Lancet>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말라리아와 뎅기열, 지카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성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매개체인 곤충의 서식지 확대, 그리고 숙주가 되는 생물의 건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서 우리는 다소의 수익성과 효율성을 포기하고서라도 ‘진짜로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한 나무에서 열매가 덜 맺히더라도, 같은 기간을 키웠는데 고기가 좀 덜 나오더라도 과도한 인위적인 품종 통일은 피해야 한다. 사료값이 좀 더 나오더라도, 같은 수의 가축을 키우는데 공간이 더 필요하더라도 충분히 동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 인식을 바꾸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효율성과 수익은 중요하지만, 그 모든 뿌리는 결국 자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저병원성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지만, 어쩌면 이 다음은 고병원성, 심지어는 한 종의 절멸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