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
강아지 구충제로 암을 치료한다?
  • 강지명 기자
  • 기사입력 2019.10.28 17:00
  • 최종수정 2019.10.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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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컨슈머]최근 한 유튜브 영상에서 강아지용 구충제를 복용하고 말기암이 완치되었다고 주장하며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국내의 많은 암환자와 그 가족들은 실낱 같은 가능성에라도 희망을 걸고자 해 때아닌 구충제 사재기 사태도 벌어졌었다. 실제로 다수의 암환자 커뮤니티에서는 ‘단골 동물병원에서 사정사정을 해 두박스를 챙겨왔다’, ‘개를 키운다고 거짓말을 하고 몇 개 사왔다’등의 얘기가 흔하다.

그렇다면 이 약품,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말기 암이 완치되었다고 주장한 장본인인 롭 티펜스, 사진출처: 미국 'abc'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말기 암이 완치되었다고 주장한 장본인인 롭 티펜스, 사진출처: 미국 'abc 5'채널

[펜벤다졸, 그 논란의 이름]

해당 약품의 이름은 펜벤다졸, 개에 기생하는 선충류 기생충을 제거하는 원리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와 같다는 것이 골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론상 해당 약품의 성분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세포 단계, 즉 암세포에 해당 약물을 넣은 결과일 뿐이다. 실제 이와는 비교할 수 없게 복잡한 인체 내의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지금 단계에서는 절대로 예상할 수가 없다. 때문에 모든 의약품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의 복잡다단한 임상실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펜반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미 이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이 여럿 있다. ‘빈크리스틴’(‘86년 허가), ’빈블라스틴’(’92년 허가), ’비노렐빈’(‘95년 허가)이 있으며, 유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은 ’파클리탁셀‘(’96년 허가)과 ‘도세탁셀’(‘06년 허가)이 있는 상태이다.

애초에 이러한 원리를 적용하고 싶으면 수십년의 임상을 거쳐 안전이 확인된 약품들이 있는데, 어찌될지 모르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불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필요가 있을까?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중인 펜벤다졸 제품, 사진출처: 아마존 웹사이트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중인 펜벤다졸 제품, 사진출처: 아마존 웹사이트

[부작용, 무엇이 있을까?]

오늘(28일) 오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또 한번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해당 약품이 '옴니쿠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태이다.

의료 전문인들에 따르면, 해당 약품을 복용해도 ’구충‘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하는데, 이 정도가 되면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특히 이 약품에 대해 고민하는 암 환자들의 경우, 평소에 복용하는 항암제와 함께 해당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펜벤다졸과 관련된 다음의 주장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고 우려를 표했다. 해당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으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도 있었다.

2. 40년 동안 사용되어 안전한 약제이다?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하여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사람이 사용할 때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

3. 체내 흡수율이 20%정도로 낮아서 안전하다?

흡수율이 낮은 항암제는 효과도 적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독성이 증가하게 된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약이란건 정말로 복잡한 상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에게 쓰이는 약이란 것은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이다. 그 때문에 이것이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되기 까지는 복잡다단한 임상시험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덕분에 우리는 아무런 약이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항암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신물질 발견 후 암세포 실험,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에서 안전한 용량을 확인(1상 시험)하고, 암의 종류별로 효과를 확인(2상 시험)한 후 기존 항암제와 비교(3상 시험)하여 시판을 하게 된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수만명 중의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긍정적인 효험이든, 부정적인 부작용이든, 결국 당사자의 이야기라면 100%의 확률이 되어버린다. 운 좋게 치료한 0.01%의 행운아는 세상의 관심을 받지만, 99.99%의 사망자는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검증된 항암제, 그리고 강아지 구충제의 가격은 꽤 다를 수 있다. 또한 말기 환자라면, 어떤 것이라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본인의 증상이 아직 치료가 가능한 초기 단계라면, 가격이 더 나가더라도 안전한 것이 낫다. 그 어떤 대가도 스스로의 목숨보다는 하찮으니 말이다.