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장 건강, 빨간 불 켜졌다
청년들의 장 건강, 빨간 불 켜졌다
  • 이소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29 09:00
  • 최종수정 2019.10.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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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 질환, 조기 발견이 중요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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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 우리나라의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청년들의 장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염증성 장 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6만 명으로 이 중 절반 정도는 20~30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염증성 장 질환은 재발이 잦은 병이기 때문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들이 많은데,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힘든 질환이라 사회적 이해와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한번 발생하면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병인 염증성 장 질환, 과연 어떤 병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염증성 장 질환이란?]

염증성 장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장 점막을 공격하면서 장 내부에 비정상적인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질환이다. 이는 장 점막의 면역세포가 장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외부 물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장 점막을 외부 물질로 오인하며 발생한다. 아직 염증성 장 질환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으로 장 염증에 취약한 사람이 가공식품, 흡연, 항생제,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로 젊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15~35세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대표적인 염증성 장 질환에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 다발적으로 궤양이 생기면서 붓고 출혈까지 일어나는 질환이며 염증이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대장에만 발생하며, 어두운색의 피와 점액 등이 변에 섞여 나오고 심하면 하루 수십 회의 설사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혹 과민성 장 증후군이나 감염성 장염, 치질 등으로 잘못 판단해서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증상이 4주 넘게 이어지며 나았다가 다시 안 좋아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하고 대장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크론병은 대장에서만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의 어느 부분에서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소장 또는 대장 혹은 양쪽 모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염증이 띄엄띄엄 생기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주로 사회활동이 왕성한 젊은 사람들에게 생기며,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증상이 계속되고 치료가 잘 안 된다면 대장내시경, 소장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 게티이미지뱅크

[평생 관리하는 병, 염증성 장 질환]

염증성 장 질환으로 염증이 반복되면 장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병을 조기에 발견해서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젊은 나이에 병이 생기면 증상을 평생 조절해야 하므로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기름에 볶거나 튀긴 음식, 질긴 야채, 딱딱한 과일, 견과류, 향신료, 맵거나 짠 음식, 아주 차거나 뜨거운 음식, 카페인, 탄산음료, 고지방 유제품은 멀리해야 한다. 복부 팽만감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가스를 많이 생성하는 과일이나 유제품 등의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보다 음식 섭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부드럽고 싱거운 음식을 소량씩 여러 번 나눠서 먹고 식사량이 적다면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음료나 무기질, 단백질, 비타민을 별도로 섭취해야 한다. 영양흡수가 불량한 소장형 크론병의 경우, 영양요법으로 성분영양제가 권장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증상이 사라졌다고 완치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는 상태일 경우가 많으며, 과로, 과식, 감기, 스트레스 등 가벼운 자극에도 증상이 쉽게 재발한다. 또한,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어 심한 설사와 출혈은 물론 장 마비나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약물로 치료하다가 증상이 급격히 심해져 대량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대장 천공으로 복막염이 된 경우에는 대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진윤태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재발의 횟수나 정도를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