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젊은 사람이 왜 자꾸 깜빡깜빡해?
나이도 젊은 사람이 왜 자꾸 깜빡깜빡해?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23 14:00
  • 최종수정 2019.10.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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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심한 건망증, 성인 ADHD일 수도… 치료 후 확연히 다른 일상생활 가능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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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아, 내가 차를 어디다 세워놨더라?’ 평소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자주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최모 씨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을 정도로 심한 건망증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아직 나이도 젊은데 혹시 치매는 아닌가? 싶어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최모 씨처럼 젊은 성인이 심한 건망증이 있다면 성인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심한 건망증은 성인 ADHD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성인 ADHD란 무엇이며 어떤 증상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성인 ADHD란 무엇인가?]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로 과잉행동, 주의력 결핍, 충동성 등의 증상을 가진 질환이다. 이는 유전적인 요인, 신경학적 이상, 사회 심리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알코올중독 등 다른 심각한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가 성인 ADHD로 진단받는 환자들이 있는데, 보통 ADHD는 더 심각한 증상에 가려지기도 하고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하게 진단받기가 어려운 편이다.

성인 ADHD의 주요 증상에는 직장 상사의 지시를 잘 듣고 기억하지 못하거나, 해야 할 일을 자주 까먹고, 일을 시작하기 어렵거나 끝내지 못하며, 지각이 잦고 일의 마감 시한을 넘기는 일이 많거나, 시간 관리와 계획 세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등이 있다. 또한, 과잉행동과 충동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평소 말이 지나치게 많거나 안절부절못하며, 결정을 성급하게 내리거나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경향, 폭식, 게임 중독, 잦은 이직, 과소비, 충동적인 성관계나 외도, 과도한 음주와 흡연, 잦은 과속운전 및 법규 위반, 빈번한 교통사고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성인 ADHD를 겪는 사람들은 불면증이나 비만, 심장질환 등의 건강 문제와 함께, 일상적인 삶에서 이혼, 퇴학, 해고, 무단결근, 낮은 평균수입 등의 여러 문제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자꾸 실수하거나, 항상 내적으로 초조한 느낌이 들고, 걸핏하면 화내거나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며, 술, 담배, 게임 등에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 성인 ADHD를 의심해 봐야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어린 애들만 ADHD 겪는 것 아니다]

ADHD는 일반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ADHD 환자의 상당수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요즘은 ADHD가 잘 알려져 있어서 어릴 때 발견하고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30대 이상인 성인들은 어릴 적 ADHD 진단이나 치료를 받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질환을 모를 수 있다, 특히나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심하지 않고 건망증 등 주의력 결핍 증상이 심한 ADHD 환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

성인 ADHD 환자의 대부분은 어릴 때 자신에게 집중력 문제가 있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뒤늦게 주의력의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학창 시절에 관해 물어보면 준비물이나 숙제를 빼먹을 때가 자주 있었고, 부모나 선생님에게 자주 지적을 받았다고 말하는 한편, 공부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좋아하는 과목은 잘했지만 싫어하거나 관심 없는 과목은 집중하지 못하거나 아예 포기해버렸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이런 환자의 경우 현재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 꼭 한두 가지를 빼먹어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거나, 지적받은 사항도 반복해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을 미리미리 처리하기보다는 조금 미루었다가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도 집중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이 때문에 직장 상사나 동료들에게 자주 지적 받고 스스로 의욕이 점점 꺾이고 위축되어 업무수행 능력도 떨어진다.

 

[ADHD는 지능 문제가 아닌 정신적 문제]

ADHD 환자는 지능이 낮다고 오해받는 경우가 많은데, ADHD 환자라고 꼭 지능이 낮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능은 굉장히 우수한데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본인이 가진 인지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늦은 나이에 ADHD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들이 치료를 시작하면 이 전과 확연히 다른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치료를 받으면서 부주의 증상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감정 기복, 수면 문제, 충동 조절 등의 어려움도 같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고, 자존감이 회복되면서 삶에 대한 의욕도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나이가 젊은데도 심한 건망증을 앓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꼭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